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3
경제학 개념 중에서 현실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구성의 모순(fallacy of composition),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 파레토 최적(Pareto optimality) 등을 들 수 있다.
파레토 최적은 대중화된 개념은 아니지만 선심공약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파레토 최적은 경제 주체 중 `어느 일부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는 나머지의 이익을 늘릴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세금을 더 징수하지 않으면 복지 혜택을 늘릴 수 없는 상태를 경제학에서는 파레토 최적상태라고 한다.
증세가 어려워서 국채를 발행하여 복지비용에 충당한다면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파레토 최적상태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현재 세대의 복지 수준을 늘리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선심공약은 늘 파레토 최적상태를 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도 해준다, 저것도 해준다` 공약할 때마다 경제주체 중 일부가 향유하던 이익을 포기하길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인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비용을 댄다면 일부의 희생을 강요할 필요가 없지만 그런 멋진 정치인을 본 기억이 없다.
선심공약을 한 정치인이 취임할 때마다 파레토 최적상태는 도전받게 되고 경제관료들은 새로운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번에는 누구의 이익을 얼마나 희생하여 공약을 이행해야 하나?` 특히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에 빠진 경제의 경우 고뇌가 더 커진다. `증세 없는 복지 증대`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제가 파레토 최적상태에 있지 않으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주인 없는 돈다발이 떨어지기 전에는 파레토 최적상태를 유지하며 구성원의 복지를 늘리기 어렵다는 데 고뇌의 본질이 있다.
증세 또는 감세로 파레토 최적상태를 흔들 경우 경제 성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경제학자의 이념 성향에 따라 견해가 다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파이를 갈라 먹는 방법을 바꾼다고 해서 파이의 크기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파이를 만드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회계 투명성 회복을 통한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제고, 규제 완화를 통한 비즈니스 기회 확대, 연구개발(R&D)을 통한 신기술 개발, 교육훈련 강화를 통한 인재 양성, 투자환경 개선을 통한 투자비용 절감, 해외 시장 개척 지원 등 파이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 규칙을 바꾸는 것이 파이를 키우고 복지를 늘리는 길이다.
이 사람 것 뺏어서 저 사람한테 주면서 경제가 더 잘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쉬워 보이는 접근 방식이다. 복잡하게 얽힌 경제 현실에서 너무 쉬워 보이는 길을 가는 것은 착시 현상에 기인한 잘못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부유하다는 이유만으로 자꾸 더 내놓으라고 하는 데에도 한계가 분명히 있다. 선심공약은 겉으로는 솔깃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경제 주체 간 갈등을 부추기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도 지방자치단체 간에 반목을 불렀고 결국 외국계 컨설팅회사의 배만 불렸다. 특정 집단, 특정 지역을 위한 선심공약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즉 파레토 최적상태를 흔드는 선심공약을 막아야 한다. 꼭 선심을 쓰고 싶으면 정치인이 자기 주머니를 열거나 대중의 자발적 기부를 늘려 재원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남의 주머니나 더듬어 털어내는 `작고 쉬운 정치`에서 환골탈태해 파이 크기를 늘리는 지혜를 제시하는 `크고 어려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선심공약 금지법`을 통해 정치인 스스로 손발을 묶도록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재원 마련 계획도 없이 사탕발림 성격의 선심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를 선별하여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변한다. `책임지지 않는 손쉬운 선심공약`을 남발하며 표심을 현혹하고 경제를 망치는 대신 `파이를 키우기 위한 고뇌가 담긴 해법`을 통해 경제를 살찌울 것이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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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의 모순 (Fallacy of Composition)
2013.09.18
「구성의 모순」개별적으로 타당한 이야기가 전체적으로는 틀리는 현상을 구성의 모순(fallacy of composition)이라 한다.
- 영화 티켓을 예매 할 때 나 혼자만 먼저 사겠다고 새치기를 하는 경우
- 보다 원활한 야구 경기 관람을 위하여 일어서는 경우
- 영화 관람시 전화를 받는 경우
The fallacy of composition arises when one infers that something is true of the whole from the fact that it is true of some part of the whole (or even of every proper part). For example: "This fragment of metal cannot be fractured with a hammer, therefore the machine of which it is a part cannot be fractured with a hammer." This is clearly fallacious, because many machines can be broken apart, without any of those parts being fracturable.
구성의 모순은 전체의 일부분 (또는 전체에서 나누어진 모든 일부분) 에 대한 사실을 가지고 전체에 대한 사실을 말하는 오류를 일컫는다. 예를들면: "이 금속의 조각은 망치로 부숴지지 않으므로 이 금속 조각으로 만들어진 기계 역시 망치로 부숴질 수 없다." 실제로 부분 개체들이 부숴지지 않더라도 전체 기계는 부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논거는 분명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This fallacy is often confused with the fallacy of hasty generalization, in which an unwarranted inference is made from a statement about a sample to a statement about the population from which it is drawn.
구성의 모순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샘플(집단)에 대한 주장을 전체에 대한 주장으로 확대화 시키는 일반화의 오류와 쉽게 혼동되고는 한다.
- WIKIPEDIA -
「저축의 역설」구성의 모순은 경제학의 영역에서는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이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혼합경제체제를 주창했던 케인즈(J.M. Keynes)에 의하여 소개되었다.
A. If a household saves more money now, instead of spending, it will have more money to spend in the future.
B. Therefore, if all households save more money, instead of spending, they will all have more money to spend in the future.
A. 한 가정이 소비보다 저축을 많이 한다면 미래 소득은 더욱 늘어난다.
B. 그러므로, 모든 가정들이 소비보다 더 많은 돈을 저축 한다면 모든 가정들은 미래에 사용 할 수 있는 소득이 늘어난다.
케인즈는 개인들의 저축이 증가하면 미래에 예상되는 소득이 증가하여 바람직할지는 몰라도, 모든 국민들이 저축을 늘리면 상대적으로 소비가 감소하고 상품 재고가 늘어나 기업이 생산 활동을 줄이고 실업이 늘어나 결국은 국민 총생산이 감소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 뉴스: '구성의 오류'에 빠진 경제민주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경제정책을 펼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의 하나로 '구성의 오류' (Fallacy of Composition)을 든다('경제는 정치다' 2012). 개별적으론 합리적인 선택인데 모아놓으면 문제가 될 때 이 말을 쓴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격이다.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말한 '절학의 역설(Paradox of Thrift)이 좋은 예다. 불황에 저축을 늘리면 개인은 맘이 놓이겠지만 나라 전체론 소비가 줄어 경기를 더 악화시킨다.
이 전 부총리는 동반성장도 구성의 모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당장은 시혜성 정책이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지만 길게 보면 되레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비빌 언덕이 생기면 아무래도 긴장감이 풀어지게 마련이니까.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파생상품도 개별 금융사엔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한데 모아놓자 파생상품은 악마의 사슬로 변해 세계 금융시장을 혼돈에 빠뜨렸다.
구성의 오류는 복지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덴마크는 복지 군살빼기에 들어갔다. 오로지 정부 보조금으로, 그것도 풍족하게 먹고 사는 30대 중반의 싱글맘이 여론을 자극했다. 1970년대 미국에선 서로 다른 이름 80개, 주소 30개, 사회보장카드 12개로 복지제도를 등치며 살아가는 '복지의 여왕' (Welfare Queen)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떼어서 보면 복지는 모두 선이다. 그러나 모으면 종종 도덕적 해이를 낳는다.
경제민주화는 어떨까. 정치권은 기업을 혼낼 법안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하나씩 뜯어보면 다 이치에 닿는다. 유해물질 배출 기업을 엄중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재벌 총수 일가를 살찌우는 일감 몰아주기 역시 엄히 다스려야 한다. '60세 청년' 시대에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조치는 되레 늦은 감이 있다.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못된 대기업을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응징하겠다는 법안은 듣기만 해도 통쾌하다. 어디 그 뿐인가. 지금 국회에는 대체휴일제, 담합 집단소송제, 신규 순환 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 재계가 반대하는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내가 기업인이라면 무슨 생각이 들까. 새 공장은 커녕 기존 공장마저 해외로 옮기고 싶지 않을까. 경제민주화를ㅇ ㅙ 하는가. 시장질서를 바로잡아 궁극적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정치권 등쌀에 기업이 못 살겠다고 밖으로 나가면 말짱 헛일이다. 국회는 상임위별로 나무만 보고 있다. 이러다 구성의 오류가 나타날가 두렵다.
- 곽인찬 논설실장 -
∥etnews.com 프리즘 구성의 모순∥
경제학 용어 가운데 '구성의 모순'이라는 게 있다. 개별 경제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지만, 사회 전체 이익이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다. 대표적 사례가 저축과 공연장 관람객 행위다.
개인이 저축을 늘리는 것은 효용을 증진하는 선택이다. 하지만 이는 곧 소비를 줄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개인 소비 감소는 기업의 재고 증가를 유발한다. 기업은 재고가 늘어남에 따라 생산을 줄임은 물론 고용도 줄인다. 고용 감소는 개인 수입 감소로 그리고 소비 축소로 귀결된다. 이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면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개인과 기업 전체 효용의 합은 감소하게 된다.
공연장 관람객 행위도 마찬가지다. 공연장 앞줄에 앉은 사람이 일어서면 개인적으로 효용을 얻는다. 하지만 뒤에 앉은 사람은 시야 확보를 위해 연이어 일어설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구성의 모순은 개인적 선이 사회 전체적으로 악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도 '구성의 모순'에 해당된다. 이용자가 제대로 된 값을 지불하지 않고 SW를 불법 복제하는 것은 개인에겐 분명 이익이다. 지불해야 할 금액을 아끼니 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SW 불법복제율이 40%로 나타났다. 개인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는 행태가 만연했다. 하지만 SW 불법복제에 대한 심각성에 비해 이용자 체감도는 불감증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SW 불법복제는 기업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글로벌 기업을 차치하더라도 한글과컴퓨터 등 국내 SW 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사업 의지마저 꺾는다. SW 불법복제가 SW산업 위축 뿐만 아니라 IT 경쟁력 하락, 국가 신뢰도 추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SW 불법복제가 당장의 효용을 증대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SW 생태계 전체 효용을 감소시킨 것이다. 곧 구성원 모두의 부담이다.
- 김원배 IT 융합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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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
입력 2013-11-08
공중 화장실의 화장지는 왜 빨리 없어질까? 청계천에 심은 사과나무의 사과는 왜 익기도 전에 모두 사라지는 것일까? 바다의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포획해 어종이 멸종되는 일은 왜 발생할까? ‘공유’, ‘공중’. ‘공용’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그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눈빛은 달라진다. 자신의 집 화장실은 깨끗하게 사용하면서 지하철 화장실은 쉽게 더럽혀도 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 이러한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한 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가렛 제임스 하딘’(Garrett Hardin, 1915~2003)이다. 생물학 교수였던 하딘은 1968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란 제목의 논문을 기고하면서 논쟁을 시작했다. 대체 공유지에서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 것일까. 다음 <이화여대 2009년 기출> 제시문을 통해 확인해보자.
한 마을에 아주 좋은 목초지가 있었다. 그 마을에는 10가구가 있었고 목초지에서 양을 키우며 생계를 유지했다. 각 집에서는 10마리의 양을 키웠으며 그 목초지는 양 100마리를 키우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어느 날 한 집에서 남들 모르게 양을 한 마리 더 키웠다. 그 집은 한 마리의 양을 더 키움으로써 더 많은 소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좋은 목초지가 완전히 황폐화돼버려 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목초지가 황폐화된 이유를 조사하였고 그 결과 집집마다 남들 모르게 양을 한두 마리 더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양들이 풀뿌리까지 먹어버렸고 목초지는 황폐화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2013 이화여대 모의 논술 : 인간 사회의 협력과 공유제도
2011 서강대 수시 기출 : 인간의 이기심과 공공성 실현의 실패
2011 경희대 수시 기출 : 공익과 개인의 자유
2010 성균관대 수시 기출 : 공유지의 비극 문제의 해결방안
2009 이화여대 모의 논술 : 개인의 이익추구와 공동체와의 관계
▧ 공유지의 비극이 나타나는 원인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같이 한 번 따져보자. 공유자원은 소비에 있어서 배제성은 없지만 경합성을 갖고 있다. 즉 원하는 사람은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이 공유자원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이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 이러한 공유지의 특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익형량을 시작한다. 우선 각 농가는 공유지에 자신의 양을 더 방목해서 생기는 이익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비교할 것이다. 이익이 비용보다 많다면 더 방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대로 비용이 이익보다 많으면 더 이상의 방목을 멈출 것이다. 이때 각 농가의 이익은 공유지에서 양을 길러 파는 돈이고, 부담하는 비용은 양을 키우는 데 드는 돈일 것이다. 그런데 방목으로 얻는 이익은 각 농가가 혼자 차지하지만, 목초지는 공유하므로 비용은 아예 들지 않거나, 다른 농가와 함께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항상 이익이 비용을 앞지르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각 농가는 몰래 추가 방목을 하기로 결정한다.
즉,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선택이 위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 점에서 공유지의 비극은 종종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의 이론과 대비된다. 인간의 이기심이 스스로의 이익은 물론이고, 공동체 전체의 이익으로도 이어진다는 그의 이론은 이상에 불과했음이 여러 방면에서 증명되는데, 하딘도 그 중 하나였다. 하딘은 인간의 이기심이 공동체의 파괴는 물론 그 자신의 손해로도 이어진다고 보았다. 목초지에 양을 추가로 키우던 농가는, 늘어난 양으로 인해 원래 자신이 키우던 10마리마저 굶어 죽는 것을 눈앞에서 봐야 할 것이다. 자신의 영악한 선택에 흐뭇해하던 양 주인의 표정이 변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우선 정부 등 제3자가 개입해 강제적인 방법으로 공유지의 황폐화를 저지시킬 수 있다. 법이나 제도 등을 통해 처벌을 가한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이기심을 함부로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공유지를 나누어 개별 경제주체인 마을 사람들에게 각각 재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져 각자 자기 몫의 목초지를 소중히 관리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방법이 사용된다. 아프리카의 코끼리 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그 멸종이 우려되고 있다. 상아를 팔면 큰돈이 된다는 사실 때문에 무분별한 밀렵과 포획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케냐 정부는 코끼리 사냥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밀렵을 하다 잡히는 사람들에게 중형에 처했지만, 코끼리 수의 감소를 막을 수는 없었다. 반면 짐바브웨 정부는 부족별로 공유지를 할당하고 코끼리를 사냥할 수 있는 권리인 사유재산권을 부여했다. 그리고 코끼리의 상아 거래를 합법화하고 상아를 판매한 돈은 부족민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감소하던 코끼리 수는 서서히 늘어나게 된다.
마지막 방법은 공동체 내부의 자율적인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외부의 개입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강제적이지 않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법이다. 인간은 이기적이지만 소통과 신뢰를 통해 충분히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 다음의 실험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성균관대 2012 기출> 문제의 일부이다.
공공재 공급에서 발생하는 ‘무임승차’의 문제를 보다 정밀하게 연구하기 위하여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자발적 기부행위에 관한 실험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실험 참가자들은 일정한 금액의 돈을 제공받는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 돈의 일부를 공동계좌에 기부할 수 있으며, 기부하고 남은 금액은 자신이 가질 수 있다. 실험 참가자들의 기부의사결정은 동시에 이루어진다. 공동계좌로 기부된 금액은 합산되어 모든 실험참가자에게 공평하게 분배된다. 만일 공동계좌에 기부된 금액이 일정한 수준을 넘는 경우, 공동계좌 입금의 총액을 상회하는 금액이 모든 실험 참가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 실험에서 공동계좌에 기부하는 것은 공공재의 공급을 위하여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이 실험 상황에서 개인들의 합리적인 선택은 공동계좌에 한푼도 기부하지 않는 것이다. 아래는 한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실험의 결과를 정리한 표이다.
공동계좌 기부 비율(총초기제공금액÷총기부금액)
a:서로 잘 아는 같은 학과 학생들로 진행된 실험
b:서로 잘 알지 못하는 다른 학과 학생들로 진행된 실험
c:실험 참여자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허락된 실험
d:실험 참여자 사이의 의사소통이 허락되지 않은 실험
실험 결과를 통해 ‘의사소통’이 공유지 계속적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의사소통이 가능할수록 기부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과 학생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일 때도 마찬가지이다. 즉 서로 간에 신뢰와 유대를 가지고 있거나 대화가 가능해지면 자신의 이기심을 접고 공동체를 위해서 행위하게 되는 것이다. 공동체의 소통과 자율성을 이용하는 이러한 방법이 실제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이화여대 2013 모의 논술> 제시문을 통해 확인해보자.
터키 알라니아의 100여 어민들은 여러 종류의 어망을 사용하면서 개인별로 두세 척의 어선을 이용하여 고기를 잡는다. 어민의 절반은 지역 생산자 조합에 소속되어 있다. 1970년대 이전의 ‘암흑시대’에는 알라니아 어업의 경제적 활력을 위협하는 두 가지 요인이 있었다. 첫째, 어장의 무절제한 이용으로 어민들 사이에 적대감, 때때로 폭력적 갈등이 생겨났다. 둘째, 보다 좋은 조업 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어민들 사이의 경쟁 때문에 조업 비용이 증대되었고, 특징 어선의 잠재적 어획량의 불확실성 또한 증대되었다.
1970년대 초반 이후 지역 조합원들은 현지 어민들에게 조업 구역을 배정하는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조업 위치 간의 간격을 충분히 설정하여 각 조업 위치에서는 산출량을 최적화한다. 또한 이 시스템은 가장 좋은 위치에서 고기잡이할 수 있는 기회를 각 어선에 동등하게 부여한다. 이 시스템 하에서 조업 위치를 물색하고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 자원이 낭비되는 일은 없었으며, 과잉 조업의 징후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조업 위치를 적은 목록은 각 어민의 확인을 거쳐, 한 해 동안 시장이나 지역 경찰이 보관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감시 및 집행은 조업 구역을 윤번제로 지정함으로써 생겨난 인센티브의 부산물로서 어민들 자신에 의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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