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3
완다, 브렉시트로 파운드화 급락하자
해외 M&A와 중국 극장 증설 러시...영화 제작 상영 등 수직 계열화도 가속
중국 최대 영화관 체인 업체를 운영하는 완다(萬達)그룹이 유럽 최대 영화관 체인업체까지 품게됐다. 완다가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미국 2위 영화관 체인업체 AMC가 런던에 본사를 둔 오데온&UCI(오데온)를 9억 2100만파운드(약 1조 3815억원)에 인수한다고 12일 발표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 결정 이후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헐 값 인수가 가능해지자 3년간 끌어온 협상이 마무리를 짓게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들이 전했다. AMC의 아담 애론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선도하는 영화관 체인업체를 인수할 1백년만에 한번 있을 만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영화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영화관 증설에 나서는 한켠 해외에서 인수합병(M&A)을 병행해 세계 최대 영화관 체인업체가 되겠다는 완다의 구상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완다는 영화 제작사도 합병하는 등 글로벌 영화 산업의 강자가 되기 위한 수직계열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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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다가 2012년 인수한 미국 2위 영화관 체인업체 AMC의 극장 /완다 사이트
◆글로벌 무대서 기업 사냥하는 완다
완다가 사모펀드인 테라 퍼마(Terra Firma)로부터 오데온을 인수하기 위해 내세운 AMC는 2012년 완다가 26억달러(약 2조 9900억원)에 인수한 미국 2위의 영화관 체인업체다. 완다는 2013년 12월 AMC를 뉴욕증시에 상장해 두둑한 실탄을 확보했다. AMC가 이번에 인수하기로 한 오데온의 가치는 9억 2100만파운드에 달했다. 부채 4억700만 파운드(약 6105억원)를 떠안는 조건이 포함됐다.
연말까지 이뤄질 유럽 반독점 당국의 승인 절차가 끝낸 후 최종 인수가 마무리되면 완다는 세계 최대 영화관체인업체가 된다. 오데온은 유럽에 243개 극장과 2238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오데온의 최근 1년 매출은 11억5600만달러(약 1조 3294억원)에 달했다. 유럽 박스오피스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완다는 앞서 2015년 호주 최대 영화관 체인업체인 호이츠 그룹(Hoyts Group)을 3억4400만달러(약 3956억원)에 사들였다. 완다는 2015년 AMC를 통해 미국 영화관 체인업체 스타플렉스 시네마(Starplex Cinemas)를 인수해 미국 중소도시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스타플렉스는 미국 12개 주(州)에 33개 극장과 346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엔 AMC가 미국 4위 영화관 체인업체인 카마이크 시네마(Carmike Cinemas) 를 11억달러(약 1조 265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카마이크 시네마 주요 주주가 저평가를 이유로 반대해 인수가 성사될 지는 불투명하다. AMC와 카마이크만 합쳐도 영화관과 스크린수가 653개, 8380개로 세계 1위인 리걸엔터테인먼트의 572개 영화관과 7361개 스크린를 넘게된다.
완다는 3년 전 전세계 박스오피스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영화관체인업체를 운영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번 오데온 인수는 카마이크 인수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이 같은 목표를 앞당길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완다가 2005년 설립한 완다시네마(萬達院線)는 중국에 311개 극장과 2700개 스크린을 보유한 중국 최대 영화관 체인업체다. 박스오피스 수입은 물론 관람객수로 2015년까지 7년 연속 중국 영화관 체인업체 1위를 기록했다.
올들어서도 5월까지 박스오피스 수입이 32억5400만위안(약 5531억원) 으로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완다시네마를 찾은 관람객도 7978만명으로 45.5% 급증했다. 완다시네마는 2015년 1월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영화제작 배급 상영 등 수직 계열화 가속
완다는 올 1월 미국의 간판 영화 제작업체인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레전더리)를 35억달러(약 4조 250억원)에 인수했다. 레전더리는 영화 ‘배트맨 비긴즈’ ‘300’ ‘인셉션’ ‘쥬라기월드’ ‘다크나이트 라이즈’ ‘고질라’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다.
완다는 레전더리를 완다그룹의 영화제작을 맡고 있는 완다미디어(萬達影視)의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 5월 완다시네마가 완다미디어를 인수합병한다고 발표하면서 완다는 영화 제작, 배급, 상영 등을 효율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이루게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다미디어는 중국 최대 민영 영화제작사로 2015년 박스오피스 수입이 61억5000만위안(약 1조 455억원)으로 중국산 영화시장의 23%를 차지했다.
완다가 완다시네마와 완다미디어를 합치기로 한 것은 2년 연속 당기 순손실을 낸 레전더리의 실적 개선을 위한 것으로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완다는 월트디즈니처럼 영화제작 과정에서 만든 캐릭터 등 지식재산권(IP)을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완다가 디즈니랜드가 주도해온 테마파크 시장에 본격 뛰어드는 이유중 하나다.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은 6월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겨냥해 “호랑이 한 마리가 늑대 무리를 당해낼 수 없다”며 “완다그룹은 중국 전역과 해외에 15∼20개의 테마파크를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완다는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에 앞서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에 1호 테마파크 문을 열었다.
중국 최대 쇼핑몰 개발업체로 성장한 완다가 부동산에서 문화산업으로 주력사업을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오데온 인수 역시 마찬가지다. 완다의 행보는 중국에서 문화산업이 주요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영화 시장은 내년에 103억달러(약 11조 8450억원)에 달해 미국(101억달러)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미국의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최근 전망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xiexi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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