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2
110조원을 굴리는 우정사업본부는 국외 사모대출펀드(Private Debt Fund·PDF)에 최대 3000억원을 투자하기 위해 다음달 자금을 맡길 운용사 3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인수·합병(M&A)을 하려는 미국과 유럽 지역 기업들에 자금을 대주고 선순위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연간 목표수익률은 6%대 수준이다.
행정공제회는 국외 PDF에 11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다음달 중 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상반기 투자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순위 대출채권을 사들이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수익성이 좀 더 나은 메자닌(중순위) 대출채권을 타깃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들어 연기금 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국외 M&A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PDF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국외 PDF 투자 규모는 총 8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행정공제회를 시작으로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경찰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공모 절차를 거쳐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활동하는 PDF 운용사를 선정했거나 선정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보험사 상호금융사 등 개별적으로 투자를 집행한 곳까지 더하면 올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국외 PDF 투자 규모는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국외 PDF 투자를 확대하고 나선 것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M&A 시장보다 규모가 큰 외국에서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찾겠다는 복안으로도 보인다.
PDF는 M&A를 추진하는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대출채권은 투자 위험에 따라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로 나뉜다. 담보를 잡고 대출해주는 것이어서 지분을 매입하는 사모주식펀드(PEF)처럼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우나 손실 위험은 낮다. 투자 회수 기간도 3년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선진국 등에서는 투자 위험을 감안한 수익성이 우수하다고 인정받아 PDF 시장이 수년 전부터 활성화돼왔다"며 "저금리가 심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 각광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외 투자를 늘리는 기관투자가 대부분이 부동산에 치중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배분 차원에서 향후 국외 PDF에 대한 수요는 더 많아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내년부터 PDF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PDF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PEF는 운용자산의 최대 50%까지, 헤지펀드는 운용자산의 전체를 기업에 대출할 수 있도록 연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과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어 운용사들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인수자금을 간접 대출하거나 은행의 인수금융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등 우회적인 형태로 PDF를 운용해왔다.
이번 조치로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을 할 수 없는 기업들은 보다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주식시장에 국한돼온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들도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용어 설명>
▷ 사모대출펀드(PDF) : 소수의 기관투자가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지분이 아닌 기업 대출과 회사채 투자에 활용해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를 말한다. 기업 지분에 투자하는 사모주식펀드(PEF)에 비해 기대수익은 떨어지지만 투자 위험은 낮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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