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0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감독당국, 해외부동산 투자 과열 우려해 깐깐한 심사"…美 하와이 호텔 투자펀드 자진철회]
개인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는 공모형 해외 부동산펀드에 제동이 걸렸다. 과열을 우려한 감독 당국이 펀드 등록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는 등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A사는 지난달 하와이 호텔에 투자하는 해외 부동산펀드를 공모형으로 내놓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등록 절차를 밟았지만 최근 펀드 설정을 자진 철회했다.
A사는 공모펀드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중순위 담보대출에 투자하고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고위험·고수익인 지분 투자를 담당하는 구조로 진행했다.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공모펀드의 투자 위험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는 이유로 1개월 넘게 감독 당국의 허락을 받지 못해 펀드 결성이 무산됐다.
공모펀드는 펀드 등록과 수익증권에 대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뒤 '수리'를 받아야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다. 감독 당국은 심사 과정에서 펀드의 수익구조와 투자위험 등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규정에 맞은 서류를 제출했는지 등을 점검한다.
최근 금융투자회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때 이처럼 다수의 개인을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공모펀드를 추진했다. 지난달에만 미래애셋자산운용의 호주 캔버라 교육부 청사 펀드(1410억원), 하나자산운용의 미국 나사빌딩 펀드(1595억원)가 공모로 조성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기준 공모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1조335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7.9% 증가해 같은 기간 사모펀드 증가율(10.7%)을 크게 웃돌았다.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로 활로를 찾던 금융투자업계는 감독 당국의 기류 변화가 느껴지자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A운용사와 함께 해외 부동산펀드를 설정한 뒤 자사 지점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를 추진했던 B증권사는 당분간 공모펀드 출시를 접을 계획이다. B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펀드의 수익률이 양호하고 고객 투자 수요도 커 지점에서 먼저 펀드 출시를 요구했다"며 "예상과 달리 공모펀드 심사가 오래 걸린 탓에 투자를 철회했고 당분간 사모펀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해외 부동산 펀드가 처음부터 개인을 상대로 공모로 모집된 것이 아니라 기관투자자 자금을 유치하는데 실패하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사모펀드는 소수 기관투자자로 구성돼 의사결정 과정이 신속하고 단순해 운용사 입장에선 공모펀드보다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 안정성 문제로 기관투자자가 투자를 꺼리는 부동산을 공모로 전환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성향과 기대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에 기관에서 거부한 부동산이라도 공모펀드에 적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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