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2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사모투자펀드(PEF) 시장에서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PEF 운용사 출자액이 60조원을 웃도는 시장으로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증권사들은 MBK파트너스 등과 같은 전업계 PEF 운용사가 점령하고 있는 바이아웃(Buy-out)보다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투자 또는 인수금융 등을 통해 틈새 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대우·NH·SK·IBK證 등 4곳 수탁액 절반이상 차지
1일 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경영참여형 PEF를 운용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수탁액은 7조2636억원(경영참여형 PEF 등록 기준, 청산펀드 제외)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대우증권(1조6453억원, 22.7%) NH투자증권(1조1130억원, 15.2%) SK증권(9220억원, 12.7%) IBK투자증권(8121억원, 11.2%) 등 4개사 비중이 61.8%(4조4924억원)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독립계 PEF 운용사 포함 국내 PEF 운용사 20위권(약정액 기준 총 44조7175억원) 내에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SK증권 등 3곳만이 랭크됐다. 국내 PEF 시장을 독립계 운용사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SK증권 등 3곳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계 PE하우스는 독립계와 같이 투자의사결정 구조가 간단하고 명확치 않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엄격한 투자심사 때문에 리스크가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얘기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PEF에 대한 투자는 위험자본의 성격이 강하지만 증권사의 컴플라이언스와 투자 프로세스 등은 이와 엇박자가 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조직을 별도로 분리하거나 PE 운용 조직을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UM 상위 증권사, 본부·대표이사 직할로 PE 조직 강화
PEF 수탁액 상위사들은 PE 운용조직을 IB본부 내 본부로 격상시키나 대표이사 직할로 두고 몸집을 물리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김상태 IB1부문장(부사장) 직속으로 9명으로 구성된 PE팀을 두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 내 PE본부가 별도로 있는데다 인프라, 부동산 등 특화된 자회사가 분리돼 있어 각각 기능이 다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미래에셋대우 만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NH농협은행의 PE단을 흡수한 직후부터 본부 체제를 갖췄으며 올해에는 대표이사 직할로 조직을 개편해 본부장의 권한을 격상시켰다. NH PE는 증권계 PE 조직중 가장 많은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대표이사 직할로 PE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SK증권과 IBK투자증권 등은 IB부문 내 각각 PE본부와 PE사업본부를 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김성환 전 IB그룹장(전무)이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으로 승진·이동한 후 조직개편을 통해 IB1본부와 2본부로 구분했다. PE조직은 PE·기업투자부가 속해 있는 IB1본부 관할이다.
현대증권을 흡수합병해 탄생한 KB증권은 IB부문 IB솔루션본부 내 PE부가 신설됐다. 대우증권 PE팀장, KT 미래실 에너지사업단 부장 등을 거친 강도형 부장이 초대 PE부장이 맡았다. 독립법인(100% 자회사) 형태로 PE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증권사도 있다. KTB PE, 대신PE, 유진PE 등이 대표적으로 현재 각각 송상현 대표와 박병건 대표, 오주성 대표 등이 이끌고 있다.
◇키움 등 중소형 증권사, 새 먹거리 찾아 PE 진출
중소형증권사들의 PE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키움증권을 거느린 다우키움그룹은 3월말 출범을 목표로 키움PE를 설립할 계획이다. 키움PE의 자본금은 500억원이며 초대 대표는 현재 내부검토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IG투자증권을 인수해 새롭게 출발한 케이프투자증권은 대출형PEF와 같은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PE 특화 증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증권계 PE 관계자는 “새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중소형 증권사가 PE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기존 대형 증권사와의 차별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메자닌 투자 등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투자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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