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5
야오전화 바오넝그룹 회장 첸하이보험 회장 박탈...중국 당국 ‘큰 악어’와 전쟁
제3자배정 유상증자 규제도 강화...금융리스크 방지 포석∙M&A 위축 불가피
‘중국의 칼 아이칸’으로 불리던 야오전화(姚振華) 바오넝(寶能)그룹 회장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보험업 10년 진입금지’라는 철퇴를 맞았다.
기업 인수합병(M&A) 을 무기로 지난해 중국에서 4번째 재산(중국 부호조사기관 후룬연구원 기준)을 가장 많이 가진 부호로 부상한 야오 회장에 대해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위)는 24일 웹사이트를 통해 이같은 처벌을 내리는 것과 함께 첸하이(前海)생명보험사 동사장(회장) 자격도 박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야오 회장은 지난해 재산 증식 규모가 73억달러로 전세계에서 재산 증식 2위 부호에 올랐다고 포브스가 최근 전했다.
M&A는 시장에서 국내외 자원 배분을 최적화하는 채널이다. 중국에서도 국유기업과 과잉공급 업종 개혁의 촉매제인 동시에 기업의 기술 및 경영 고도화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업 사냥꾼의 폐해와 함께 기업의 경쟁력 제고보다는 기업가치를 띄우기 위한 재테크 차원의 M&A가 나타나면서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큰 손들이 당정 고위간부와 결탁한 검은 커넥션도 조명을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규제 강화조치를 최근 시행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 따른 것이다.
M&A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는 자본주의의 상징 M&A에 중국이 적응하는 과정의 진통을 보여준다.
중국 당국이 첸하이보험 회장 자격을 박탈하고 10년간 보험업 영위를 금지시킨 중국의 기업 사냥꾼 야오전화 바오넝그룹 회장. /첸하이보험
◆지난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이 재산을 늘린 야오전화 “중국서 사업하기 힘들다”
보감위는 이날 첸하이보험에 감사팀을 보내서 나온 조사결과에 근거에 행정처벌을 내렸다고 밝혔다. 첸하이가 허위자료를 제출하고, 보험자금을 불법운용하는 등의 문제를 적발했다는 것이다.
야오전화에게는 첸하이 회장 자격 박탈과 함께 10년 보험업 진입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는 첸하이를 통해 중국 최대 상장 부동산업체 완커(萬科)를 상대로 적대적 M&A를 추진하면서 재산을 크게 늘려 미국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에 비유되기도 했다.
앞서 보감위는 작년 12월초 첸하이의 유니버설보험 판매를 3개월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유니버설보험은 보장성 기능에 투자 기능을 합한 상품으로 고객이 낸 보험료 일부로 펀드를 만들어 운용후 투자수익을 계약자에 돌려준다.
당시 유니보셜보험이 업무의 80%를 차지한 첸하이가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41개사로 이들 지분의 시가총액이 343억 2700만위안(약 5조8356억원)에 달했다.
야오 회장은 올 춘제(春節) 전후로 체포설이 돌았지만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이 때 전화를 걸어온 중국 경제잡지 차이신(財新) 기자에게 야오 회장은 “왜 그런지 중국에서 사업하는 게 때로는 진짜 마음을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올 1월초 보감위 건물에서 마주친 차이신 기자에게도 “최근 1년 매우 힘든 일을 겪었다. 너무 피곤한다”고 털어놓았다.
야오 회장은 후룬연구원이 발표한 ‘2016 중국 부자 순위’에서 재산 1150억위안(약 19조 5500억원)으로 다롄완다(大連萬達)의 왕젠린(王健林) 회장 일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회장 일가, 마화텅(馬化腾) 텐센트 회장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중국 부호 순위가 2015년 204위에서 1년새 200계단 껑충 뛰어올랐지만 야오 회장의 속은 타들어간 것이다.
◆ ‘큰 악어와의 전쟁’ 선포한 중국 금융당국
중국 당국은 작년부터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와 보감위 주석이 앞다퉈 강한 경고성 발언을 이어가며 보험사들의 상장사 지분 투자 등 M&A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류스위(劉士余) 증감위 주석은 12월초 중국증권투자기금협회 모임에서, M&A의 폐해를 거론했다. “출처가 부적절한 자금으로 M&A를 하는 것은 문 밖의 모르는 사람이 야만인이 되고, 다시 업종의 강도가 되는 것으로, 해서는 안된다. 국가 금융법률의 마지노선에 도전하는 것이다. 인성(人性)과 상업도덕의 후퇴이자 멸망이다. 금융혁신이 아니다. 형법에 도전할 때 당신을 기다리는 건 감옥의 큰 문이 열리는 것이다.”
류 주석은 이달 10일 전국 증권선물 업무 감독관리회의에서도 “한 무리 자본시장의 큰 악어(資本大鰐)를 잡아 중국으로 데려와야한다. 자본시장은 큰 악어가 비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피부를 벗기고 피를 빨아먹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서는 조지 소로스 처럼 공격적인 투자로 큰 돈을 버는 금융시장의 큰 손을 큰 악어로 부른다.
중국망은 샹쥔보 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22일 기자회견에서 보험이 부호들의 클럽으로 전락하는 것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망
샹쥔보(項俊波) 보감위 주석도 22일 베이징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보험산업이 절대로 부호들의 클럽으로 전락하거나 금융 큰 악어들의 은신처가 되도록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천원후이(陳文輝) 보감회 부주석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험사들이 비보험사와 공동으로 상장사 인수에 나서는 것을 확실히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동걸린 3자배정 유상증자
증감위는 17일 3자배정 유상증자에 제동을 거는 조치를 발표했다. 직전 증자 시점 이후 18개월 이내엔 증자에 나설 수 없도록 한 것과 증자규모를 전체 주식수의 20%로 제한한 게 핵심이다. 과도한 증자와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관행이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M&A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장사들이 지난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1조1500억위안(약 195조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1.6% 증가하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10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3자배정 유상증자에 나선 621개 상장사 가운데 41.1%의 경우 발행 주식이 자사 총주식의 20%를 넘었다.
이번 규제로 당장 영향을 받는 상장사는 모두 86개사로 총 1749억위안(약 29조 7330억원)을 조달할 것이라는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상하이증권보가 전했다. 이 가운데 싱예(興業)증권이 증자 계획을 일단 중단하는 등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장사들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언론들은 전환사채와 우선주 발행 등으로 전환하는 상장사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2006년 처음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했다. 비유통주를 유통화하는 개혁을 끝낸 기업의 증자를 허용하는 과정에서다. 이를 기점으로 상장사들의 증자가 급증하면서 2010년부터 IPO규모를 넘어섰다. 2006년 증자 가운데 60%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였다.
중국은 2006년 증자와 배당을 연계시키는 등 과도하게 자금을 조달하는데만 신경쓰고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지 않는 상장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도 도입했다. 2008년과 2012년 잇따라 증자 요건에 해당하는 배당 조건을 강화했다.
이번 증자 규제는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지만 강도가 가장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M&A 급증이 금융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이 17일 발표한 ‘2016년 4분기 통화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금융리스크 방지를 가장 중요한 위치에 두기로 했다.
하지만 증자에 대한 규제 강화가 은행 대출 같은 간접금융에 의존한 금융시스템 개혁을 위해 증시를 키워온 당국의 방향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xiexi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