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연기금·공제회 `대체투자` 열풍…우정사업본부, 레스큐 파이낸싱 펀드 등 조성 2012-12-11

Bonjour Kwon 2012. 12. 21. 09:13

국민연금·사학연금도 NPL 펀드 등에 투자 저울질

 

지난달 말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임원들이 서울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을 잇따라 방문했다. 6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예금사업단이 ‘레스큐 파이낸싱(rescue financing)’ 분야에 투자할 1억달러짜리 펀드 2~3개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레스큐 파이낸싱 펀드란 급전이 필요한 우량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펀드로 ‘대출(debt) 펀드’로도 불린다. 지난 3일 1차 접수 결과 20여곳의 내로라하는 PEF 운용사들이 응모했다.

연기금, 공제회 등 국내 ‘큰손’들이 대체투자 열풍에 빠졌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에만 투자해서는 ‘역마진’의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체투자의 범위도 기존 PEF,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등에서 원자재, 헤지펀드, 부실채권(NPL), 세컨더리PEF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종 대체투자 발굴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은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 투자하는 1000억원짜리 PEF 1~2개를 만들기로 하고, 운용사 선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외에 국내 NPL펀드를 비롯해 해외 헤지펀드와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레스큐 파이낸싱 펀드 등 또 다른 대체투자 펀드 3종을 동시에 설정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글로벌 자금이 미국 국채나 초우량 기업 회사채 등에 몰리고 있는 반면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있는 기업은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회사채 시장에서도 돈을 구할 수가 없다”며 “PEF들이 이 틈새를 노리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사학연금·군인공제회도 가세

다른 연기금, 공제회들도 대체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사학연금은 NPL펀드에 6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작년에 300억원 규모로 NPL펀드를 조성했던 군인공제회도 추가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도 신규 진입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약 38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2017년까지 대체투자 비중을 전체 자산의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16일께 열릴 예정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원자재, 해외 헤지펀드 투자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국내에만 한정했던 세컨더리PEF 투자도 해외로 넓힐 계획이다. 세컨더리PEF란 일종의 ‘중고 PEF’로 급하게 자금을 회수해야 할 상황에 처한 기관으로부터 PEF 투자 목록을 넘겨받은 뒤, 가치가 오르면 이를 매각해 이익을 창출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행정공제회도 내년에 세컨더리PEF를 조성할 계획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해외 큰손들의 대체투자 비중은 평균적으로 전체 자산의 20%를 웃돈다”며 “반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비중은 8%가 채 안되고, 우정사업본부는 2%대에 불과해 앞으로 대체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 레스큐 파이낸싱 펀드

rescue financing fund. 급전이 필요한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펀드. 사모펀드(PEF)의 신종 운용전략에 따라 등장했다. 회사채 발행과 은행 대출이 초우량 기업에만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나타난다는 점에 착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