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0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해외 송금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들에 특히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내 외국 기업 투자 감소, 위안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한 중국 당국의 비공식적인 규제가 외국 기업들을 옥죄고, 투자 위축을 부를 것으로 우려된다.
WSJ에 따르면 중국인민은행(PBOC)와 산하 외환관리국(SAFE)은 지난달부터 500만달러 이상 거래는 승인을 받도록 하고, 중국에서 해외 은행으로의 송금 규모도 제한하고 있다.
한 다국적 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들의 해외송금 한도는 중국내 자산 대비 100%에서 지금은 30%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송금 규정을 꾸준히 완화해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불확실성에 직면한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내 재투자를 망설이는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기업들에 중국 투자 컨설팅을 하는 독일 은행 아콘 안티엔방크의 알렉산데르 티체 전무는 "앞으로 중국에서 본국으로 송금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기업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면서 중국내 외국인 투자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자본 통제는 투자 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 인수합병(M&A), 신규 합작벤처 등도 위협할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 중국 당국은 외국인투자 감소 속에 위안화 하락 압력이 높아지면서 자본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외국인투자 규모는 2500억달러로 2009년에 비해서는 배 가까운 급증세였지만 2013년에 비해서는 145% 줄었다.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위안은 약세를 이어가고 있고, 이때문에 외국기업들은 중국내 소득을 달러로 바꾸려 하고 위안 하강 압력을 높인다. 위안은 올들어 7% 하락했고, 중국 외환보유액은 1월 3조2300억달러에서 지난달말 현재 3조500억달러로 줄었다.
위안 하락을 막기 위한 자본통제가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켜 위안 추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경우 중국 경제 둔화세 속에 재투자 기회가 줄면서 자금을 다시 본국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당국의 자본유출 규제로 이도저도 못하게 생겼다.
그러나 이는 중국내 투자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이 돼 투자 추가 위축을 부르고 위안 하락 압력은 높인다. 이는 규제 강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법무법인 핀센트 메이슨스 상하이의 베른트 스투켄 변호사는 "상당수 고객사들이 중국내 사업을 합병하고, 구조조정하고 있다"면서 일부는 기업을 청산하고 있으며 신규투자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컨설팅업체 트레저리 앨라이언스 그룹의 대니얼 블루멘 파트너에 따르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이같은 규제가 비공식적인 것으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명확한 한계 설정이 어려워 불확실성이 그만큼 높다. 당국이 공식적인 규정 개정을 발표한게 아니라 은행들에 비공식적인 지침만 하달했기 때문이다.
송금한도 등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사안마다 담당자의 의견이 곧 법이 되는 상황이다.
1600여 유럽기업들을 대표하는 중국 유럽상공회의소(ECCC)의 외르그 부트케 소장은 새로운 비공식 규정들이 기업 운영을 심각히 위협하고 "중국 투자환경의 예측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