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정된 사모펀드,공모펀드의 3배 규모.. 신규 펀드의 70% 차지
운용사 펀드 출시 고민 ..“시장 위축에 내놔도 걱정”

경기도에서 휴대폰 부품 제조업을 하고 있는 이모씨(49). 그는 최근 국내 A증권사에 사모 형태로 국내 R사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을 설계해 달라고 7억원을 투자했다. 경기 상황이 나빠 주가가 주춤하고 있지만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사업 성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알음알음 종잣돈을 기반으로 하는 사모(私募)시장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액자산가들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위험회피(헤지) 기능이 가미된 파생형 구조의 상품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후 10월 말 현재 새로 설정된 국내외 공모형(주식, 주식혼합, 채권혼합, 채권형) 펀드는 4853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7232건에 비해 32.90% 줄어들었다.
이는 유럽발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동성이나 기업 실적과 같은 뚜렷한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자 조정을 우려한 자금들이 공모펀드를 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용사들은 준비 중이던 펀드 출시 여부 자체를 고민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신규 펀드를 준비해 왔는데 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상품 설계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고민하고 있다"면서 "큰손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설정된 사모펀드는 4853건으로 공모펀드 1276건보다 3배가량 더 많다. 사모펀드가 전체 신규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3.70%에 달했다. 새롭게 시장에 선보이는 펀드 10개 중 7개는 사모펀드라는 얘기다.
사모펀드는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2009년 81.12%(전체 신규 설정 펀드 대비 비중)까지 급증했다가 2010년 72.09%, 지난해 66.13%로 줄었다.
사모자금은 ELS와 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상품시장까지 잠식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4분기 DLS 발행액은 7조4069억원으로 사상 최대 발행액수를 기록했다. 사모 DLS 발행이 6조3584억원으로 전체 발행금액의 85.8%를 차지했다. ELS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3·4분기 ELS 발행금액은 10조2613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사모 발행이 7조4655억원으로 발행금액의 73%를 차지했다.
전체 사모펀드 수도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사모펀드는 6765개로 2009년 2월 5669개에서 1000개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 숫자가 4826개에서 3418개로 1400개가량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모펀드 증가가 거의 정체된 가운데 사모펀드가 급증한 것은 그만큼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헤지 기능이 가미된 파생형 펀드 자체의 특성 때문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고액자산가와 일반투자자 간에 부의 양극화도 일조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PEF)를 포함한 사모시장에 대한 전망은 기대 이상이다.
당장 사모시장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헤지펀드(전문 사모펀드)에 대한 요건 완화다.
금융위원회는 종합자산운용사가 헤지펀드를 운용하려면 수탁액이 10조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없애고 증권회사와 투자자문사의 자기자본.투자일임수탁액 규정도 낮추기로 했다. 종합자산운용사는 증권.부동산.특별자산펀드 등을 모두 운용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를 말한다.
증권업계 IB팀 한 관계자는 "현재 사모펀드의 과도한 난립은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과도한 규제보다는 민간의 자발적 자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