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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츠'수서 이어 마곡도 보류.. 주민 반발에 첫삽도 못뜨고 삐걱.13개 필지 중 2곳, 사업 물 건너가 수서동KT부지 매입 불발 마곡 746가구도

Bonjour Kwon 2016. 4. 7. 11:23

2016.04.06 

수서 이어 마곡도 보류..`서울리츠` 주민 반발에 첫삽도 못뜨고 삐걱

주민들 "우리 동네에 임대주택 조성은 안돼"
'1호 리츠' 은평구도 주민 반발에 부딪혀
박원순 시장 임대 8만호 공약 차질 빚나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서울시와 SH공사가 민간 자금을 활용해 청년층(20~30세대)을 위한 임대주택을 짓는 ‘서울리츠’ 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 KT 수서지사 부지 매입이 물 건너 간 데 이어 대규모로 공급 예정이던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사업도 불발되면서 2만호 임대주택 공급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5일 본지가 입수한 서울시와 SH공사의 서울리츠 사업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미매각 토지나 공공 토지를 활용하는 공공토지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약 6000가구(13개 필지)의 서울리츠를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2곳은 해당 자치구와 주민들의 반대로 사실상 사업이 물 건너갔고, 나머지도 주민 반발이 심해 계획대로 추진하긴 어려워 보인다. 재정비 및 재개발 임대 리츠도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아 목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마곡지구 746가구 행복주택 공급…“보류하나, 포기하나”

SH공사가 세운 2016년도 사업계획을 보면 서울시는 올해 은평구와 양천구 신정동에 짓는 1호 리츠(1278가구)에 이어 2호 리츠로 강서권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지구인 마곡지구와 KT 가양전화국에 총 1278가구의 서울리츠를 진행할 예정이다. 마곡지구 내 4개 블록은 기존 택시 차고지 2곳과 편의시설 용도 2곳으로 총 746가구 규모의 임대주택 단지 조성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서울시는 해당 지자체인 강서구와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을 보류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말 마곡지구 내 유휴부지에 서울리츠를 짓겠다고 강서구에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강서구청과 마곡지구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으로 서울리츠 건설계획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시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서울에서 임대주택이 가장 많은 강서구에는 이미 행복주택 단지 2곳이 들어설 계획이고, 마곡지구도 임대주택 비율이 50%를 넘는다”며 “게다가 소형 오피스텔 공급 과잉으로 강서 일대 주택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소형 임대주택을 추가로 짓겠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주민 이모씨는 “서울시가 취소가 아닌 보류라는 단어를 사용한 만큼 언제 다시 행복주택 카드를 꺼내 들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 “우리 동네에 임대주택 단지 조성 안돼” 

서울리츠는 이곳뿐 아니라 강남·은평구 등 대부분 지역에서 주민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강남구에 있는 KT 수서지사를 매입해 374가구의 서울리츠를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강남구와 주민 반발로 수포로 돌아갔다. KT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가 부지 매각을 결국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SH공사는 KT 부지 중 현재 가양전화국 땅도 올해 서울리츠 사업계획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곳도 매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SH공사의) 매입 의사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현재 이 부지에 대해선 매각할지조차 결정을 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1호 리츠로 추진 중인 은평구 내 부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오는 8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은평뉴타운 편익용지에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이후 학생 수용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SH공사는 이와 관련 오는 20일 주민 간담회를 연다.  

SH공사가 5호 리츠로 계획하고 있는 은평 3-13블록 기자촌도 서울리츠를 20층으로 계획하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앞서 SH공사는 기자촌 6만 4462㎡ 부지 중 1만 6500㎡(한국문학관 건립추진 부진)를 은평구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서울리츠 건립 동의를 받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20층으로 지으면 북한산을 가린다며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서울리츠 계획을 처음 발표할 당시 대상에 포함돼 있던 영등포구 시유지(450가구) 개발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또 SH공사가 시행사로 참여하고 일부 주택을 서울리츠형태로 공급할 계획인 제기4구역 재정비리츠도 조합원들이 임대주택 확대 공급을 꺼리고 있어 난항을 빚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역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짓고 보자식의 실적 쌓기도 문제”라며 “주민들 의견을 ‘님비’(지역 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이기에 앞서 꼭 필요한 지역에 맞춤형 설계를 적용하고 인센티브도 제공하는 등 주민 설득 작업을 꾸준하게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리츠란 

SH공사가 자본금을 출자해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하고 민간 자금 투자를 받아 20~30세대를 위한 임대주택을 건립하는 사업을 일컫는다. 이른바 ‘박원순(서울시장)표 행복주택’ 사업이다. 서울시는 서울리츠를 통해 2018년까지 2만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XM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