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9
부동산펀드로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고액자산가 전유물로 여겨졌던 부동산펀드에 일반투자자들도 자금을 태우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개인투자자도 쉽게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공모형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펀드 순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31.3% 증가한 47조1625억원을 기록했다. 1년 만에 11조2546억원이 증가했다.
공모형 부동산펀드 규모도 1조2742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32.4%가 증가했다. 전체 부동산펀드 증가율보다 많다.
그간 부동산펀드는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가 주로 찾았다. 부동산펀드 시장 99%는 여전히 사모펀드다. 지난해 증가한 11조원 가운데 10조원은 사모펀드 증가분이다.
꾸준한 증가 추이를 보이던 사모 부동산펀드와는 달리 공모형 부동산펀드는 2008년 이후 인기가 시들했다. 2007년 말 1조7242억원에 달했던 공모형 부동산펀드 순자산 총액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말 8560억원까지 내려갔다. 2년 만에 절반 가량이 빠져나간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사모 부동산펀드는 5조3360억원에서 10조7028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모형 부동산펀드로 유입되는 주된 이유는 저금리 때문”이라며 “부동산펀드뿐 아니라 소액 투자자들이 손쉽게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대체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도 개인투자자를 잡기 위한 공모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9월 내놓은 공모형 부동산펀드인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는 출시 열흘만에 목표액인 3000억원을 전부 채웠다.
하나자산운용이 앞서 출시한 공모형 펀드 `하나티마크그랜드 종류형 부동산투자신탁`은 출시 1시간만에 690억원을 모았다. 이 펀드는 국내 임대형 부동산 펀드 가운데 처음으로 공모형으로 판매됐다.
거래소 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상장 리츠 상품도 다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2년 6월 이후 재개되는 리츠 상장이다. 리츠는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하고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 배당하는 형식이다.
자산운용사도 리츠 및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내년 상반기 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상장형 리츠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인가를 추가 획득해 리츠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리츠나 공모형 부동산 펀드는 여러명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으기 때문에 직접 투자에 비해 수익이 낮지만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 투자처”라며 “만기 시점에 부동산이 매각 가능성 여부를 판단해 투자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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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펀드 추이 (단위:억원) 자료: 금융투자협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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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부동산 침체 경고음 속 부동산펀드 인기, 투자 괜찮을까?
2017.01.9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하반기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펀드를 선보여 단기간에 완판했다.
새해 재테크 시장에서 단연 눈길 끄는 건 부동산펀드다. 부동산펀드는 국내외 상업용 건물, 토지 등에 투자한 후 임대료, 매매차익 등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통상 사모펀드가 대세였으나 최근 들어선 공모펀드가 속속 등장, 내놓을 때마다 완판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이 지난해 하반기에 내놓은 ‘티마크그랜드부동산(호텔)’펀드와 비슷한 시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선보인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댈러스오피스)’펀드는 각각 600억원, 3000억원에 달하는 설정 물량이 단시간 내 동났다. 한 번 가입하면 수년간 투자자금이 묶이는 폐쇄형 펀드지만 연 기대수익률이 4% 안팎이라는 점에 자산가들 지갑이 열렸다. 여세를 몰아 하나자산운용은 3월 미국 나사(NASA) 건물을 담고 있는 리츠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펀드를 내놓기로 했다.
이처럼 인기를 끌기 시작한 부동산펀드. 하지만 한편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인데 부동산펀드 가입은 상투 잡는 재테크’라며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얼마나 늘었나
▷지난해 부동산 펀드 순자산 47조원 급증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펀드 순자산총액은 47조원 정도다. 2012년 19조원 대비 꾸준히 증가해왔다. 관련 펀드 역시 쏟아진다. 2012년 408개였던 부동산펀드는 지난해 877개로 2배 이상 늘었다. 대부분 사모펀드지만 최근 공모리츠(부동산투자회사)는 물론 부동산 공모펀드가 급부상하면서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공산이다.
투자처도 다양해졌다. 초기엔 오피스·호텔·물류센터 등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임대주택·인프라 시설·도시재생사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열매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대체투자 상품으로 부동산 공모펀드에 주목하고 있다. 판매사, 운용사 입장에서도 이쪽이 아직 작은 시장이라 키우려는 의지가 있어 자연스레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이 많이 낮아진 것도 관련 시장 성장세 이유 중 하나다. 구본석 로드스타자문 대표는 “최근 저금리 기조에 따라 수익률이 4% 정도만 돼도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임대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주는 부동산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내놓은 공모펀드들은 대규모 국내외 빌딩, 임대주택에 투자하고 입주자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구조라 안전하다고 홍보한다. 또 임대수익이 부진할 경우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을 배당금으로 내줄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부동산 경기 전망 안 좋은데…
▷국내 부동산펀드 마이너스 수익률 많아
문제는 향후 부동산 경기다.
지난 4~5년간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강남구를 중심으로 ‘핀셋’ 규제가 시작됐고,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야 하는 식의 대출 가이드라인도 확대 시행되기 시작했다. 그만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투자 활기가 많이 꺾인 상태다. 게다가 최근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역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구입한 가격보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은행이자는 갚아야 하는 ‘하우스푸어’가 대거 양산될 조짐이 있다는 경고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이미 시장에선 올해 이후 공급과잉 사태를 우려하기도 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연평균 45만가구 정도의 실제 주택 공급이 이뤄졌다. 새해엔 58만가구, 내년에는 66만가구의 주택이 준공되면서 1990년대 초반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예정이다. 오피스 시장도 만만찮다. 글로벌 종합부동산회사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해 말보다 0.9%포인트 증가한 9.8%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펀드가 속속 등장하니 한편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구본석 대표는 “개인투자자는 안정화된 핵심 자산에 투자하면서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데 최근 부동산펀드 중 일부는 개발 위험이 포함된 시행, 분양 프로젝트에 투자되고 있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돈이 몰리고는 있지만 수익률도 썩 신통치 않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설정액 기준 상위권 펀드 대부분 수익률이 좋지 않다.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3(ClassC1)펀드는 설정액이 3720억원인데 지난 5년 기준 수익률은 -58.7%다. 설정액 2위 PAM부동산3펀드 역시 3년 수익률은 -29.24%, 5년 수익률은 -29.76%에 달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공모형 국내 부동산펀드 8개(설정액 20억원 이상) 중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부동산펀드로는 동양강남대기숙사특별자산1펀드 하나다. 3년 수익률 24.18%, 5년으로 늘려 잡으면 43.47%까지 올라간다.
물론 일부 펀드는 상품구조상 건물 매각 등을 통해 펀드 청산을 할 때 수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부동산펀드 현재 수익률을 놓고 일률적으로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3년 이상 들고 있는데 마이너스 수익률이 난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개발하다 좌초되더라도 시행업자는 손해 안 보고 투자자만 손해를 보는 후순위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어 잘 들여다보지 않고 인기 있다고 묻지마 투자식으로 접근하다가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물론 반론도 있다. 국내 부동산펀드는 부진할 수 있지만 시야를 넓혀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수익률을 보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도 많다는 게 대표적이다. 미래에셋TIGERMSCIUS리츠부동산상장지수(파생)(합성H) 펀드의 경우 3년 수익률이 38%에 달하기도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경기는 침체될 수 있다지만 미국 등 선진국 부동산 경기는 호전되고 있어 해외 부동산펀드 상품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부동산 투자상품은 무엇보다 건물, 주택 등 담보가 확실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극히 떨어지긴 어렵다는 논리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금융소비자의 면밀한 선택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중에서도 어떤 쪽에 투자하는 상품인지 꼼꼼히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P2P 대출도 대세는 부동산
피플펀드, 50억원 부동산 상품 완판
P2P(개인 대 개인) 대출 플랫폼 업체 피플펀드는 지난해 11월 30억원대 부동산 대출상품을 내놔 완판시켰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서 아파트 분양 사업을 진행 중인 시행사의 자금 일시 대출상품이었다. 여세를 몰아 피플펀드는 50억원짜리 부동산 대출상품을 내놔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단일 상품으로는 업계 최고액이다.
지난해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P2P 금융시장에서 부동산 대출 비중이 급증세다. P2P 금융시장 분석업체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담보대출 규모가 2886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년(153억원)보다 늘어난 수치다.
P2P 전체 시장을 놓고 봐도 부동산 기반 P2P 회사 누적 대출액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누적 대출액이 600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한 테라펀딩은 소형 빌라 신축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P2P 금융기업이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부동산 선순위채권을 중심으로 회수에 큰 위험성이 없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올해는 대출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91호 (2017.01.11~01.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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