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F 운용, 법적 책임은 '최소화'
[흔들리는 KTOA②]출자자들과 이해관계 일치 불가능
한국IT펀드(KIF)의 업무집행자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책임소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특법)이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등의 규제를 받는 다른 모태펀드(Fund of Funds)와는 달리 민법상 조합에 불과해 KTOA에 부과된 책임은 최소한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KIF의 종잣돈 3000억 원은 3곳의 통신사업자가 십시일반해 마련했다. SK텔레콤이 가장 많은 1900억 원, KT가 1000억 원, LG유플러스가 100억 원을 각각 분담했다. 이들 통신사업자는 이렇게 모은 3000억 원으로 KIF를 설립, KTOA에 운용을 맡겼다. 운용이란 수익을 내거나 정보기술(IT) 산업 지원 자금을 적재적소에 공급할 능력을 가진 곳에 자금을 출자하라는 의미다.
이렇게 출범한 KIF는 민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민법 제 703조에 명시돼 있는 조합은 '개인 또는 개별 법인이 재산이나 노무를 출자해 공동사업을 펼치기 위해 만든 기구'를 의미한다. KTOA는 출자자들로부터 KIF의 운용 권한을 위임 받은 업무집행자에 해당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KIF는 한국모태펀드나 농식품모태펀드와 같은 공공 모태펀드와 비슷한 관리체제를 구축한것 처럼 보인다. 한국모태펀드는 한국벤처투자라는 주식회사가, 농식품모태펀드는 농업정책금융원이라는 특수법인이 각각 업무집행을 담당한다. 업무는 주로 △모태펀드를 위탁받아 자펀드를 조성할 운용사를 선정하고 △운용사 및 자펀드를 관리감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업무집행을 맡은 법인에 부과된 책임의 정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KIF가 적용받는 민법은 큰 틀에서 조합원들의 권리관계를 따져 놓은 수준에 그치는 까닭이다. 반면 다른 모태펀드들은 각자 설립 근거법을 가지고 있거나, 최소한 자본시장법을 따르고 있어 좀더 세부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다.
벤처투자 펀드 관련 법령들은 △벤처투자 또는 사모투자를 활성화함과 동시에 △주목적 투자 산업을 육성하고 △펀드 출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펀드 조성 절차나 조합원 간의 책임소재, 투자 방식이나 대상 등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특히 펀드 운용을 맡는 업무집행자에게는 '무한한' 책임을 부여했다. 이같은 역학관계에 따라 해당 법에 근거해 조성한 모태펀드들은 업무집행자를 무한책임사원(GP)으로 일컫기도 한다.
일례로 벤특법에 따라 출범한 한국모태펀드는 현행법 상 설립 가능한 조합 가운데서도 한국벤처투자조합(KVF)이라는 법적 형태로 설립됐다. KVF의 경우 업무집행자 역시 펀드의 조합원으로 참여하게끔 돼 있다. 그래서 한국벤처투자는 업무집행을 맡기 위해 KVF에 자신들이 직접 출자자로 참여했고, 한국모태펀드 운용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지고 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도 비슷한 경우다. 농림수산식품산업 육성 차원에서 출범시킨 농식품모태펀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서 농림수산식품투자조합 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책임을 부여할 법인이 필요했고,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라는 전문 운용기관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이를 충족시켰다. 해당 법규가 벤특법을 상당 부분 준용한 까닭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역시 농식품모태펀드에 자신들의 자금을 투입, 책임 운용 의지를 표명했다.
반면 민법에 근거를 둔 KIF를 운용하는 사단법인 KTOA는 말 그대로 업무 집행만을 담당하고 위탁 수수료를 받는다. KTOA가 KIF에 출자한 자금은 없다. KIF 조합원(출자자)들과 KTOA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벤처투자나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자신들이 운용하는 모태펀드의 '업무집행조합원'인 것과 달리 KTOA는 KIF의 '업무집행자'라는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모태펀드 운용 기관들은 적어도 모태펀드 운용 성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대가로 일정 금액의 관리 수수료를 받는다"면서 "KTOA는 KIF의 모호한 법적 근거로 인해 책임은 없고 권리만 누린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KIF 운용, '깜깜이'들이 전담
[흔들리는 KTOA③]전문성 결여로 인해 출자자 이익 극대화 어려운 구조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한국IT펀드(KIF)의 업무집행자다. 그러나 KIF에 출자한 조합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어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KTOA에서 KIF 운용 임무를 부여받은 인력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KTOA 내에서 KIF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은 산업지원실이다. KTOA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자관리실이라는 이름으로 KIF 운용을 전담하는 조직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창업보육 업무만 담당하던 정책위원회 산하 창업지원센터가 투자관리실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산업지원실을 출범시켰다.
KTOA의 이같은 조직 개편은 창업보육 사업과 KIF 운용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명분으로 이뤄졌다. 예컨대 KTOA의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초기 기업에 KIF 자펀드가 지금을 지원하는 청사진을 그려볼 수도 있다.
하지만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KIF 운용에만 전념하던 투자관리실이라는 조직이 사라진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나 3000억 원이 넘는 KIF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관리실을 흡수한 주체가 그간 미미한 존재감을 나타내던 창업지원센터인 데다, 더 큰 몸집으로 출범한 조직 또한 실급에 불과하다는 점에 대한 염려도 있다.
KIF는 투자지원실 시절에도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빠듯한 인력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KTOA 내에서 KIF 운용을 담당하는 인력은 채 5명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KIF의 출자자인 이동통신 3사에서 파견된 인력을 각 1명씩 투입하고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모태펀드의 업무집행조합원인 한국벤처투자는 운용사 선정 및 사후관리에 투입되는 인력(국내 사업 기준)만 30명에 육박한다. KIF처럼 특정 산업 육성에 목적을 둔 농수산식품모태펀드를 운용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은 2014년 말 기준으로만 하더라도 12명의 전담 인력을 투입한 상태다.
순환 보직 제도로 인해 2~3년 마다 책임자가 바뀐다는 점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통상 7년 만기로 조성되는 KIF 자조합은 운용사를 선정하는 시기와, 사후 관리 및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기의 업무 담당자가 같을 수 없는 구조다. 당연히 이통 3사의 파견 직원들도 2년이 지나면 '원대복귀'를 하게 된다.
순환 보직 제도는 전문성 결여라는 문제도 야기한다. 당장 현재 산업지원실 소속 인력들만 해도 KIF 운용 경험이 전무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외부 기관에서 벤처펀드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출자나 운용을 포함한 대체투자 경험이 있는 인력을 충원한 것도 아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순환 보직을 통해 처음 KIF 운용을 맡게 되는 인력들은 그야말로 '제로 베이스'에서 모든 것을 시작한다"면서 "최근 수년 사이에 출범한 다른 출자기관들도 비슷한 환경에 처했을 수 있지만, 관련 업무 경력이 있는 외부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으로 전문성을 강화한 것과는 다른 행보"라고 말했다.
현재 KTOA 내에서 KIF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은 산업지원실이다. KTOA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자관리실이라는 이름으로 KIF 운용을 전담하는 조직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창업보육 업무만 담당하던 정책위원회 산하 창업지원센터가 투자관리실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산업지원실을 출범시켰다.
KTOA의 이같은 조직 개편은 창업보육 사업과 KIF 운용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명분으로 이뤄졌다. 예컨대 KTOA의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초기 기업에 KIF 자펀드가 지금을 지원하는 청사진을 그려볼 수도 있다.
하지만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KIF 운용에만 전념하던 투자관리실이라는 조직이 사라진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나 3000억 원이 넘는 KIF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관리실을 흡수한 주체가 그간 미미한 존재감을 나타내던 창업지원센터인 데다, 더 큰 몸집으로 출범한 조직 또한 실급에 불과하다는 점에 대한 염려도 있다.
KIF는 투자지원실 시절에도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빠듯한 인력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KTOA 내에서 KIF 운용을 담당하는 인력은 채 5명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KIF의 출자자인 이동통신 3사에서 파견된 인력을 각 1명씩 투입하고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모태펀드의 업무집행조합원인 한국벤처투자는 운용사 선정 및 사후관리에 투입되는 인력(국내 사업 기준)만 30명에 육박한다. KIF처럼 특정 산업 육성에 목적을 둔 농수산식품모태펀드를 운용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은 2014년 말 기준으로만 하더라도 12명의 전담 인력을 투입한 상태다.
순환 보직 제도로 인해 2~3년 마다 책임자가 바뀐다는 점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통상 7년 만기로 조성되는 KIF 자조합은 운용사를 선정하는 시기와, 사후 관리 및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기의 업무 담당자가 같을 수 없는 구조다. 당연히 이통 3사의 파견 직원들도 2년이 지나면 '원대복귀'를 하게 된다.
순환 보직 제도는 전문성 결여라는 문제도 야기한다. 당장 현재 산업지원실 소속 인력들만 해도 KIF 운용 경험이 전무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외부 기관에서 벤처펀드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출자나 운용을 포함한 대체투자 경험이 있는 인력을 충원한 것도 아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순환 보직을 통해 처음 KIF 운용을 맡게 되는 인력들은 그야말로 '제로 베이스'에서 모든 것을 시작한다"면서 "최근 수년 사이에 출범한 다른 출자기관들도 비슷한 환경에 처했을 수 있지만, 관련 업무 경력이 있는 외부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으로 전문성을 강화한 것과는 다른 행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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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자 외면하는 KIF
[흔들리는 KTOA④]7인 위원회중 통신사 3자리뿐…산업계 요구 반영 '어려워'
한국IT펀드(KIF)는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KIF에 출연한 주요 통신 사업자들은 선행 투자로 IT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15년이라는 기간동안 KIF의 운용 전략을 수립에 있어 이 같은 출자자들의 의중이 충분히 받아들여졌는지는 의문이다.
KIF 출자사업의 방향과 운용방안 등 주요 의사결정은 7인으로 구성된 투자운영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KIF 규약 제 18조에 따르면 투자운영위원회는 △조합결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주요사항 심의·의결 △조합 재산의 관리·운영·처분 및 배분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투자운영위원 7명 가운데 3명은 KIF 출자자 3곳(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이 각각 1명씩 추천한다. 나머지 4명에 대한 추천 권한은 방송통신위원회나 미래창조과학부에 있다. KIF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형성한 통신 3사의 의결권은 과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신 KIF 운용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에 조합 출자자보다 정책부서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한다.
국내 주요 모태펀드(Fund of Funds)들은 사업계획 수립 등 주요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부 부처의 의견을 큰 폭으로 반영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 모태펀드의 핵심 출자자가 해당 부처이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가 정책적 목적 달성을 위해 모태펀드에 자금을 대고, 그 대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지게끔 하는 구조다.
일례로 한국모태펀드는 매년 주요 정부 부처의 예산안을 토대로 출자 금액을 책정한다. 연간 출자 목표액이 확정되면 출자자들이 참여하는 '모태조합운용협의회'를 열고 세부적인 출자 계획을 수립한다. 협의회는 중소기업진흥공단, 문화체육관광부, 특허청, 영화진흥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서 위촉한 각각 1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출자 계획이 수립된 이후에는 계정별 출자자가 추천한 전문가 풀(Pool)에서 선정된 4인을 포함한 총 7명의 출자심의회를 통해 자펀드 운용사를 선정한다. 모태펀드의 업무집행조합원인 한국벤처투자 역시 내부 전문인력 3인을 심의에 참여시킨다. 업무집행조합원의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취지다.
농·수산업과 식품 산업 육성에 특화된 농식품모태펀드도 비슷한 구조다. 출자자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하 농금원)에 운영지침을 내려 연간 출자사업을 수립하게끔 한다. 세부 출자 분야는 두 부처가 선임한 2명과 투자심사위원 풀(10여 명으로 구성)에 속한 3명이 참여한 모태펀드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농식품모태펀드의 세세한 운용 계획 자체는 농금원이 수립한다. 대신 중점 육성 산업 영역 등 큰 틀에서의 운용 전략에는 출자자들의 의도가 십분 발휘된다. 물론 모태펀드의 업무집행조합원인 농금원은 자체적으로 투자심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대신 그 만큼의 책임도 지게 된다.
이들 모태펀드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KIF의 운용이 얼마나 기형적으로 이뤄지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게 벤처캐피탈 업계의 지적이다. KIF의 '업무집행자'에 불과한 한국통신사사업자연합회(KTOA)는 다른 모태펀드 운용 기관들과 달리 투자운영위원 위촉 권한도 없다. KTOA가 출자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대신 '무한 책임'을 지는 여타 모태펀드 운용 기관들에 비해 책임 소재에서는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다 보니 벤처캐피탈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특화 펀드를 조성해 IT산업을 육성시킨다는 KIF의 당초 취지가 퇴색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KIF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3기 사업에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정부 차원에서 신 산업 육성 과제로 꼽은 분야의 자펀드 결성에 주력했다. 정부 정책 방향과 출자사업의 방향을 일치시킨 것이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KIF는 산업적 발전보다 정책적 필요에 따른 출자사업에 주력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면서 "IT·통신 강국이라는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통신 사업자들의 요구가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된 쪽으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IF 출자사업의 방향과 운용방안 등 주요 의사결정은 7인으로 구성된 투자운영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KIF 규약 제 18조에 따르면 투자운영위원회는 △조합결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주요사항 심의·의결 △조합 재산의 관리·운영·처분 및 배분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투자운영위원 7명 가운데 3명은 KIF 출자자 3곳(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이 각각 1명씩 추천한다. 나머지 4명에 대한 추천 권한은 방송통신위원회나 미래창조과학부에 있다. KIF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형성한 통신 3사의 의결권은 과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신 KIF 운용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에 조합 출자자보다 정책부서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한다.
국내 주요 모태펀드(Fund of Funds)들은 사업계획 수립 등 주요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부 부처의 의견을 큰 폭으로 반영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 모태펀드의 핵심 출자자가 해당 부처이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가 정책적 목적 달성을 위해 모태펀드에 자금을 대고, 그 대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지게끔 하는 구조다.
일례로 한국모태펀드는 매년 주요 정부 부처의 예산안을 토대로 출자 금액을 책정한다. 연간 출자 목표액이 확정되면 출자자들이 참여하는 '모태조합운용협의회'를 열고 세부적인 출자 계획을 수립한다. 협의회는 중소기업진흥공단, 문화체육관광부, 특허청, 영화진흥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서 위촉한 각각 1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출자 계획이 수립된 이후에는 계정별 출자자가 추천한 전문가 풀(Pool)에서 선정된 4인을 포함한 총 7명의 출자심의회를 통해 자펀드 운용사를 선정한다. 모태펀드의 업무집행조합원인 한국벤처투자 역시 내부 전문인력 3인을 심의에 참여시킨다. 업무집행조합원의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취지다.
농·수산업과 식품 산업 육성에 특화된 농식품모태펀드도 비슷한 구조다. 출자자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하 농금원)에 운영지침을 내려 연간 출자사업을 수립하게끔 한다. 세부 출자 분야는 두 부처가 선임한 2명과 투자심사위원 풀(10여 명으로 구성)에 속한 3명이 참여한 모태펀드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농식품모태펀드의 세세한 운용 계획 자체는 농금원이 수립한다. 대신 중점 육성 산업 영역 등 큰 틀에서의 운용 전략에는 출자자들의 의도가 십분 발휘된다. 물론 모태펀드의 업무집행조합원인 농금원은 자체적으로 투자심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대신 그 만큼의 책임도 지게 된다.
이들 모태펀드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KIF의 운용이 얼마나 기형적으로 이뤄지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게 벤처캐피탈 업계의 지적이다. KIF의 '업무집행자'에 불과한 한국통신사사업자연합회(KTOA)는 다른 모태펀드 운용 기관들과 달리 투자운영위원 위촉 권한도 없다. KTOA가 출자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대신 '무한 책임'을 지는 여타 모태펀드 운용 기관들에 비해 책임 소재에서는 자유로운 편이다.
그러다 보니 벤처캐피탈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특화 펀드를 조성해 IT산업을 육성시킨다는 KIF의 당초 취지가 퇴색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KIF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3기 사업에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정부 차원에서 신 산업 육성 과제로 꼽은 분야의 자펀드 결성에 주력했다. 정부 정책 방향과 출자사업의 방향을 일치시킨 것이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KIF는 산업적 발전보다 정책적 필요에 따른 출자사업에 주력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면서 "IT·통신 강국이라는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통신 사업자들의 요구가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된 쪽으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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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 관리보수만 18억
[흔들리는 KTOA⑤]3기 사업 착수 시점에 20% 인상하기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한국IT펀드(KIF)를 운용하는 대가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18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KTOA가 그에 합당한 편익을 KIF 출자자들에게 제공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KTOA를 KIF의 업무집행자로 선정하면서 일정 금액의 관리보수를 집행하기로 했다. 관리보수액은 지난 2기까지 연간 15억 원으로 책정했다. 통상 사모로 조성한 펀드가 존속기간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 관리보수율을 낮추는 것과 달리 15억 원이라는 정액이 매년 KTOA에 지급됐다. 일종의 이동통신 기본료 같은 개념이다.
3기 사업이 시작된 지난 2015년 KTOA와 이동통신 3사는 KIF 관리보수를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정액제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지만, 매년 지급하는 15억 원을 18억 원으로 20% 인상했다. 조합원들이 납입한 출자금 3000억 원을 기준으로 한 관리보수율은 0.5%에서 0.6%로 0.1%포인트 올랐다.
KTOA는 관리보수 인상의 명분으로 1기와 2기 사업의 성과가 비교적 좋았다는 점을 내걸었다. 추가로 발생하는 3억 원이라는 수입을 KIF 운용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는 난색을 드러냈다. KIF에 출연해 놓은 3000억 원과 별도로 관리보수까지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까닭이다. 오랜 줄다리기 끝에 양 측은 20% 인상안에 합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KTOA가 천명한 KIF 운용 전문성 강화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벤처캐피탈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순환보직 인사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KIF 운용 전담조직마저 사라졌다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KTOA는 관리보수 인상안을 협의할 당시 대체투자 분야에 종사한 경험을 가진 전문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관리보수를 올려 받은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문인력 채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KIF 운용을 전담하던 투자관리실은 창업보육센터 운영 조직에 통폐합돼 존재감은 더욱 약화되고 말았다.
여기에 다른 모태펀드(Fund of Funds) 관리 기관들과 달리 단순 업무집행자에 불과한 법적 지위를 갖는 KTOA가 관리보수를 받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KTOA가 번호이동 관련 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KIF 업무집행이라는 '부업'으로 가외 수입을 올리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KIF라는 이름 아래 KTOA에 3000억 원을 출연했고, KIF을 맡아 주는 대가로 매년 18억 원이라는 수수료도 내는 격"이라며 "그런 가운데서도 KIF 운용에 관여하거나, KIF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공유하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KTOA를 KIF의 업무집행자로 선정하면서 일정 금액의 관리보수를 집행하기로 했다. 관리보수액은 지난 2기까지 연간 15억 원으로 책정했다. 통상 사모로 조성한 펀드가 존속기간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 관리보수율을 낮추는 것과 달리 15억 원이라는 정액이 매년 KTOA에 지급됐다. 일종의 이동통신 기본료 같은 개념이다.
3기 사업이 시작된 지난 2015년 KTOA와 이동통신 3사는 KIF 관리보수를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정액제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지만, 매년 지급하는 15억 원을 18억 원으로 20% 인상했다. 조합원들이 납입한 출자금 3000억 원을 기준으로 한 관리보수율은 0.5%에서 0.6%로 0.1%포인트 올랐다.
KTOA는 관리보수 인상의 명분으로 1기와 2기 사업의 성과가 비교적 좋았다는 점을 내걸었다. 추가로 발생하는 3억 원이라는 수입을 KIF 운용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는 난색을 드러냈다. KIF에 출연해 놓은 3000억 원과 별도로 관리보수까지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까닭이다. 오랜 줄다리기 끝에 양 측은 20% 인상안에 합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KTOA가 천명한 KIF 운용 전문성 강화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벤처캐피탈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순환보직 인사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KIF 운용 전담조직마저 사라졌다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KTOA는 관리보수 인상안을 협의할 당시 대체투자 분야에 종사한 경험을 가진 전문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관리보수를 올려 받은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문인력 채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KIF 운용을 전담하던 투자관리실은 창업보육센터 운영 조직에 통폐합돼 존재감은 더욱 약화되고 말았다.
여기에 다른 모태펀드(Fund of Funds) 관리 기관들과 달리 단순 업무집행자에 불과한 법적 지위를 갖는 KTOA가 관리보수를 받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KTOA가 번호이동 관련 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KIF 업무집행이라는 '부업'으로 가외 수입을 올리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KIF라는 이름 아래 KTOA에 3000억 원을 출연했고, KIF을 맡아 주는 대가로 매년 18억 원이라는 수수료도 내는 격"이라며 "그런 가운데서도 KIF 운용에 관여하거나, KIF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공유하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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