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8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중국 당국이 과도한 부채를 축소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금융시장 전반이 요동치고, 은행과 기업들은 앞다퉈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중국 증시는 거의 5%가량 하락해 중국 증시에서 5000억 달러(한화 566조 1000억 원) 가량의 자금이 사라졌다. 채권금리는 2년래 최고치로 치솟았고,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는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중국의 주식과 채권의 가치는 최소 4530억 달러가량 줄어들었고 21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취소됐다. 자금 시장이 불안해지자 인민은행은 480억 달러(54조 3360억 원)를 긴급 수혈해야 했다.
은행과 투신사들이 판매하는 자산관리상품(WMP)의 판매실적은 30% 이상 줄어드는가 하면 부동산 거래가 둔화하고 금속 가격이 내려간 것도 레버리지 축소가 초래한 충격들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9개월 동안 점차 차입금리를 올려왔고 지난달에 들어 은행과 보험, 증권 감독 기관들은 이른바 그림자 금융권을 겨냥한 여러 건의 레버리지 억제 조치를 도입해 시장에 ‘규제 폭풍’을 일으켰다.
인민은행이 공개시장운영(OMO)의 수단으로 삼는 7일짜리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는 지난해 8월 2.3%이던 것이 최근에는 3% 선으로 올랐다. 인민은행이 지난달에 긴급히 자금을 수혈하지 않았다면 금리는 이보다 더 상승했을 것이다.
MSCI 전세계 주가지수가 랠리를 거듭하면서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음에도 상하이 증시의 주가지수는 지난 4주 동안 오히려 후퇴해 3개월여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중국 국채ㆍ회사채 지수는 레버리지 축소 노력이 시작된 이후 0.9% 하락했고 최우량 등급에 속하는 기업들의 차입 비용은 2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주에는 중국 원자재 시장에도 불똥이 튀었다. 여신 억제와 함께 공급이 과다해질 것이라는 조짐에 다롄 선물거래소의 철광석 거래 가격이 8% 이상 급락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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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도 베이징 인근 아파트들 사이에서 국기인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AFP/연합)
비철금속의 최대 수요처인 부동산 시장의 상황도 좋지 못하다. 부동산 연구소인 CREIS가 발표하는 26개 주요 도시의 주택 판매 동향에 따르면 ㎡를 기준으로 한 4월 마지막 주의 주택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줄어들었다.
그림자 금융권도 레버리지 축소 노력의 충격을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은행들과 투신사들이 판매한 자산관리상품의 수는 3월 대비 39%와 35%가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펀드 매니저들은 당국이 올 가을의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레버리지 억제’와 ‘경제성장률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어 앞으로 시장의 불안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의 중화권 사업부장 하워드 왕은 주식시장이 10% 더 하락하거나 위안화 환율이 불안해진다면 당국의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트와 피델리티인터내셔널 같은 글로벌펀드의 매니저들은 중국의 장기적 경제안정을 위협하는 28조 달러(3경 1673조 6000억 원)의 부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의 최근 노력이 필요 불가결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즈호 증권의 선젠광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베리지 축소는 경제 성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가 행동에 나서는 것은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주 말의 종가보다 3.3% 낮은 3,000선을 밑돌지 않는 한 정부가 레버리지 축소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엑스트래트의 존 폴 스미스 신흥시장전략가는 "정부의 레버리지 축소에 대해 지난달 시장이 보여준 반응은 부채 확대에 의존하는 경제의 취약점을 부각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당국은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규제 강도가 심화하면서 회사채 디폴트가 크게 늘어나는 등 시장은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지난 4월 말까지 12개 업체가 만기 도래한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맞았으며 이는 중국이 자본유출 압력에 시달렸던 작년과 같은 기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흥업은행, 중신은행 등 많은 중국은행이 투자상품의 기초 자산인 채권과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앞다퉈 매각하기 시작했다.
흥업은행과 중신은행은 별도 성명에서 투자상품을 대규모로 매각하진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최근 들어 투자 자산을 매각한 것을 인정했다.
은행들이 회사채 등을 대규모로 매각하면서 기업들의 차입 비용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이저우 성이 소유한 투자회사인 귀주계룡공업은 지난 4월 5억 위안 규모의 채권을 연율 7.8% 금리에 발행했다.
국유 에너지업체인 신강천부집단의 한 직원은 "규제 환경이 타이트해지면서 자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한편, 피치에 따르면 중국의 총부채는 작년 기준 GDP의 258%로 올해도 당국의 규제 강화에도 부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