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美부동산 회복넘어 호황" 퇴직금까지 빼내 집산다 2013.01.15

Bonjour Kwon 2013. 1. 16. 09:23

미국판 용산` 16조 규모 허드슨야드 정부·뉴욕市 적극 지원에 착공 성공
글로벌 큰손 81% "美투자 늘리겠다

 

 

퇴직금을 빼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고객들 전화가 하루에만 수십 통씩 걸려 옵니다. 한꺼번에 20가구를 사겠다는 기관투자가도 더러 있습니다."

미셸 메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 시니어애널리스트는 "미국 주택 경기가 회복(recovery)을 넘어 호황(economic boom)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 딘ㆍ어맨더 딘 부부는 주택을 단기 환매해 차익을 남기는 `플리핑(수리 후 재매각)`을 통해 4개월 만에 15만달러의 차익을 남겼다. 딘씨 부부는 퇴직금을 빼 워싱턴DC 인근 페어팩스카운티에 한때 80만달러를 호가하던 주택을 은행 경매로 31만5000달러에 낙찰받았다. 딘씨 부부는 4개월 뒤 이 집을 50만달러에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옛 철도차량기지인 허드슨야드. 맨해튼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던 이곳은 2005년 토지용도변경 승인이 난 이후 7년 만인 지난해 말 마침내 첫 삽을 떴다.

150억달러(약 16조원)를 들여 15개 건물을 신축하는 이번 재개발로 새로 발생하는 일자리는 총 2만3000개다. 재개발 완료 후에는 5000여 가구의 고급 아파트와 4만여 명의 경제활동인구를 수용하는 최신식 오피스타운으로 거듭난다.

미국 부동산이 활황세를 보이며 불황 탈출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주택 경기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최대 고민인 고용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전체 구직자 중 장기 실업자(6개월 이상 실업)가 차지하는 비중은 39.1%로 3년여 만에 처음으로 40%를 밑돌았다. 장기 실업자 수 역시 2010년 650만명에서 480만명으로 감소했다. 실업자의 평균 구직기간도 2011년 초 41주에서 38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장기 실업자가 감소한 이유로 최근 주택 경기 회복을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브라이언 존스 소시에테제네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투자자들 사이에 주택 경기 활성화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면서 "재정절벽 우려도 해소된 만큼 실업률은 장기적으로 계속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556만4000명으로 집계돼 한 달 새 3만명(0.5%)이나 늘었다. 건설업 실업률도 2011년 16%에서 1년 후 13.5%로 뚝 떨어졌다. 12월 건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최근 2년 만에 가장 높다.

스티븐 샌들러 미국건설협회 최고경영자(CEO)는 "건설 경기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면서 "재정절벽 우려마저 해소되며 올해 주택 경기를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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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러자 전 세계 부동산 큰손들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미국을 꼽는다. 외국부동산투자자협회(AFIRE)가 연초 주요 금융사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자가 81%에 달했다. 투자 선호 도시는 뉴욕 런던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휴스턴 순으로 상위 5곳 중 4곳을 미국 도시가 차지했다. 이는 200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워싱턴DC 옛 시티컨벤션센터에 7억달러를 투자한 모하메드 알사드 바와뱅크 부사장은 "카타르 펀드가 미국에서 한 부동산 투자 중 최대 규모"라며 "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미국을 꼽는다"고 말했다.

허드슨야드 착공은 미국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티븐 로스 릴레이티드컴퍼니 회장은 "끊임없이 제기된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끈기 있게 밀어붙인 결과 착공에 이르렀다"면서 "타임워너센터 건립 때도 비슷한 논란이 많았지만 결국 맨해튼의 랜드마크가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허드슨야드 재개발은 답보 상태인 우리나라 용산 역세권 개발에도 던지는 시사점이 많다. 둘 다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지만 뉴욕 맨해튼은 시행사를 교체하는 진통에도 불구하고 착공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성공 요인으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적극적인 조정 노력을 꼽는다. 브라운 그레그 뉴마크그럽 시니어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시장이 뉴욕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자들 간 조정 노력을 한 것이 결실을 봤다"면서 "단순한 재개발 사업이 아닌 맨해튼의 새로운 중심축을 만들어 도시를 재생하겠다는 의지가 주효했다"고 말했다.
 


소규모 상가 건물에도 부동산 경기 회복의 온기가 돌고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지역에서는 최근 150만달러짜리 2층 상가 건물이 전액 현금 조건으로 매각됐다. 오문석 전미공인중개인협회 회장은 "호황 때는 250만달러, 지금 재매각한다고 해도 200만달러는 받을 수 있는 건물"이라며 "계약서를 쓰기 1시간 전에 다른 매수자가 현금을 직접 들고 오는 바람에 놓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