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긴자(銀座). 긴자란 지명은 에도시대(江戶, 1603~1867년) 은(銀)을 만드는 주조소(座)에서 유래한 말이다. 에도시대부터 긴자는 풍요로움의 대명사였다. 화려한 긴자의 영광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도쿄 최고의 번화가로서 세계적 명품업체 매장이 즐비하다. 저녁이면 건물 이곳저곳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번쩍이며, 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길어야 일주일을 머무는 뜨내기들에게는 긴자에서 일본의 불황을 읽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간 도쿄에서 생활한 사람들은 긴자에서도 아직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일본 경제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대신증권 도쿄사무소 이현수 소장은 "긴자를 지나는 일본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일본의 소비 심리를 읽을 수 있다"며 "눈이 매장을 향하고 있으면 호황이고, 길바닥을 보고 있으면 불황"이라고 전했다. 매장을 쳐다보고 있는 눈은 소비 욕구가 담겨 있다는 뜻으로서 지갑을 열 여유가 있음을 상징한다는 얘기다.
최근 긴자에서 만난 이 소장에게 일본 체감경기를 물었다. 답은 "일본 사람들이 땅을 보고 걷고 있다"였다. 이처럼 불황이 드리우면서 투자 전략은 보수적인 색채가 짙다.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절반가량은 채권이다. 30% 안팎이 연금보험이다. 주식 비중은 8% 내외다.
그러나 간접상품 비중은 묘하다. 올해 일본에서 팔린 자산운용상품 중 82.0%가 주식형이다. 한국의 27.6%보다 월등히 높다. 주식형 상품을 뜯어 보면 전체 중 59.4%가 월지급식 상품이다. 일본 투신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순자산 상위 12개 펀드 중 10개가 월지급식 상품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퇴직 후에도 꼬박꼬박 일정 현금을 받는 상품으로 일본 투자자가 몰리는 탓이다. 일본의 개인 금융자산 1491조엔 중 64.4%가 60세 이상의 고령자에 집중돼 있다. 일본의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월지급식 상품이 많은 것은 생활비를 받으려는 수요가 몰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리해 보면 일본은 점차 고령사회가 되면서 금융자산을 보유한 다수가 노년층이 됐고, 이들은 현역 시절처럼 현금을 꼬박꼬박 받는 투자상품에 몰린 것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저금리 환경 속에서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트렌드와는 별개로 공격적 상품인 주식 비중을 늘린 것이다. 월지급식 상품 운용사들은 주식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잘 손대지 않는 해외 리츠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2011년 자금이 유입됐던 펀드 상품의 상위 5개 상품 중 한 개만 제외하고 모두 해외 리츠(부동산펀드)였다.
불황으로 공격적 상품 기반의 월지급식 상품은 손실이 나기도 한다. 그러면 운용주체는 원금을 깨서 고객들에게 꼬박꼬박 약속한 현금을 주고 있다.
원금 훼손은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 금융당국이 지도에 나서는 상황이 됐다. 원금을 깰 수 있는 분위기에 대해, 최근 도쿄에서 일본 자산운용업계를 분석한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보다 부의 대물림에 신경을 쓰지 않고, 현재 자신의 현금 흐름에 충실한 일본 사람들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 김대원 기자]박꼬박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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