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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덫' 부동산PF 대안을 찾아라 2012.09.13 머니투데이

Bonjour Kwon 2012. 9. 13. 12:14

한국건설 미래를 묻는다<8-2>]금융권 리스크 부담 움직임, 단계별 금융기법 필요

 

# 중견건설기업인 A사는 수도권 주택사업을 조기 추진키로 했다. 사업을 포기하면 토지비와 금융비를 포함해 400억원대의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분양가를 낮춰 계약률을 높이면 손실 규모를 50억원 이내로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 대형건설기업인 B사는 서울시내 주거돚상업돚업무시설이 혼재된 복합개발사업 인·허가를 앞두고 상업시설과 오피스는 선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자산 선매각을 통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규모를 줄이고 사업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입지가 좋아 일부 유통사와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위안거리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PF시장이 위축되면서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기존 부실 PF사업을 해결할 묘수가 떠오르지 않자,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최대한 빨리 완료하거나 자산선매각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금융권도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일부 PF사업에 대출하고 에퀴티(Equity) 투자, 갭 펀드(Gapfund) 등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종전 부동산 PF대출이 정착돼있는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가 대세가 되지 못하고 있어 시장 활성화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기존 PF사업 빨리 털고 보자"
부동산PF의 가장 큰 숙제는 기존 부실 사업장 해결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부실 PF사업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토지매입용 브릿지론과 부동산 PF대출이 이뤄졌지만 사업이 지연되거나 시행사·건설사 부실로 문제사업장이 된 곳들이다.

A사처럼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지만 사업을 포기하자니 토지계약금과 금융비용이 수백억원에 달해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최근 지방 분양시장이 일시적 호황을 누리고 있고 수도권도 분양가 경쟁력이 있으면 계약이 잘 이뤄지자 일부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춰 계약률을 높이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윤 극대화'에서 '손실 최소화'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종전까지 분양가 산정때 인근 최고 시세 기준으로 하던 것을 리스크 관리 강화 이후 인근 최저 시세로 바꾸면서 분양이 비교적 잘 됐다"며 "은행이나 건설사 모두 손실을 최소화해 사업을 빨리 털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자산 선매각도 PF대출 규모를 줄이고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주로 주거돚상업돚업무시설이 혼재된 복합개발사업에서 자산 선매각이 성사되고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판교 알파돔시티,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서울 도심 오피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선매각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매입 주체들이 사업성을 높게 본다는 것으로, 최근 오피스시장 매물 부족과 상업시설에 대한 유통기업들의 공격적인 매수성향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자산 선매각이 가능해지면 매각대금으로 토지대금을 갚거나 전체적인 PF대출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사업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얼마나 빨리 종료하느냐가 관건이고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은 자산선매각을 통해 자금 순환에 숨통을 트이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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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대출 대안찾기 어렵네"
부실 PF사업장이 눈에 띠게 줄지 않는데다, 신규사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로 신규 PF대출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부동산금융시장에서는 PF대출 대안 찾기가 한창이다. 일부 금융기관은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특정사업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센터원이 대표적 사례다. 블라인드펀드는 투자자부터 모집한 뒤 우량 투자대상이 확보되면 투자하는 펀드로 시장 변화에 대처가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에는 시공사 보증없이 금융권이 개발사업 비용과 분양 리스크를 책임지고 건설사는 시공만 맡는 갭 펀드도 선을 보였다.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펀드에 에퀴티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미분양아파트 발생시 금융기관이 매입해주거나 건설사의 책임준공에 대해서도 일부 요건을 완화해주는 사례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이 PF대출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금융기관도 직접 투자를 하고 리스크를 줄여주는데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시공사가 모든 신용을 커버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게 중론이고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PF대출시장이 규모가 워낙 컸던 탓에 최근의 변화는 대세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시도되는 새로운 부동산금융기법도 사업성이 비교적 높은 프로젝트에만 집중되는 것도 대세론이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다.

2010년 기준 국내 아파트개발사업의 평균 단지 규모는 750가구. 1000가구 이상 대단지도 25%에 달하고 대형 개발사업은 수조원에 달한다. 금융시장이 외국에 비해 선진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규모만 크다보니 건설사나 금융기관, 발주기관 모두 리스트를 관리할 역량이 없었다. 결국 PF대출이라는 비정상적 부동산금융시장이 정착됐다는 지적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단계개발을 통해 규모를 줄이고 단계별 파이낸싱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처럼 토지매입단계 '브릿지론', 건설단계 '컨스트럭션론', 소비자금융단계 '모기지론'으로 파이낸싱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 맞춰 차별화된 금융 상품·기법을 만들고 판매·유통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