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메자닌 등 일부 투자는 위약방지 차원서 필요"
"공공자금 절차적 정당성 강조되며 블라인드 펀드 줄어"
"포트폴리오상 자산배분의 철저한 세분화가 좋은 대안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규모가 커지고 투자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업계를 대변할 '협회'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2009년초 협회의 전 단계 격인 '한국PEF운용사협의회'가 발족됐고 이종갑 현 벤쳐캐피탈협회장이 초대 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이재우 보고인베스트먼트 대표가 2대 협의회장을, 임유철 H&Q AP 코리아 대표가 사무총장을 맡아 1년에 몇번씩 대표급 미팅과 임원들이 참여하는 서브커미티(Sub-Committee)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이재우 협의회장은 국내 PEF 업계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로 ▲펀드레이징 소스 다양화 ▲자산배분 (Allocation) 세분화 ▲옵션투자에 대한 합의 ▲블라인드(Blind)펀드 및 토종자본 육성을 통한 경제 활성화 등을 꼽았다. 다음은 이재우 협의회장과 일문일답.
- 최근 업계에서 어떤 이슈가 논의됐는지?
"풋백옵션 같은 옵션부 투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PEF는 리스크를 감내하는 에쿼티 투자다. 원금과 이율을 보장한 옵션이 심하게 가미된 투자를 에쿼티 투자로 포장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에는 업계도 모두 인식을 같이한다. 그러나 경영권 투자가 아닌, PEF가 2대나 3대 주주로 참여한 투자 건은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특정기업 오너가 PEF에서 투자를 받으며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 든지 "3년 내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이를 어기는 일도 발생한다. 이런 위약(違約)을 방지할 수 있는 도구(Tool) 차원에서 옵션이 필요할 때가 있다."
- 감독당국이 자기 책임으로 시행하는 사모(私募)펀드에 너무 공모(公募)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도 있었다.
펀드 투자자 보호 차원도 있겠지만 오히려 사모펀드 업계 보호 차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의 잘못된 사례로 인해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악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있다. 물론 업계는 항상 "시장의 자율성과 정화능력을 믿어달라"며 배고픈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원회와 감독원 등은 사모펀드 업계의 역할과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 등록되는 PEF 숫자도 늘고 시장규모도 커지고 있다. '체질'도 좋아진 것으로 보시는지?
"양적으론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경영권을 수반한 소위 바이아웃(Buy-out)을 하는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는 크게 늘지는 않았다. 투자대상을 미리 결정하고 자금을 모아 마이너리티 투자를 하는 프로젝트 펀드 위주로 늘어났다. 투자자(LP)들이 블라인드를 선호하지 않으면 펀드매니저가 재량껏 딜을 구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가 줄어들게 된다.
- 블라인드 펀드 감소 현상의 원인은?
"블라인드 펀드로 큰 수익을 시현해 충분히 매력도가 높은 GP가 그리 많지 않았다. 또 국내 PEF는 주요 자금원천이 연기금ㆍ공제회다. 이들은 공공자금 성격이 크다 보니 '손실'을 보지 않아야 하고, 수익저하에 대한 방어(Downside Protection)도 요구하게 된다. 그러니 투자처와 투자 구조를 놓고 운용사(GP)가 아닌 출자자(LP)가 직접 결정하려는 성향이 커지면서 프로젝트 펀드만 늘어난 것이다.
또 이들 LP가 '절차적 정당성'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점도 한 요인이다. 연기금 LP들의 투자노하우나 경험, 실력은 이미 상당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투자 전문성이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 고수익을 바라는 상업적 판단을 함에 있어 절차문제를 더 따져야 한다. 회계법인, 채권평가사 같은 PEF와는 거리가 있는 외부자문기관에서 '자문 리포트'를 받아 첨부해야 하는 일도 발생한다. 전문가 그룹이 절차적 정당성 때문에 비전문가 그룹을 찾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 객관성 있는 투자를 위해 불가피한 것 아닌지?
"PEF는 포트폴리오 상에서 고수익을 기대하는 대안투자, 대체투자 분야다. 누구나 보기에 좋은 투자는 이미 가격이 높을 것이고, 누가 보아도 안전한 투자는 저수익을 내는 것이 시장원리다. 남과 다른 시각, 다른 접근법과 철학으로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게 사모투자다. 개성과 색깔이 존중되지 않고 객관성만 요구하게 되면 PEF투자 목적이 사라진다. 돈은 남다른 시각을 가진 소수가 버는 것 아닌가."
이재우 한국PEF운용사 협의회장은 "투자자(LP)들이 사모펀드(PEF)에 출자할 때 투자목적에 맞춰 자금배분을 지금보다 더 세분화, 다양화하면 고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해외는 어떤지?
"일단 블라인드 퍼드를 줘서 투자를 자유롭게 발굴해 오게 한 뒤 추가로 더 직접 투자를 할지 그때 고민한다. 좋은 PEF 딜은 독점적으로 소싱하는게 중요한데 프로젝트 펀드로는 그 모집과정에서 말이 다 나갈 수 밖에 없다. 국내와 달리 일정 시점에 자금을 몰아 제공하는 출자 방식은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주요 펀드들의 자금 모집 사이클이 겹치지 않게 된다.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펀딩을 한 국내 블라인드 펀드 GP가 한국에서 전혀 펀딩이 안 되고, 국내에서 펀딩 잘하는 GP가 해외 자금을 유치하지 못하는 현상이 이를 대변한다."
- 한국 상황을 무시하고 무조건 해외만을 따라갈 수는 없어 보인다.
"물론이다. 그래서 국내 투자환경을 감안한 대안으로 좀 더 세분화, 다양화된 자산배분(Asset Allocation)이 시도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단순히 대체투자 내의 부동산, PEF, 메자닌 등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다. PEF 내에서도 "고수익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목표 투자', '중수익 목표 투자' 등으로 목표수익률이나 투자성격을 아예 더 세분해 자금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운용사들도 좀 더 구체적인 목표로 투자에 접근할 수 있다. 이를 시행한 후 수년이 지나 어떤 분야는 성과가 좋을 것이고, 어떤 분야는 기대수익보다 낮은 성적을 보일 것이다. 이에 맞춰서 특정분야 자산규모를 늘리거나 줄이면서 에셋 클래스를 조율하면 된다."
- 국내에 토종 블라인드 펀드가 늘어난다고 해서 국가 경제 전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해외에서 자금을 받은 글로벌 PEF들은 굳이 한국이 아니더라도 투자할 곳이 많다. 한국에서 싼 매물이 나오면 우르르 들어왔다가 고수익을 내고 나가면 그만이다. 반면 한국에서 출자 받은 한국 운용사, 이른바 로컬 GP는 시장 상황이 어떻든 계속 한국에서 투자하고 이익을 내면서 한국에서 계속 출자를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OOO펀드가 △△기업에 투자, 수익을 냈다하더라도 이 기업이 망가졌다고 한다면? 어느 연기금이 다음에 이 펀드에 돈을 맡기려고 하겠는가. 자연히 수익만큼이나 해당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고용을 늘리는 데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런 역할을 사모펀드가 담당할 수 있으려면 경영권을 수반한 투자여야 한다. 좋은 기업이 일시적으로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자본확대가 필요하다면 이미 약정액을 받아놓은 블라인드 펀드가 있어야 시의 적절하게 경영권을 사올 수도 있고 자본확충(Cash Injection)도 이뤄진다. 최근 웅진코웨이 딜이 좋은 사례다. 최종적으로 프로젝트 펀드에 기대지 않아도 됐던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것이 바로 블라인드 펀드의 힘이다."
- 사모펀드가 대안자본이 된다는 뜻으로 들린다.
"국내에선 자본과 우수 인력이 일부 대기업들에 편중돼 왔다. 하지만 경제 전체 발전, 그리고 경제민주화의 실현을 위해서는 더 다양한 주주그룹이 필요하다. 리스크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 은행이 이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있겠는가? 전문 경영인이 힘을 합쳐 위험자본(Risk Capital)투자를 단행하면서 기업을 회생시키거나 기업가치를 제고하면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고용증대와 경제활성화에 공헌하는 것이 PEF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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