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서 배우는 지속가능한 3大비법(1)CEO 임원들의 이해. 회사 성과와 일치(2)경영진에게 주인 의식갖도록 권한부여(3)가치창출 잠재력 기업

Bonjour Kwon 2017. 3. 27. 08:21

2017.03.13

 

외국 기업 경영진을 만나 얘기해보면 한국 기업이 장기적인 시각으로 경영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조선, 철강, 반도체 같은 산업에서 한국이 성공한 이유가 장기적 사고와 계획 덕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를 알려주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국 대기업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이 10년에 육박하는 반면, 우리나라 30대 그룹 계열사 CEO는 평균 2.7년이면 물러나기 때문이다.

 

2~3년마다 바뀌는 CEO라면 5~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으로 경영을 하기보다, 오너의 뜻에 잘 맞춘 단기 실행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이런 ‘근시안적 경영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의외로 단기 투자의 대명사 격인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PE는 ‘먹튀’ 같은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짧은 기간 무리해 회사 가치를 올려놓은 후 열매만 쏙 빼먹고 쭉정이를 버린다는 것이다. 물론 PE가 회사 인수 5~7년 후 값을 올려 회사를 팔고 떠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PE가 그 회사를 다음 매수자에게 팔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매수자는 향후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매수에 나선다. 즉 PE는 단기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뿐 아니라 향후에도 모멘텀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선진 시장에서 PE가 보유한 기업들은 일반 상장기업 대비 수익성 회복이 빠르다는 맥킨지 분석 결과가 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오비맥주(KKR, 어피니티 보유), 멜론(어피니티), ADT캡스(타이코) 등 PE로 소유권이 넘어간 이후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거나 성과가 개선된 사례가 있다.

 

단기 투자 전문가인 PE로부터 역설적으로 장기 관점의 경영에 참고할 만한 점은 무엇일까.

 

우선 PE는 CEO와 임원들의 이해관계를 회사 성과와 일치시킨다. 우리나라 기업은 CEO와 임원 연봉 중 인센티브 비중이 평균 20% 정도밖에 안 된다. 반면 PE는 CEO의 개인 돈을 회사에 투자하도록 한다. 대개 1년치 연봉에 해당되는 돈인데 돈이 없다고 하면 차입을 알선하기도 한다. 그 결과 나중에 회사 가치가 떨어지면 돈을 잃고 회사 가치가 오르면 투자금의 수백 퍼센트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다. 회사 가치를 2배로 키웠다고 하면 CEO는 투자금 6배를 받는 식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가치가 증대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돈으로 확실히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둘째, 경영진에게 주인 의식을 갖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사실 PE는 보유 기업에 대해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업계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 PE가 성과를 내는 방식은 경영진에게 강력한 권한을 주는 것이다. 개인 자산의 증대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에 CEO와 임원들은 회사의 주인이 된 입장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릴 준비가 돼 있다. 이들에게 마음껏 회사 가치를 불릴 기회와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인센티브가 충분하고 권한이 주어지면 인재가 몰린다. 과거 MBK가 삼성전자 출신을 코웨이 임원으로 영입하고 칼라일이 금융사 전 CEO를 ADT캡스 CEO로 모셔올 수 있었던 이유다.

 

셋째, PE는 대체로 가격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낮은 회사를 산다. 시장점유율, 매출 증가율, 자산 규모 등의 ‘정서적’ 지표보다는 가치 창출 잠재력에 관심이 있어서다. 덩치 크다고 자랑하기보다 실제 체력 기르기에 집중한다. 우리나라 기업 CEO가 자주 바뀐다 하더라도 그 짧은 재임 기간 동안만이라도 ‘올바른’ 숫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또한 근시안적 경영의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