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2
부동산 개발사업에 따른 이익은 누가 가져갈까. 마진 대부분이 시행사(디벨로퍼)나 시공사들의 몫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틀린 것은 아니다.
건설사들은 제조업체 이익률을 훨씬 뛰어넘는 수익을 챙긴다. 대신 건설사들은 토지 매입부터 사업 인허가, 분양, 건축까지 수년동안 힘든 진행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 차질이 빚어지기 일쑤고 갖은 고초를 겪는다. 게다가 사업이 중단될 경우 적잖은 금전적 손실이 뒤따른다. 몇년간 수입 없이 버티다 분양금이 일시에 들어오므로 그간의 대가를 보상받는게 당연하다.
이들 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덜 지고 사업 관련 고생을 덜하면서도 뒤에서 20%대 높은 수익을 올리는 이들이 있다. 오퍼튜니티펀드(Opportunistic fund)라 불리는 사모펀드들이다.
최근 몇년 새 외국계 부동산 오퍼튜니티 펀드들이 국내에서 큰 활약을 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오퍼튜티니펀드는 개발사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중·후순위 대출에 투자해 연 15~20%의 고수익을 올리는 펀드다.
미국계 ‘안젤로 고든’은 지난달 입주에 들어간 서울 한남동 주상복합개발사업에 후순위를 투자해 연 20% 수익을 올렸다. 저금리 시대에 누가 이런 말도 안되는 이자를 부담하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엄연히 존재한다. 은행이나 보험사들은 일반적으로 선순위 대출을 선호한다. 이런 선순위 대출과 자기자본으로 사업비가 부족하면 건설사들은 고금리를 주더라도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오퍼튜니티펀드가 땅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칫 미분양이나 미입주에 그칠 경우 담보가치가 없어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 있다. 때문에 펀드 운용인력들은 사업성 분석은 물론 국내외 경제동향과 부동산시장 전망까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렇더라도 건설사가 들이는 여러 노력에 비해 힘을 덜들이고 고수익 마진을 가져가는 게 사실이다. 이런 고수익 금융시장에 토종보다는 안젤로 고든이나 SC PE와 같은 외국계들이 득세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이 시장에 전혀 진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MDM그룹이나 미래에셋금융그룹, KTB금융그룹이 국내외 오퍼튜니니펀드 조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고 난관이 적지 않다.
우선 자금을 대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리스크 지기를 싫어한다는게 걸림돌이다. 연기금이나 보험사 담당들은 고수익을 내려다 사업이 망가질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까닭에 담보인정비율(LTV)이내 투자를 고수한다. 손실이 나면 검사나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중압감에 안전 위주의 투자에 익숙해있다.
부동산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와 무관심도 넘어야 할 과제다. 당국이 자본시장 플레이어로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육성하고 있지만 부동산금융보다는 기업투자와 인수합병(M&A) 등 기업금융에 초점을 맞췄다. 되려 자본시장의 부동산금융 투자와 관련해 충당금 적립 등의 규제를 가하는 실정이다.
국내외 부동산을 넘나들며 투자하는 오퍼튜니티펀드는 잘만 육성하면 활력을 잃은 국내 금융산업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저위험에 안주하는 투자행태, 금융당국의 무관심이 지속되는 풍토 아래에서 한국판 부동산 오퍼튜니티펀드 탄생은 머나 먼 이야기다.
원정호 금융부장 won@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