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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다시 날라온 벌처펀드.오크트리캐피털, 골드만삭스, 포트리스, 론스타펀드, KKR, 파랄론, 아폴로 등 .NPL투자 준비

Bonjour Kwon 2016. 6. 19. 21:07

 

2016.06.17

[똑똑차이나-50] "악명 높은 벌처펀드들이 중국시장을 다시 노크하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에서 만난 중국 금융업계 관계자 A씨가 흥미진진한 말을 꺼냈다. 영미계 벌처펀드가 지난해부터 중국의 금융투자회사들에 던진 비즈니스 제안 횟수가 부쩍 늘고 있다는 것. 제안자들은 KKR, 골드만삭스 등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회사들이었다. 이들 회사의 아태지역 총괄본부 관계자들이 수시로 중국을 방문해 중국 금융당국자와 업계 대표들을 만나 '불량자산 인수건'을 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참고로 헤지펀드(Hedge Fund)는 소수의 부유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다양한 첨단 투자기법을 통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헤지펀드 가운데 소위 벌처펀드(Vulture Fund)라고 불리는 악질 헤지펀드들이 있다. 벌처는 동물의 사체를 파먹는 대머리 독수리다. 남의 불행을 이용해 고수익을 챙겨가는 헤지펀드를 비난하는 뜻에서 '벌처펀드'라는 표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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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계 사모투자펀드 KKR는 중국 동방자산과 전문 투자합작기업을 설립했다. 또 2월 론스타 고위 관계자가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달아 방문하더니 지난 3월 중국 장성자산관리공사와 전격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 벌처펀드의 중국 진출은 담보부 대출 관련 금융상품과 지방정부 지방채 및 기업 불량자산을 대거 사들이기 위해서였다.

 

 중국 재정부와 은행관리감독위원회(은감회), 제일재경 등에서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중국 불량자산 투자를 위해 중국 투자회사들과 합작법인을 만들거나 간접적인 방식으로 투자를 선언한 영미계 벌처펀드는 21곳이었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벌처펀드로는 오크트리캐피털, 골드만삭스, 포트리스, 론스타펀드, KKR, 파랄론, 아폴로 등 총 7곳으로 파악됐다. 최근 2년간 벌처펀드들이 중국 내에서 투자한 규모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중국 금융가에서는 이들이 향후 2~3년 동안 80조원 이상 규모의 중국 불량자산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금융가의 이 같은 추정은 벌처펀드들의 과거 중국에서의 투자 이력에 근거한 것이다. 영미계 벌처펀드는 1999년 무렵 중국시장에 진출해 불량자산을 대거 사들였다. 1999년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를 맞고 있었던 혼란의 시기였다. 당시 중국 금융당국은 국유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각 국유은행 산하에 자산관리공사(우리나라로 치면 '캠코' 같은 기관)를 두고, 자산관리공사가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각종 불량자산을 흡수해 처리하도록 했다. 이때 중국 4개 국유은행이 가지고 있었던 불량자산 규모는 1조4000억위안(250조원)에 달했다. 2000년 무렵 골드만삭스는 44개 채무기업의 불량자산을 19억7200만위안(3500억원)에 사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장성자산관리공사로부터 80억위안(1조4200억원) 규모의 불량자산을 추가로 매집했다. 또 2002년에는 장성자산관리공사와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뒤 100억위안(1조8000억원) 규모의 담보부 대출상품을 사들였다. 골드만삭스뿐만 아니라 모건스탠리, KTH펀드 등도 중국 내 합작기업을 만든 후 2001년부터 2003년 6월까지 108억위안 규모(1조9000억원)의 불량자산에 투자했다.

 

 제일재경은 "영미계 벌처펀드는 1990년대 말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해 불량자산에 대거 투자한 다음 2004년 무렵부터 투자를 멈췄다"고 보도했다. 2004년은 중국 금융당국이 1조4000억원 규모의 불량자산을 대부분 처리했다고 선언한 시점이다. 이후 벌처펀드들은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이어가던 지난 2014년까지 투자금 회수에 열을 올렸다. 중국 당국이 정책성 자금을 투입해 한계기업과 은행들을 살려놓자 휴지조각이었던 불량자산은 건실한 자산으로 변모했다. 제일재경은 "벌처펀드는 중국 정부가 액션을 취할 때까지 기다리며 수익을 거둘 타이밍을 잡았다"며 "업계에서는 아르헨티나 사례를 들며 벌처펀드가 중국에서 거둔 수익률이 최소 100%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1년 아르헨티나가 1000억달러 외채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당시 벌처펀드들은 아르헨티나 국채를 헐값에 매입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모든 채무상환을 거부했는데 벌처펀드 4곳은 소송전을 불사하며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 결국 사건 발생 15년 만인 지난 2월 벌처펀드는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채무상환 합의를 이끌어냈다. 벌처펀드 한 곳인 브레이스브리지캐피털은 무려 800%가 넘는 '잭팟' 수익률을 거뒀다.

 

 1990년대 말에 이어 중국시장에 다시 노크하고 있는 벌처펀드에 대해 중국 당국은 '일단' 관망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을 규제하자니 불량자산 규모가 너무 많아 감당하기 부담스럽고, 과거처럼 이들이 폭리를 취하도록 내버려두자니 배는 아픈 딜레마 형국이다.

 

 중국 불량자산포럼에서 밝힌 중국의 불량자산(2015년 말 기준)은 10조위안(1778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유상업은행의 부실채권과 그림자 금융의 악성부채, 담보성 악성대출 등을 포함한 수치다.

 

 제일재경은 "중국 당국이 벌처펀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론스타가 한국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후 비싸게 팔아 당시 한국 여론의 공분을 샀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기 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