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강연자 인터뷰] "빅데이터 투자시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수익률 좌우" 본문듣기 설정
기사입력 2017.04.23
1.팀 웡 맨AHL 대표 겸 맨그룹 아시아 총괄 대표
맨그룹은 美독립전쟁 직후 설립된 회사
퀀트투자, 인간과 달리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 이성적 투자 가능
다만, 과도한 빅데이터 의존은 경계… 사람이 기계 컨트롤해야
최고의 소프트웨어도 이젠 오픈소스… 모두가 무료로 쓸 수 있어
금융기관도 4차산업혁명이 만든 거대한 협업에 동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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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웡 맨 AHL 대표 겸 맨그룹 아시아 총괄 대표
■약력 △맨 AHL 대표 겸 맨그룹 아시아 총괄 대표 △AHL 대표 △AHL 리서치 애널리스트
사진=김범석 기자 "현존하는 데이터의 약 90%는 지난 1~2년 사이에 생성됐다고 한다. 기간이 지나면 이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지속적으로 쌓인 데이터를 가용할 수 있는 점과 연산능력이 크게 제고될 점이 데이터 양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데이터 홍수 시대에서 인간은 어떻게 하면 데이터를 잘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지난 20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강연자로 나선 팀 웡 맨 AHL 대표 겸 맨그룹 아시아 총괄 대표는 인터뷰에서 빅데이터 시대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해 "금융분야에서도 머신러닝 등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기술적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과도하게 빅데이터에 의존하는 '오버피트'는 경계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기계가 사람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기계를 컨트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퀀트투자 전략에 대해서도 "인간과 비교해 자신감이 과한 상태 등 감정에 휘둘리는 일이 없어 오히려 이성적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런 빅데이터 환경에서는 서로의 데이터를 개방해 활용도를 높이는 '오픈소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웡 대표는 "예전에는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기 위해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면 지금은 오픈소스로 인해 소프트웨어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며 "금융기관들도 이런 환경을 이해하고 잘 활용해 거대한 협업의 흐름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웡 대표는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인 맨그룹 아시아 총괄 대표로서 아시아 지역의 헤지펀드·대체투자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2013년 맨그룹에 인수된 맨 AHL의 대표직도 겸하고 있다.
지난 1991년 옥스퍼드 공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웡 대표는 계량 선물매매형 운용사인 AHL에 입사해 리서치 애널리스트로 전문성을 쌓아왔으며, 2002년 실력을 인정받아 AHL 대표로 선임됐다. 이후 2013년 AHL이 맨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웡 대표는 퀀트 베테랑으로 맨 AHL과 맨그룹 아시아를 총괄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은 웡 대표와의 일문일답.
―맨그룹과 맨 AHL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맨그룹은 꽤 오래된 회사다. 미국 독립전쟁 직후 설립돼 약 200년이 됐다. 영국 런던에서 원자재 트레이딩회사로 시작해 변화를 거듭, 자산운용사가 됐다. 전 세계 자금운용 규모는 800억달러가량이다.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으며 고객은 주로 기관투자자다. 연기금, 국부펀드, 보험사가 대부분이다. 전통적 헤지펀드, 최근 부동산 시장으로도 다양하게 운용하고 있다. 투자전략은 패시브가 아닌 액티브 기조다. 액티브 롱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비중이 77%다. 전체의 60%를 대체투자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국에도 고객이 있나.
▲한국에 아직 많지는 않다.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기관투자자 위주로 찾아나서고 있다. 현재로는 몇 군데 정도 있다. 한국이 아무래도 대체투자 분야가 아직 한창 발전하고 있는 단계라서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2가지다. 우선 보통은 보유전략으로 주식·채권을 들고 있는 경우인데, 우리는 분산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해 기존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종합서비스를 하고 있다. 자문에서 고객사 포트폴리오 운용관리 서비스까지 개별고객 전담팀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 보고서 제작 등 신규 투자서비스 검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은 종합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맨AHL에서는 2007년 맨·옥스퍼드 산학협력연구소(OMI)를 설립하고, 머신러닝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또 이를 자산운용 전략에도 적용함으로써 금융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금융부문에서 머신러닝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지난 2007년 OMI를 설립했다. 당시 취지는 학계와 긴밀한 협업을 위해서였다. 금융 쪽에 관심이 있는 물리학, 수학, 경제학 등 다른 학문 분야 연구자들과 협업해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1년간은 머신러닝 쪽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옥스퍼드 공과대학과 머신러닝 등 로봇공학과 협업을 추구하고 있다. 머신러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랜 기간 성장을 거듭해야 하는 점이다. 과거와 달라진 연구방식으로는 빅데이터가 가용 상태인 점과 기존과 달리 연산능력이 크게 제고될 것이 다른 점이다.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기법 자체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두 가지의 차이가 큰 발전을 이뤄낼 것으로 본다. 머신러닝을 금융분야에 활용하는 방법을 물었는데, 사실은 자율주행차에 머신러닝을 적용한다거나 안면인식 기술에 머신러닝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금융쪽 접목은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머신러닝을 실제 활용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가용상태이기 때문에 분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머신러닝이 분석에 도움을 줄 것이다. 자산운용사인 우리는 시장동향을 파악해야 하는데 어떤 데이터를 분석할지 선별작업을 거친다. 또 어떤 데이터가 어떤 시장에서 변화와 상관관계가 있는지 등의 관계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다음 활용방안은 머신러닝 기술을 직접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이 방안은 현재는 비중 있게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람보다 머신러닝은 더 복잡한 상관관계를 찾아낼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버피트는 경계해야 한다. 극적인 예로 미국 이혼율과 증시가 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머신러닝은 분석할 수 있겠지만 이는 너무 과한 결론이다.
―맨그룹과 맨AHL에서 머신러닝이 투자성과를 향상시킨 사례가 있나.
▲실제로 맨그룹에서는 2~3년 동안 머신러닝을 투자모델에 사용하고 있다. 아직 전체 포트폴리오에 비해 활용 비중은 낮은 편이라 평가할 단계는 아니다. OMI 측과 협업 중이다. 머신러닝은 하나의 툴이기 때문에 유용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분야에서는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활용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실제 운용역들이 이를 활용해서 더 나은 운용판단을 할 수 있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어떤 분야에 접목할지도 고민이다. 일단은 머신러닝 기법을 쓰려면 다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미지 인식 학습에도 기계가 사람·개·차 등을 가려내기 위해 학습을 하는데 금융분야도 마찬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UBS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대응도 조사에서 한국이 기대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한국이 고려해야 할 요소로 무엇이 있을까. 또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가 전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고려할 요소는.
▲일반론적으로 답하자면 지금과 20년 전을 비교하면 크게 두 가지 정도 큰 변화가 있다. 우선 금융회사들이 기술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최고의 컴퓨터와 기술을 보유한 게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면 사람, 즉 기술 전공자에게 더 방점을 두고 있다. 또 이들과의 협업을 중요시한다. 강연에서도 말했지만 예전에는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기 위해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면 이제는 '오픈소스'로 인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전 세계 기술자들은 문제나 상품 개선을 통해 협업이 가능한지를 중요시하고 있다. 금융기관이라면 이들의 마인드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중요한 각종 전자시스템(매매, 리서치 등) 모두 오픈소스 기반 소프트웨어다. 우리가 기술자를 채용하려고 보는 면접이 있는데 면접 대상자 가운데 80% 이상의 구직희망 이유가 오픈소스 기조에 일조하려는 회사인 거 같아서라고 대답한다. 또 오픈소스 활용은 비용부담도 덜하다. 오픈소스 비용은 우리는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우리도 기여해야 한다. 또 오픈소스도 무료이지만 빅데이터도 무상 확보가 가능하다. 전에는 우리가 직접 데이터 세트를 정리하고 실험·검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면 지금은 데이터가 워낙 많아서 예전처럼 하나하나 분석하기는 불가능하다. 자산운용사는 제고된 연산처리 능력과 확보 가능한 다량의 데이터를 접목해서 분석방법을 다양하게 바꿔야 한다. 전에는 특정 이론이나 가설을 먼저 세워서 많은 데이터를 검증하는 게 순서였다면 지금은 실증적으로 데이터에 맡겨서 나오는 결과를 보는 식이다.
―서두에 잠깐 대체투자 이야기를 했는데, 최근 한국도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대체투자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나 국가가 있다고 보나.
▲대체적으로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선호하는 일반적 추세를 보자면 10~15년 전만 해도 기관투자자들은 주식·채권 등 전통적 자산을 장기보유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렸으며 대체투자 참여 비중도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포트폴리오를 분산해야 한다는 니즈가 늘고 있다. 특히 기관 사이에서 퀀트기법 쪽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퀀트투자 시 분산투자 효과가 더 우수하다고 보고 있다.
두번째 유동성을 찾고 있는 비중이 늘고 있다. 퀀트매니저들이 보통 고유동성 자산을 많이 가져가는 편이다. 정상적이라면 큰 성과에 있어서 차이가 나타나지 않지만 지난 2008년이나 1998년과 같은 위기가 발생하면 유동성 확보 변수가 된다. 예를 들어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공장 투자해서 차익을 낼 수 있겠지만,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인데 급히 처분해야 한다고 보면 환금성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관리를 해야 하는 데 유동성을 찾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다.
―퀀트전략을 너무 복잡하고 위험한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퀀트전략 투자에 단점이 있다면.
▲사실 사람보다 퀀트매니저가 리스크 관리는 더 잘한다고 본다. 사람은 여러 가지 변수의 영향을 받아 그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퀀트매니저들은 일관성이 뛰어나다. 시장 내 리스크나 변동성을 포착해 바로 관리에 들어간다. 다음으로 사람과 다르게 자신감이 과해질 우려도 덜하다. 다만 오용 소지는 주의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고지를 제대로 밟아야 한다. 퀀트전략이 전반적 포트폴리오와 맞물리는지, 기대치 등에 대해 고지를 받아야 한다. 퀀트매니저들이 운용전략 특성에 대해 매번 일관되게 설명해 준다. 투자자가 원하는 것과 기대 수준이 잘 맞는지 맞춰보고 기대 수준과 실제 결과가 맞는지 대조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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