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종합상사들이 농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은 지난해 10월 창립 40주년 행사에서 "앞으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자들이 위력을 떨치게 될 것"이라며 "실패 가능성이 낮은 식량사업에서 생산부터 가공까지 밸류 체인을 완성해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밝혔다.
과거 종합상사의 농업 관련 사업은 중계 무역에 한정됐으나, 최근 몇년 사이에 해외 현지 농장을 인수하는 등 식량 생산-가공-유통을 수직계열화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년 5조8000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식량시장은 2020년 6조40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0년 IT시장(3조5000억 달러)과 자동차시장(1조6000억 달러)의 각각 1.7배, 3.6배 규모다. 식량시장에 식품 가공 및 판매, 유통을 포함하면 관련 시장 규모는 15조 달러(2014년 기준)로 더욱 늘어난다.
인구 증가율보다 곡물 소비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도 곡물시장의 미래를 밝게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곡물 소비는 2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구는 65억명에서 74억명으로 13% 늘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식용, 사료를 넘어 바이오 에탄올과 바이오 디젤 등 연료 수요가 추가돼 식량 사업의 미래 성장성이 기대된다”고 했다.
◆ 팜오일·망고... 동남아 농장 경영해 미래 먹거리로 삼는다
국내 종합상사들은 팜오일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팜오일은 팜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으로 식용유와 화장품, 의약품, 윤활유 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 쓰인다. 전세계적으로 식물성 기름 중 팜오일의 수요가 가장 많다. 2015년 세계 팜오일 수요는 6100만톤으로, 10년전의 1400만톤에서 연평균 15.9%씩 성장했다. 2020년에는 72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대우는 지난해 국내 종합상사 중 가장 많은 250만톤의 곡물을 거래했다. 2015년 85만톤에서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새해 곡물 거래 목표량은 전년대비 30% 늘어난 350만톤이다.
포스코대우는 2011년 인도네시아 팜오일 재배업체 '피티 바이오 인티 아그린도'를 인수하고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에 위치한 3만4195헥타르 규모의 농장에서 팜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10만톤의 곡물을 가공할 수 있는 미얀마 미곡처리장(RPC⋅Rice Processing Complex)도 내년 준공할 예정이다.
LG상사는 2009년 12월 인도네시아 서부 칼리만탄 스까다우(Sekadau)에 2만헥타르 규모의 팜농장을 확보했다. 현재 연간 7만톤의 팜오일을 생산하고 있으며, 추가 투자로 2019년엔 생산량을 10만톤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LG상사 관계자는 “팜농장 추가 확보와 연관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팜오일은 바이오디젤의 원료로도 쓰이며 팜열매 수확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의 연료로 활용된다. 팜오일을 바이오 에너지 사업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일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2015년 캄보디아 프놈펜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농작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캄보디아 법인은 현재 153헥타르 규모의 망고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11월엔 현지 파트너인 마오레거시(Mao Legacy Co., LTD)와 프놈펜 농산물유통센터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취급 품목을 망고에서 캄보디아산 열대과일 전반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아직 초기 개척 단계이기에 매출이 크진 않지만 회장의 의지가 있는 만큼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 중”이라고 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직접 투자 대신 기존 무역 중심의 식량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합병 당시 “제일모직 패션 등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섬유와 식량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韓 곡물자급률 23.8%...해외 유전, 광산에 투자하듯 농장에도 투자 필요해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6%로 조사대상 178개국 가운데 128위, OECD 34개국 중 32위였다. 곡물자급률은 갈수록 떨어져 지난해엔 23.8%로 나타났다.
한국은 옥수수의 99.2%, 밀의 99.3%를 수입한다. 큰 가뭄 등으로 국제 곡물가가 오르면 어려움에 겪을 수밖에 없다. 해외 유전, 광산에 투자하듯 해외 농장에 직접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종합상사들이 식량산업에 주목하는 다른 이유는 사업 다각화와 위험성 분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식량산업은 생산 측면에서 보면 기후 등에 영향받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High Return)의 수익 위험 구조를 갖고 있는 반면 유통·가공 측면에선 수익성은 낮으나 안정적인 수요 기반이 늘 존재하는 로우리스크·로우리턴(Low Risk·Low Return)의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종합상사들에게 적합하다.
조항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종합상사는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구성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최적화돼 있다”며 “식량사업은 상사가 보유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 식량산업 일찌감치 진출한 日...석유, 철광석 이어 식량 사업다각화 나서
일본 종합상사들은 한 발 먼저 식량원자재사업에 진출했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철광석, 석탄, 석유, LNG 등의 자원 사업에 뛰어들어 세계 자원 업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11년부터 이들 자원 가격이 하락하며 큰 손해를 봤다. 이 여파로 일본 종합상사 업계 1, 2위를 다투던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등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자원 부문이 약하던 이토추상사는 사상 최초로 일본 종합상사 중 순이익 1위에 올랐다. 일찍이 셰일가스 개발에 실패한 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식량·펄프 등의 분야에 집중한 덕분이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자원 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식량에 주목해 과감한 투자로 세계식량산업의 메이저 업체로 부상 중이다.
미쓰비시상사는 2012년 미국의 식량 집하 및 판매회사 3곳을 인수했고, 2013년엔 브라질의 대두·옥수수 회사를, 2014년에는 세계 3위의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체인 ‘서마크(Cermaq)’을 1조4700억원에 사들였다. 태국 자산관리공사(TMAC)의 새우 양식사업에 투자하는 등 수산업에도 뛰어들었다. 마루베니상사는 2012년 세계 3위 곡물업체 ‘가빌론(Gavilon)’을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토추상사는 2012년 청과사업의 세계적 강자인 Dole의 아시아 부문(Dole International)을 2조원에 매입했다.
과거 종합상사의 농업 관련 사업은 중계 무역에 한정됐으나, 최근 몇년 사이에 해외 현지 농장을 인수하는 등 식량 생산-가공-유통을 수직계열화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 ▲ LG상사의 인도네시아 팜 농장. /LG상사 제공
인구 증가율보다 곡물 소비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도 곡물시장의 미래를 밝게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곡물 소비는 2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구는 65억명에서 74억명으로 13% 늘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식용, 사료를 넘어 바이오 에탄올과 바이오 디젤 등 연료 수요가 추가돼 식량 사업의 미래 성장성이 기대된다”고 했다.
◆ 팜오일·망고... 동남아 농장 경영해 미래 먹거리로 삼는다
국내 종합상사들은 팜오일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팜오일은 팜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으로 식용유와 화장품, 의약품, 윤활유 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 쓰인다. 전세계적으로 식물성 기름 중 팜오일의 수요가 가장 많다. 2015년 세계 팜오일 수요는 6100만톤으로, 10년전의 1400만톤에서 연평균 15.9%씩 성장했다. 2020년에는 72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 전경. /조선일보DB
포스코대우는 2011년 인도네시아 팜오일 재배업체 '피티 바이오 인티 아그린도'를 인수하고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에 위치한 3만4195헥타르 규모의 농장에서 팜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10만톤의 곡물을 가공할 수 있는 미얀마 미곡처리장(RPC⋅Rice Processing Complex)도 내년 준공할 예정이다.
LG상사는 2009년 12월 인도네시아 서부 칼리만탄 스까다우(Sekadau)에 2만헥타르 규모의 팜농장을 확보했다. 현재 연간 7만톤의 팜오일을 생산하고 있으며, 추가 투자로 2019년엔 생산량을 10만톤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LG상사 관계자는 “팜농장 추가 확보와 연관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팜오일은 바이오디젤의 원료로도 쓰이며 팜열매 수확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의 연료로 활용된다. 팜오일을 바이오 에너지 사업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 현대종합상사의 캄보디아 망고농장 전경. /현대종합상사 제공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취급 품목을 망고에서 캄보디아산 열대과일 전반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아직 초기 개척 단계이기에 매출이 크진 않지만 회장의 의지가 있는 만큼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 중”이라고 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직접 투자 대신 기존 무역 중심의 식량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합병 당시 “제일모직 패션 등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섬유와 식량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韓 곡물자급률 23.8%...해외 유전, 광산에 투자하듯 농장에도 투자 필요해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6%로 조사대상 178개국 가운데 128위, OECD 34개국 중 32위였다. 곡물자급률은 갈수록 떨어져 지난해엔 23.8%로 나타났다.
한국은 옥수수의 99.2%, 밀의 99.3%를 수입한다. 큰 가뭄 등으로 국제 곡물가가 오르면 어려움에 겪을 수밖에 없다. 해외 유전, 광산에 투자하듯 해외 농장에 직접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 ▲ LG상사의 인도네시아 팜오일 가공 공장. /LG상사 제공
조항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종합상사는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구성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최적화돼 있다”며 “식량사업은 상사가 보유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 식량산업 일찌감치 진출한 日...석유, 철광석 이어 식량 사업다각화 나서
일본 종합상사들은 한 발 먼저 식량원자재사업에 진출했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철광석, 석탄, 석유, LNG 등의 자원 사업에 뛰어들어 세계 자원 업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11년부터 이들 자원 가격이 하락하며 큰 손해를 봤다. 이 여파로 일본 종합상사 업계 1, 2위를 다투던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등은 지난해 사상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자원 부문이 약하던 이토추상사는 사상 최초로 일본 종합상사 중 순이익 1위에 올랐다. 일찍이 셰일가스 개발에 실패한 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식량·펄프 등의 분야에 집중한 덕분이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자원 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식량에 주목해 과감한 투자로 세계식량산업의 메이저 업체로 부상 중이다.
미쓰비시상사는 2012년 미국의 식량 집하 및 판매회사 3곳을 인수했고, 2013년엔 브라질의 대두·옥수수 회사를, 2014년에는 세계 3위의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체인 ‘서마크(Cermaq)’을 1조4700억원에 사들였다. 태국 자산관리공사(TMAC)의 새우 양식사업에 투자하는 등 수산업에도 뛰어들었다. 마루베니상사는 2012년 세계 3위 곡물업체 ‘가빌론(Gavilon)’을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토추상사는 2012년 청과사업의 세계적 강자인 Dole의 아시아 부문(Dole International)을 2조원에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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