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아묻따' 대출 수천억원…불안에 떠는 고객ㆍ주주들
2017-01-24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보윤 기자]
중국 안방보험 품으로 들어간 동양생명의 잇단 과감한 행보에 우려섞인 뒷말이 무성합니다. 실제 무리한 외형 확장과 투자 전략 탓에 곳곳에서 경고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최근에는 6천억원대 초유의 대출 사기에 휘말리면서 치명타를 입게 됐습니다. 경제금융부 최보윤 기자 나왔습니다.
[기사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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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1) 최 기자, 유독 동양생명에 대한 구설이 많은거 같은데요. 우선 초유의 고기 대출 사기 사건 부터 자세히 짚어볼까요?
기자) 네, 최근 보도를 통해 '육류담보대출'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생소하죠.
은행 등 금융사들이 집이나 차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듯이 고기를 담보로 하는 대출을 뜻합니다.
육류담보대출은 유통업자가 고기를 수입해와 팔려면 돈이 필요한데 여력이 없는 영세업자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는데요. 담보인 '고기'는 창고업자가 발급하는 '담보확인증'으로 확인합니다.
구체적으로 볼까요. 유통업자가 고기를 수입해와 창고에 맡기면 창고업자는 '담보확인증'을 발급해 줍니다.
그럼 유통업자가 이 확인증을 가지고 금융사를 찾아가 돈을 빌려 쓴 뒤, 고기를 팔아 번 돈으로 대출을 갚는 구존데요.
보통 고기는 2~3개월 안에 판매되기 때문에 대출 기간이 짧은데다 아무래도 리스크가 큰 만큼 6~8%에 이르는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은행보다는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제2금융권들이 취급해왔는데요. 금융사들이 담보확인증만 확인하고 돈을 빌려준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업자들이 여러 금융사에서 중복 대출을 받는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겁니다.
이렇게 중복으로 나간 대출 사기 금액이 6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요.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동양생명 몫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동양생명이 현재 보유한 육류담보대출액이 모두 3803억원인데, 이 가운데 75% 정도인 2837억원이 연체된 상황입니다.
질문2) 무려 3천억원에 이르는 돈이 지금 회수가 불투명하다...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이런 얘기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 창고에 쌓여있는 고기들을 풀어서 어느 정도 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요.
담보물로 잡힌 고기가 '내 거'라고 주장하는 곳이 동양생명 뿐만 아니라 다른 저축은행과 캐피탈도 있기 때문에 당장 회수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 사기에 휘말린 금융사들은 채권단을 구성해 공동으로 정확한 피해 규모 확인과 대책 마련 등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동양생명은 본인들이 대부분 '첫 대출 실행자'라고 주장하며 채권단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구한서 사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현재 창고에 보관된 담보물은 대부분 당사의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정책상 후순위 대출은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선순위일 것으로 본다는 얘기인데요.
하지만 선순위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데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다른 금융사들이 공동 담보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법정 다툼 등 지루한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질문3) 동양생명에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어쨌든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죠?
기자) 앞서 말씀드린대로, 지금 동양생명이 보유한 육류담보대출 3800억원 가운데 2800억원이 연체되고 있는데요.
만약 이 연체금액을 제대로 회수 못한다면 동양생명은 지난해 번 돈(2016년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 2200억원)을 모두 허공에 날리는 셈입니다.
당장 대출 회수와 상관없이 이미 회수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동양생명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요.
증권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이 이번 대출 사기로 지난 12월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이미 4분기 적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중국 안방보험으로 인수된 뒤 영업 확장 전략을 고수하며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고 자랑하기 바빴던 동양생명이 치명타를 입게 된 겁니다.
질문4) 그런데 동양생명이 고기에만 대출을 해 준게 아니라고요?
기자) 네, 동양생명은 그동안 육류 뿐만 아니라 생선 등 수산물과 목재, 가구 등에도 대출을 꾸준히 해 왔습니다.
동양생명이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수산물과 목재 담보 대출 역시 거의 동양생명이 유일하게 취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동양생명의 유형별 보유 대출채권을 보면 ‘기타대출채권’이 2조원을 넘어서는데요.
기타대출채권 안에는 육류나 수산물 같은 동산담보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사회간접자본(SOC) 대출 등이 포함됩니다. 보험사들이 주로 하는 약관대출이나 부동산대출, 신용대출을 제외한 건데, 그 금액만 2조원을 넘어선다니 엄청 크죠.
보험사 중에서 이런 기타대출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동양생명이 유일하고요. 삼성과 한화, 교보생명 처럼 덩치가 큰 빅3 생명보험사의 보유 기타대출 채권 총합(1조4천억원) 보다도 훨씬 큰 규모입니다.
질문5) 고기에만 3800억원을 대출했는데, 수산물이나 가구 등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대출이 더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네요? 보험사는 금융사 중에서도 보수적인 집단 아닙니까? 동양생명이 보험사로서 이렇게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많이 취급한 이유가 뭘까요?
기자) 과욕이 화를 부른 것으로 보입니다.
고기나 수산물 같은 동산은 부동산과 달리 등기가 되지 않죠.
때문에 이번에 문제가 터진 것과 같이 같은 담보로 이중 삼중으로 대출을 받아도 금융사들이 이를 알 길이 없습니다.
이런 부담 때문에 다른 대출 보다 높은 금리가 매겨지지만 은행이나 보험사들은 이를 대부분 취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 성과에 급급한 동양생명이 높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묻고 따지지 않은 채 대출을 무분별하게 늘려왔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이런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가 동양생명은 최근까지도 고금리 저축성 보험 상품 판매에 주력했거든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뜩이나 낮은 자산운용수익률이 더 떨어지는 상황에서 '역마진' 우려까지 떠안고 이런 상품을 팔아치웠으니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동양생명을 제외한 다른 보험사들은 회계제도 변화와 지속되는 저금리로 저축성보험 판매를 자제하거나 확정 금리 수준을 낮춰왔습니다.
질문6) 동양생명이 중국계다보니, 고객들 입장에서는 동양의 이런 행보가 더 불안할 수 밖에 없지 않겠어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동양생명은 지난 2015년 중국 안방보험으로 넘어갔는데요.
이후 동양생명이 역마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축성보험을 주력해 판매하고, 위험한 투자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을 보며 일각에서는 이른바 ‘먹튀’ 논란도 상당했습니다.
보험회사는 고객들의 미래 자산을 가지고 운영하는 회사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투자를 집행해야 함에도 너무 단기 성과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유에선데요.
금융당국에서는 현재까지 동양생명의 재무건전성이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 가입자나 주주들의 불안은 클 수 밖에 없겠죠.
특히 동양생명은 최근 미국 한 호텔에 3300억원을 대출했거든요. 보험사의 단일 대출로는 상당히 큰 규모인데, 이 미국 호텔의 주인이 바로 안방보험입니다.
그러니까 안방보험이 미국에 호텔을 사면서 돈을 동양생명에서 손쉽게 빌려간 구조인데요. 동양생명 측은 이 역시 4%의 높은 금리인데다, 담보가 안정적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이번에 육류담보대출 실태 조사와 함께 동양생명의 리스크관리와 지배구조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대목입니다.
질문7) 최근에는 알리안츠생명에 대한 우려도 많은데, 왜 그렇죠?
기자) 최근 알리안츠생명도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됐습니다. 동양생명과 주인이 같아진 거죠.
이후 알리안츠생명 역시 동양생명과 같이 고금리 저축성 보험 상품을 팔기 시작했거든요. 때문에 일각에서는 알리안츠도 동양생명과 같은 방식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중국 안방보험의 공격적인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잘못된 점은 없는지, 고객이나 주주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설 대목을 앞두고 무더기 고기 대출 사기극에 장바구니 물가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번 사기에 휘말린 금융사들은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손쉬운 대출 사기를 방조한 책임도 분명하니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최 기자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