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기업 매칭(코파)펀드

日구조조정 구원투수 `민관합동펀드`미 KKR와 손잡은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정부 95% 26개대형 민간기업 약50억씩. 3조출연.정부독주막고.

Bonjour Kwon 2017. 5. 16. 07:40

2017.05.15

 

전 세계적인 관심 속에 진행 중인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 인수전이 혼전 양상이다. 예상 매각가만 30조원대로 전형적인 '쩐의 전쟁'이 점쳐졌던 인수전은 아시아 경쟁사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의 개입 가능성으로 안갯속에 빠졌다. 이 와중에 미국계 사모펀드(PEF) KKR와 손잡은 일본산업혁신기구(INCJ)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INCJ는 2009년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설립된 일본의 민관 합동 구조조정 펀드다. 출범 이후 굵직한 구조조정을 주도하며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아베 신조 정권이 산업경쟁력강화법(일명 원샷법)을 만들어 산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활약이 돋보였다. 전자 기계 화학 등 전통 산업 관련 구조조정뿐 아니라 에너지 바이오 등 신사업 분야에서도 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공을 세웠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테크놀로지 투자 사례가 대표적이다. INCJ는 2012년 말 동일본 대지진 피해로 경영위기에 처한 르네사스에 1400억엔을 투입해 인수 2년 만에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2012년 25억달러를 투자해 소니 도시바 히타치 3개사의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부를 통합한 재팬디스플레이(JDI) 출범 과정에서도 역할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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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J의 활약은 최근 PEF를 활용한 민간 자본시장 중심의 '신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은 우리 금융당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INCJ의 출자사로 도요타 소니 캐논 샤프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일본의 간판기업 26개사가 참여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기업당 출자금은 우리 돈 약 50억원 수준으로 3조원에 달하는 펀드 규모에 비해 작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참여가 INCJ 전체 펀드 출자금의 95%를 책임지는 일본 정부의 독주를 막고 핵심 보직을 글로벌 대기업·금융사 출신에 맡기는 등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운용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기업들이 펀드 운용의 감시자로서 활동하게 되면 외부 입김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보다 독립적이고 공정한 펀드 운용이 가능해진다.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때처럼 불필요한 공정성 시비도 줄어들 수 있게 된다. 특히 산업 재편과 구조조정을 통해 거둔 과실이 출자 기업들에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남다르다.

 

새 정부 출범으로 한계기업·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다시 속도를 낼 시점이다. INCJ 사례처럼 기업들의 구조조정 펀드 출자 참여는 여러모로 긍정적 측면이 많다. 부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5년간 8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PEF를 결성해야 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선 기업들의 관심을 끌 만한 유인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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