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 튀며 운용인력 유출이 비상에 걸렸다.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기금운용본부에서 옷을 벗은 이가 2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2015년 한해 동안 10명이 퇴사한 것과 비교하면 운용인력 유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올해 기금운용본부는 총 3차례나 신규운용인력 채용을 진행했다. 애초 2차로 끝내려 했던 전형은 인력 이탈이 급격히 늘면서 3차 전형을 추가해야 했고, 새로 30여명을 더 뽑았다. 올해 기금운용본부의 정원은 지난해에 비해 40명이 늘어난 260명이다. 1~2차에 걸쳐 36명을 뽑고, 여기에 계획에 없던 3차 전형을 통해 30명을 추가했다. 이로 미뤄보면 지금까지 퇴사한 인원만 30명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퇴사자 수의 3배 수준이다.
실제로 하반기 들어서만 해외주식팀장, 채권팀장, 해외인프라팀장, 국내인프라팀장 등 주요 팀장급 인력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주식팀, 리스크관리팀, 전략실 등 “거의 모든 운용 부서에서 전방위적 인력 이탈이 있다”는 게 본부 관계자의 말이다.
인력 이탈의 주된 원인은 본부의 전주 이전이다. 운용인력의 연봉이 민간 자산운용 업계 평균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두집살림’을 감당해야 할 지방 이전은 언감생심이라는 게 대다수 직원들의 불만이다. 외부에서 선임되고 임기도 2년에 불과한 본부장이 연봉 인상과 처우 개선을 통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도 없는 구조다. 그나마 지난해 상반기 정해진 연봉 9% 인상안도 지금까지 유야무야인 상태. 기관 평가의 키를 쥔 기획재정부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기금운용에 대한 의혹 제기는 안 그래도 심란한 직원들의 마음에 폭탄을 안겨줬다. 한 운용인력은 “모든 투자에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이라며 “‘왜 최저가에 사지 않았느냐, 사들인 주식이 왜 떨어졌느냐’는 질타를 들을 때면 심적 압박과 부담이 상당하다”고 호소했다. “요즘같은 분위기라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푸념도 이어졌다.
기금운용본부가 운용하는 ‘국민의 돈’은 올해 9월말 기준으로 544조6000억원에 달한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내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투자기관에서 국빈급 예우를 받는 VIP다. 전 세계 어떤 연기금과 비교해도 운용 액수가 큰 국제적 ‘큰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액의 돈을 실제로 굴려야 하는 운용인력은 10월말 현재 260여명에 불과하다.
기사승인 [2016-12-02 06:00]
장진원 기자 jjw@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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