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9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에 신중을 더하면서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과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비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우량 물건도 “투자 안해”…리스크 관리 차원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목표 수익률을 전년 대비 1% 포인트 이상 낮춰 잡은 기관 투자자들이 보수적 투자 입장을 강화하고 있다. 불과 1년전만해도 충분히 투자할만했던 투자 딜들에 대해서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투자를 포기하고 있다.
행정공제회는 한국투자증권의 프랑스 노바티스 빌딩 투자 건을 접었다. 한투 증권이 지난해 인수한 이 빌딩은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임차 중으로 연 5% 이상 배당 수익류를 낼 수 있는 우량 물건군에 속한다.
행공은 담당자가 직접 현지를 방문에 빌딩 실사를 하는 등 심도깊은 검토를 했지만 최종 투자는 않기로 했다. 투자 대상 물건 자체의 문제보다 기관의 리스크 관리 차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4년뒤 리스크까지 관리…판교 알파리움 투자 포기
주택도시기금은 판교 알파리움타워 1,2동에 대한 투자를 포기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C2-2, C2-3블록에 위치한 알파리움타워는 최근 삼성물산(건물부문)이 입주하며 공실 리스크가 해소됐다. 삼성물산을 포함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2021년 1월까지 입주 계약을 맺은 상태다.
하지만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임차 계약이 만료되는 4년후 공실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판교알파리움의 우선협상대상자(우협)인 ARA자산운용이 4년 뒤 삼성물산이 나갈 경우 공실 해소 방안에 대해 제시했지만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향후 영업이익 감소에 대한 전망도 작업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금리인상,현지 자금조달 비용 1%p 이상 상승
미국발 금리 인상도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기존 투자 조건이 달라지는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에 검토했던 월마트 인수 계약을 포기했다. 당시 연 9%에 달하는 높은 배당 수익률이 기대돼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트럼프 당수 이후 지난해 12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인상되며 투자 리스크가 높아졌다.
미국 현지 조달 비용이 1% 포인트 가까이 높아지면서 예상 투자 수익률이 연 5%대로 뚝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이 돌려받을 수 있는 이행보증금이 돌려받을 수 없는 이행보증금으로 변하는 시점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로 미룬 것을 신의 한수로 보고 있다. 만약 미국 대선 결과 이전에 투자를 집행했다면 큰 투자 손실이 예상됐다.
이에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미국의 자기자본 투자 계획을 철회 또는 수정해 사모대출펀드(PDF) 형태로 선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에 검토했던 모든 딜의 투자 조건이 달라졌다”며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투자를 포기하든지 조건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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