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1
전문가들은 신탁을 다양한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려면 신탁업을 자본시장법에서 분리, 독립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09년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신탁업은 금융투자업무 중 하나로 전락했고 신탁업법은 아예 폐지됐다. 신탁이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으면서 제약이 많아졌고 금전신탁이 중심이 되면서 발전이 제한됐다.
신탁업법을 별도 제정하기에 앞서 온라인 계약 허용, 광고·홍보 규제 완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신탁 계약을 체결하려면 위탁자가 자산의 종류와 비중, 위험도 등을 자필로 기재해야 하고 운용 지시 변경도 자필로 해야 한다. 또 신탁 상품은 온라인이나 설명서 배포 등을 통해 불특정다수의 투자자에게 홍보할 수 없다. 금융권은 정부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도입할 때 신탁 상품에 대한 광고·홍보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온라인 거래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투자자의 알 권리와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광고·홍보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령화 시대에 맞춘 상속과 증여 관련 신탁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법의 유류분 제도와 상충되는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 유류분 제도란 유언장에 관계없이 법적 상속인이 망자의 재산을 일정 비율로 반드시 상속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현재는 상속 신탁을 만들 때도 유류분 제도를 감안해야 한다.
세제 지원으로 신탁 상품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신탁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에서도 신탁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세제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속세와 증여세 등에 대해 세제 지원이 이뤄지면 신탁업이 좀 더 활성화되고 부가 젊은층으로 조기 이전돼 경기를 살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탁할 수 있는 재산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2012년에 개정된 신탁법은 신탁재산의 제한을 없앴지만 자본시장법이 신탁재산의 범위를 법에 열거된 재산으로 한정하면서 신탁회사는 다양한 재산을 위탁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예를들어 신탁을 활용하면 탄소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으나 자본시장법상 탄소배출권을 신탁재산으로 포함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면서 국내에서는 탄소배출권 신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탁재산의 자산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신탁재산을 합쳐 운용하는 방안도 허용돼야 한다. 단독 운용이 곤란한 소액 신탁재산은 합쳐 운용하면 분산투자의 효과를 높여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산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방식의 운용이 필수적인 만큼 합동 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탁신탁이 가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신탁회사가 건물을 수탁받아 운용할 경우 직접 건물을 관리하기엔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이 경우 신탁회사는 건물에서 나오는 수익만 관리하고 건물 관리는 전문회사에 맡기는 방식이다.
어디에 투자할지 미리 특정하지 않고 돈을 맡아 신탁회사가 알아서 투자하는 불특정금전신탁은 2004년부터 신규 판매가 금지됐는데 신탁 활성화를 위해 재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불특정금전신탁과 비슷한 종합투자계좌(IMA) 업무가 가능해진다”며 “고객의 선택권 확대를 위해서는 은행권에도 불특정금전신탁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업계는 은행권에 불특정금전신탁이 허용되면 펀드가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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