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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와 M&A 2012-05-09 건설경재

Bonjour Kwon 2012. 5. 16. 08:57

김규진 다산회계법인 FAS 이사

부동산PF사업의 신용 경색이 시공회사로 전이된 현상이 나타났다. 시공회사가 시행사의 PF채무를 인수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는 개발하여 분양해야 할 소중한 사업부지를 지켜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PF차입을 ‘재조달’ 하여 연장하려면 중소기업인 시행사보다는 대기업인 시공회사 측이 유동화 자금조달 주체로서 더 나은 입지에 서 있다 할 것이다.

신용 경색의 특징은 급매물에도 불구하고 거래 형성이 안 되어 가격 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유동화자산이나 M&A자산에 대해서 가치평가 기법과 모델이 동원되었지만 신용경색을 맞이하면 형편없이 밀려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데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의 ‘가격 발견’ 기능은 미국의 경우보다 더욱 취약하다.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수분양자에게 전매행위가 제한되므로 가격 발견 기능이 사라진다. 국내 시장에 시장가격 발견에 역행하는 제도가 자리잡은 배경은 과거의 “부동산 가격 불패 상승 신화”로서, 부동산이 주식시장에 대비하여 가격효율성이 밀리는 현상을 심화시켰다.

주식시장에서는 선물과 옵션 거래, 대주가 가능하며, 주가가 저평가되면 M&A가 발생하여 경영권 프리미엄이 현금으로 주주들에게 실현된다. 한국의 코스피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파생상품 시장이 되었다. 반면에 부동산 시장에는 파생상품이 존재하지 않으며, 실수요자라도 저평가된 부동산에서 가격 발견이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는 경제의 변동성이 커졌다. 따라서 과거 부동산 불패의 시대에서는 의사결정이 단순하고 옵션 매수와 같은 보험료를 지급할 이유가 없었지만,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옵션’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예를 보자. 임대차 계약서를 보면 임차인은 시장 임대료의 일정 수준에서 임차인에게 계약 연장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으며, 임대인이 임대차 물건의 매도를 결정하는 경우, 임차인의 우선매입권도 확보할 수 있다.

필자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이러한 옵션이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 전반에서 이런 옵션을 이해하고 구사하는 내국인 실수요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전ㆍ월세 상한제 안에서도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동시에 임차인에 대한 계약 자동갱신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제기된 바 있다.

가격 발견 문제는 디벨로퍼 업계에서는 더욱 치명적이 된다. 부동산 PF는 부동산과 금융의 통합에서 최고 성숙 단계이다.  그러나 사업손실이 발생하면서 파트너들 간에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론 상으로는 법적 분쟁은 최후의 대안이고, M&A가 우선적인 대안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PF거래는 미약한 자기자본 위에 보증에 기반하여 구성되었기 때문에 펀다멘털이 부족하여 태생적으로 M&A에 부적합하다. 더구나 신용경색으로 가격결정 기능이 더욱 퇴조해 있다. 이로 인해서 구조조정펀드들이 시장에 참여하는 데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PF구조조정 시장의 유망주인 사모투자펀드들은 일반적으로 부동산에 진출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블랙스톤 펀드의 경우는 일찍부터 RTC의 부동산 부실채권 입찰에 참여하였고, 1992년부터 JMB Realty, Trammell Crow 등 부동산 전문업체의 전문가를 영입하여 텍사스에서 개발사업 경험도 쌓았으며, 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리먼브러더스가 무리한 투자를 하다가 쓰러진 데에도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블랙스톤의 설립자가 리먼브러더스 출신이므로).

사모투자펀드는 최초 투자 시점에서 계약서에 가격 발견 기능을 심어 둔다. 경영파트너와 공동으로 기업인수를 한 후, 일단 이사회에 참여하여 발언권 및 의결권을 확보한다. 사모펀드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경영파트너가 우선매수권을 가지며, 경영파트너가 매각할 경우에는 사모펀드가 우선매수권을 가진다. 경영파트너가 지분을 팔 때에 (기업공개를 하는 경우 포함) 사모펀드의 지분도 함께 팔아 달라고 요구하는 공동매도권(tag-along)을 가지며, 경영파트너 측에서도 공동매각 요청권(drag-along)도 가진다. 매수청구권을 영어로 번역하면 “right of appraisal”인데, 여기에는 “지금까지 거래에 당사자로 참여해 온 당사자로서 귀사가 생각하는 가격을 밝히라”라는 가격발견기능이 숨어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개발사업부지 매수에 앞서 토지매입 옵션을 확보한 후, 행정소송까지 거치면서 인허가를 확보한다. 인허가에 1년여의 기간 및 소송비용이 발생하지만, 더 이상의 위험은 제거되니, 국내의 인허가 지연으로 인한 연체이자와 대비한다면 고려해야 할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옵션 기법을 향후의 신규PF사업에 적용하고자 할 때 거래비용과 금융자본에 대한 수익 배분이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나, 디벨로퍼 업계에서는 선진화와 구조조정을 위한 필수 경비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동산 PF와 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