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IPO등>/ ■ M&A

잠자는한국,짐싸는외국계IB.골드만삭스.BoA메릴린치. JP모간. 바클레이스등.한국 M&A.IPO 미루고 .회사채줄고.한국 경제가 활력과 역동성을 잃어가 .

Bonjour Kwon 2016. 12. 27. 06:53

2016.12.26

 

"올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런데 내년에 다시 뵐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임원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말이다. 왠지 신경이 쓰여 돌아서는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니 근심이 가득했다.

 

국내 진출한 외국계 IB업계의 세밑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실적 부진에 글로벌 본사가 아시아 지역 인력 감축 계획을 밝히며 한국 조직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외국계 IB는 "전체 직원 3분의 1 이상이 짐을 싸게 될 것"이란 흉흉한 얘기마저 들린다.

대표적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내 대규모 구조조정 추진과 함께 서울지점 인력 감축을 검토 중이란 얘기가 나온다. BoA메릴린치도 최근 시니어급 임원을 포함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JP모간을 비롯한 나머지 외국계 IB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영국계 바클레이스에 이어 말레이시아계 CIMB도 기존 직원을 대부분 내보내며 한국에서 IB업무를 접었다. 한때 동년배들 사이에서 잘나가는 고액 연봉자로 통하던 외국계 IB 직원들은 당장 실직 걱정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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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진출한 외국계 IB업계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친 건 한국 시장에서의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거래규모가 최근 5년 새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대형 M&A 거래가 자취를 감추는 등 극심한 딜 가뭄에 시달리면서 자문 업무로 돈을 버는 IB들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쌍용양회, 현대증권, 금호타이어 등 간간이 대형 M&A 거래가 등장했지만 시장 양극화로 몇몇 IB들이 이를 독식해 나머지는 설 자리가 좁아졌다.

 

대기업들이 외형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면서 대형 거래 건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대기업 검찰 수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정국 불안 여파도 한몫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문계약을 체결한 딜들이 기약 없이 미뤄지거나 무산된 경우도 속출했다.

 

새해에도 상황이 급반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벌써부터 대선 이슈 등이 맞물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낼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이 와중에 결코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 있다. 외국계 IB가 처한 비관적 처지가 녹록지 않은 우리 경제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M&A와 IPO를 미루고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보다 빚 줄이기에 주력하는건 그만큼 우리 경제가 활력과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외국계 IB의 눈물을 마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기에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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