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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항만·물류터미널…연해주에 몰려드는 차이나머니 법인·재산세 5년간 0%…도로·전력 인프라 제공

Bonjour Kwon 2017. 5. 23. 06:50

 

2017.05.22

◆ 남북경협 마중물 연해주 / 연해주 산업단지 조성 민관 현지조사단 동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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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와 맞닿은 러시아 연해주 최남단 하산군에서 굴착기들이 중국·러시아 합작 리조트 건설 공사를 하고 있다. 리조트 입구에 `차이나 머니`를 상징하는 중국식 사자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하산 = 김정환 기자]

`탕탕탕탕….`

 

지난달 18일 북한·중국·러시아 접경지인 연해주 최남단 하산군 슬라뱐카 지역.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굴착기들이 대규모 아쿠아파크 `초플로예 모예 리조트` 터파기 작업에 나서고 있었다.

 

이곳은 중국과 러시아가 총 25억루블(약 500억원)을 투자해 복합 해양리조트를 짓는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내년 4월부터 고급 빌라, 워터파크, 요트 선착장이 순차적으로 들어선다. 선착장이 완공되면 하산군에서 육로로 4시간 걸리는 연해주 중심지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배로 30분이면 주파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부터 북핵 사태로 한·러 경제 협력도 덩달아 얼어붙은 가운데 연해주에 대대적인 `차이나 머니` 공세가 이뤄지고 있다.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과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은 극동러시아 기업 투자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민관 현지 조사단을 꾸려 지난달 16~19일 연해주에 파견했다. 조사단은 통일연구원·중소기업진흥공단·대외경제정책연구원·수출입은행·법무법인 세종 등 28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매일경제도 조사단으로 참여했다.

 

◆ 러시아 특사단 파견…경협 물꼬 트나

 

22일 문재인정부는 대(對)러시아 특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모스크바로 파견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며 `러시아 특사 외교`에 발동을 걸었다. 송 특사는 푸틴 대통령과 면담해 양국 천연가스 협력 등 경제협력 사업 추진 의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러 경협은 문재인 대통령 핵심 안보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도 "양국 간 극동지역 개발 협력을 확대해 나아가고자 한다"며 "시베리아 천연 가스관이 한국까지 내려오고 한국 철도망이 시베리아 철도망과 연결되는 시대가 하루빨리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이 극동러시아 시장을 선점하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 중국, 연해주 접경요지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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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기 이사장

연해주 최남단 하산군 크라스키노 고지대에 오르자 북·중·러 3개국 접경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동해가 펼쳐 있고 서남부쪽은 하산을 거쳐 북한 나진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있다. 중국 훈춘으로 접어드는 직선 도로는 손에 잡힐 듯 시야에 잡힌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하산군 요지는 이미 중국계 자본이 진입했거나 `입질`에 들어간 상태다. 하산군 남부 자르비노항에는 중국 터미널 운영업체 차이나머천트그룹이 러시아와 합작해 총 30억달러 규모 곡물 터미널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고위 소식통은 "자르비노항은 중국 동북3성 환적 물량이 90%를 차지하는 하산 핵심 항만"이라며 "양국이 올해 4분기에는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산군에 따르면 최근 자르비노항 인근 슬라뱐카 연안에 수산물 가공 공장을 짓는 사업에도 차이나 머니가 투입됐다. 중·러 물류 동맥을 잇는 사업은 윤곽이 잡혔다.

 

최근에는 일본도 뛰어들었다. 발레리 알파토프 하산군 투자유치 담당 고문은 "일본이 시베리아 횡단열차 간선 노선에 인접한 하산군 항만 용지를 인수해 30억달러 규모 제재소 투자에 나섰다"며 "시베리아와 극동지역 목재를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철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러 개발 경협은 북핵 사태와는 별도로 투트랙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통일 한국을 위한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진출 기업은 미미

 

극동러시아 한국 기업 진출은 미미하다. 대기업 중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LG전자 물류센터와 기아차 대리점, 현대종합상사 연해주 농장이 있는 정도다. 하산에는 유니베라(옛 남양알로에)·에코랜드 등 중소 규모 농업 기업만 진출했다.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극동러시아 경제특구(선도개발지역·자유항)에 입주한 한국 기업도 2곳에 불과하다.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폴리우레탄 제품을 만드는 중소·중견 기업이다. 반면 중국은 이미 9곳 기업이 경제특구에 입주했다. 여기에 10개 기업이 추가로 입주 신청을 내며 공격적으로 현지 사업 지분을 쓸어 담고 있다.

 

지난해 북핵 사태로 박근혜정부에서 전면 중단됐던 나진·하산 프로젝트(러시아 석탄을 북한을 통해 국내로 실어오는 복합 물류사업)를 재개하고, 극동러시아 지역을 집중 공략해 현지 진출 `밑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은 "우선 선도개발지역, 자유항에 한국 기업 진출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고 하산에 협력 배후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이 배후지를 중국, 러시아, 북한 두만강 하구까지 잇는 루트로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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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재산세 5년간 0%…도로·전력 인프라 제공

 

2017.05.22

러 "한국 전용산단 논의 가능"

 

◆ 남북경협 마중물 연해주 / 극동개발 경제특구 혜택은 ◆

 

 

블라디보스토크 중심가에서 차로 1시간 달려 도착한 나데즈딘스키군 경제특구. 칼날 같은 북풍 속 먼지 바람을 뚫고 거대한 돌덩이를 실은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간다.

 

이곳은 극동러시아 개발을 책임진 극동개발부와 연해주 주정부가 차기 교통물류 `메카`로 육성하려는 곳이다. 나데즈딘스키 철도역에서 1.7㎞, 연방 간선도로와는 12㎞ 떨어진 교통 요지로 축구장 806개(806㏊)가 들어갈 수 있는 벌판에 도로 건설 기반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러시아 정부는 89억루블(약 1700억원)을 투입해 도로·전력·상하수도 등 기초 인프라스트럭처를 다지는 작업에 나섰다. 블라디보스토크 배후에 산업단지를 건설해 통관, 운송, 보관이 이뤄지는 대규모 물류단지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옐레나 야스케비치 연해주 투자청 부청장은 "연말까지 도로, 전력 등 인프라가 완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은 "안정적인 남·북·러시아 경제 협력을 위해서는 나데즈딘스키 경제특구 등 물류 중심지에 한국인 전용 산단을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경제특구 파격 세제 지원

 

러시아는 어느 때보다 극동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에 따라 출렁이는 경제 구조를 바로잡고 내부 경쟁력을 다지겠다는 이유에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2년 3기 정부 출범 직후 일찌감치 중앙부처로 극동개발부를 신설했다.

 

하지만 극동개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은 본격적으로 경제특구 관련 법령이 발효된 지난해부터다. 극동지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은 최근 세팅된 경제특구 지원책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경제특구는 크게 `선도개발지역`과 `자유항`으로 나뉜다. 특구 입주기업은 사회보장세(30%→10년간 7.6%), 법인세(20%→5년간 0%), 재산세(2.2%→5년간 0%), 각종 행정 지원 등 혜택을 볼 수 있다. 선도개발지역의 경우 정부가 예산을 들여 기초 인프라를 깔아준다는 장점도 있다.

 

러시아는 극동 개발 `전초기지` 블라디보스토크 등 17곳을 선도개발지역으로 지정했다. 북·중·러 경제협력 요지인 하산군 등 5곳(지자체 20곳)은 자유항으로 선정해 무역 거점으로 키우려 하고 있다. 최소 자본금은 선도개발지역 기준 50만루블 이상이다. 자유항에는 투자 규모가 3년간 500만루블 이상 등 요건을 갖춘 기업만 입주가 가능하다.

 

◆ 한국 전용 산단 구축될까

 

물류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이 현지 진출하면서 시너지를 내려면 `한국 전용 산단` 등 밸류체인을 공유하는 연관 기업이 패키지로 진출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원용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 교수는 "선도구역, 자유항 등 지원 프로그램은 클러스터가 아니라 세제상 혜택을 받기 위한 개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것만으로 극동 지역을 변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러시아 국가 주도의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

 

이 같은 모델에 대한 러시아 측 입장은 긍정적이다. 레오니드 페투코프 극동투자수출지원청장은 "최근 교통 요지에 한국 전용 산단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극동개발부 전용 핫라인도 설치하는 등 한국 투자를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스케비치 부청장도 "연해주 내에 한국 산단을 구축하는 방안을 협의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