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4
작년 저금리 국공채 수익률 하락
4%대 이익률 붕괴…역마진 커져
저금리 속에 지난해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이 3%대로 내려앉았다. 운용자산이익률이 나빠지면 역마진(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가 그 돈을 굴려서 올리는 수익보다 높아서 발생하는 손실)이 심화된다. 이는 고객에게 지급되는 이자인 공시이율을 떨어뜨려 환급금을 감소시킬 수 있다.
4일 생ㆍ손보협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25개 생보사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9%로 집계됐다. 생보사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 2013년 4.6%에서 2014년 4.5% 2015년 4.01%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4%대가 붕괴됐다. 지속되는 저금리로 주요 투자처인 국공채 수익률이 하락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생보사 가운데 자산운용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AIA생명으로 4.9%를 기록했다. AIA생명은 지난해 3.7%로 하위권에 속했다. AIA는 유가증권 매각 등에 따른 자산운용 수익 증가로 보험영업의 부진을 상쇄하면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93%(2586억원)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이어 동부생명 4.3%,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이 4.2%, 푸르덴셜ㆍKDB생명, 한화생명 4.1%, 알리안츠생명 4.0%으로 4%대를 지켰다. 인터넷 전문 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운용자산이익률은 1.9%로 가장 낮았다.
운용자산수익률 변화가 가장 큰 곳은 동양생명이다. 지난해 4.3%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연말 발생한 일회성요인(육류담보대출 대손충당금) 영향으로 이자율차손익에서 2572억원의 손실이 나면서 2.4%로 곤두박질 쳤다.
손해보험사는 지난해 평균 3.77%의 운용자산이익률을 기록했다. 삼성·현대·동부 등 주요 손보사들이 전년 대비 하락한 가운데, MG손해보험이 4.75%로 1위를 기록하며 유일하게 상승했다. 해외 투자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를 적극 발굴한 덕분이라는 회사 측 설명이다.
이어 메리츠화재가 4.49%, 롯데손해보험 4.08%, 한화손해보험 4.04%로 4%대로 뒤를 이었다. 동부화재는 3.69%, 현대해상 3.5%, 흥국화재 3.27%, KB손해보험ㆍ삼성화재 3.05%, 농협손해보험 2.94% 악사 2.8%, 더케이 2.07%, AIG 1.38%순이었다.
지난해 손보사의 보험부채 적립이율이 4%대 중반이라는 점을 따져보면 운용자산이익률 3%대는 역마진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유 자산에 적용된 평균 금리보다 부채에 대한 평균 금리가 더 높아 금리 손실을 본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보험 가입자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보험연구원 조영현 연구위원은 “자산운용수익률이 떨어지면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이 떨어져 금리연동형 상품 가입자의 환급금이 줄게된다”면서 “더 나아가 보험사 역마진이 심화되면 예정이율이 낮아져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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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투자 역마진에 안절부절…새 회계기준 '설상가상'
2017-04-05
국내 보험사들 중 지난해 자산운용 수익성이 가장 나빴던 곳은 AIG손해보험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보험업계가 투자 역마진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산을 굴려 얻는 수익률은 3%대 중반에 머무는 상황에서 부채로 빠져나가는 이자율은 4%대를 웃돌면서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부채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있는데다 보험영업을 통한 수익성 개선은 한계에 다다르면서, 보험사들의 투자 수익률 개선은 향후 지상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공시된 경영효율지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39개 일반 생명·손해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3.50%로 조사됐다. 전년 기록인 3.68%보다는 0.1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는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이 굴린 자산이 1만원이라면, 이를 통해 350원을 벌어들였다는 얘기다. 운용자산이익률은 이름 그대로 회사의 자산 중 운용 가능한 자산을 투자해 얼마나 이익을 남겼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보험사 별로 보면 자산운용 효율이 가장 떨어졌던 곳은 AIG손보였다. AIG손보의 운용자산이익률은 1.38%로 조사 대상 보험사들 중 가장 낮았다.
AIG손보 관계자는 "자사는 보장성 상품만 판매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자산운용에 중점을 적게 두는 편"이라며 "또 채권 중심의 자산운용을 하기 때문에 시장 금리 하락에 따라 운용자산이익률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운용자산이익률 하위 10개 보험사에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1.68%)·교보러이프플래닛생명(1.86%)·더케이손해보험(2.07%)·라이나생명(2.59%)·동양생명(2.77%)·악사손해보험(2.80%)·BNP파리바카디프생명(3.01%)·삼성화재(3.05%)·NH농협손해보험(3.17%) 등이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3%대의 운용자산이익률로는 투자 역마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이다. 보험 부채에 대한 금리 부담을 보여주는 보험부채 적립이율은 지난해 4%대 중반에 이른다. 결국 보험사들은 1%대의 역마진을 견디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부채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 대는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보험사들의 부담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7)은 보험 부채 평가를 원가에서 시가로 전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은 보험 부채 급증을 피할 수 없어 이를 상쇄할 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보험사들이 자산 운용 수익률 개선이 더욱 중요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레드오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보험 시장의 현실 때문이다. 기본 보험영업에서 눈에 띄는 수익성 개선을 노릴 수 없는 현실에서 돌파구는 투자 수익률 상승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조사 대상 보험사들이 지난해에 거둔 순익을 보면,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 본업인 보험영업에서 거둔 이익보다 10조원 넘게 많았다. 해당 보험사들의 지난해 투자손익은 27조6523억원으로 보험손익(16조6893억원) 대비 65.7%(10조9630억원)나 많았다. 2015년에 투자손익이 27조3481억원으로 보험손익 19조1571억원 보다 42.8%(8조1910억원)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대부분 국민이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대박 상품은 나오기 힘든 현실"이라며 "대신 불어난 자산을 어떻게 굴리느냐가 보험사 수익의 중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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