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6.01 06:06
서울 도심의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감정가 8000억원대 유엔사 부지를 놓고 인수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커다란 불안 요인 때문에 선뜻 토지 인수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달 말 유엔사 부지를 최고가 입찰자에게 넘기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과 외국계 자본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지 낙찰가가 과도하게 올라갈 경우 낙찰자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유엔사 부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면 부지 가격이 감정가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과열 경쟁으로 인수가가 터무니없이 올라갈 경우 개발이익을 남길 수 없는 사업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 항공 촬영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유엔사 부지. /LH 제공
유엔사 부지의 가장 큰 단점은 고도제한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건물을 지을 경우 남산 조망을 해치지 않도록 건물 높이가 해발 90m로 이하로 제한된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짓는다면 최고 20층까지 지을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고층으로 지어야 수익을 내기 쉽다. 용적률을 높여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층 아파트는 높이 자체만으로도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수요자들도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입찰을 준비 중인 국내 부동산 투자회사의 한 임원은 “아무리 유엔사 부지 위치가 좋다 하더라도, 높이가 30층이 넘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4200만~4300만원 선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분양가를 3.3㎡당 6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요즘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아파트를 제외한 중대형 아파트만 지을 수 있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유엔사 부지에 짓는 공동주택은 가구당 전용면적 85㎡를 초과해 780가구까지만 지을 수 있다.
◆ 상업시설 30% 이상 걸림돌…초기 자금도 부담
오피스·판매시설·호텔 등 기타 시설을 30% 넘게 지어야 하는 것도 향후 사업성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시설과 달리, 기타 지역에 지을 수 있는 호텔이나 판매시설, 업무용 빌딩의 분양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은 작년부터 오피스 공급 물량이 쏟아지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 호텔의 경우 올 하반기 대거 문을 여는 곳들이 많아 공급 과잉 우려도 있다. 국내 건설사 한 관계자는 “상업시설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미분양 리스크가 크다”며 “상업시설에 대한 명확한 처리 방안 없이 무작정 비싼 가격에 토지를 사들이면 나중에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지 입찰과 낙찰에 필요한 초기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망설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 유엔사 부지에 입찰하려면 이달 26일까지 입찰금액의 5% 이상을 입찰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입찰에만 최소 400억원 가량을 쏠 수 있는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낙찰자로 선정되면 30일에 계약금을 완납해야 한다.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다. 만약 부지를 1조원에 낙찰을 받았다면 1000억원을 한 번에 계약금으로 내야 한다.
추후 자금 조달도 만만찮아 보인다. 낙찰자가 토지에 대한 잔금을 모두 치르기 전까지는 토지를 온전히 소유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신용도가 높은 업체가 아니라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증권사의 미담확약(지급보증)으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워낙 규모가 큰 사업이라 수수료 등 현금 유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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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 노른자 땅인 용산구 이태원동에 주한미군기지 중 사우스포스트 동쪽 유엔사 부지가 공개 매각된다. 이는 용산 미군기지 가운데 본부지를 뺀 매각 대상인 인근 3개 산재부지 가운데 처음 분양되는 것이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전용면적 85㎡초과 780가구까지 지을 수 있다. 매각가가 1조원을 넘어설 지 주목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1일 서울 용산 이태원동 유엔사 부지 땅 전체 면적은 5만1753㎡ 중 공원·녹지·도로 등 무상공급 면적을 제외한 공급면적 4만4935㎡ 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공급 예정가격은 8031억원이다. 최고가격 입찰자가 낙찰자로 결정되며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필지의 건폐율은 60% 이하, 용적률은 600% 이하이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전용면적 85㎡ 초과 780가구까지 지을 수 있으며, 건축물의 지하 부분은 계산에서 빼고 지상 연면적만 따져서 40% 이하까지 건축이 허용된다.
오피스텔을 지을 때는 공동주택(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포함해 지상 연면적의 70% 이하까지 지을 수 있다. 오피스·판매시설·호텔 등 기타 지역은 30%를 넘어야 한다.
유엔사 부지는 용산공원과 이태원을 연결하는 완충지로 이태원관광특구, 대사관밀집지역 등 글로벌 인적 교류장소 및 명소들과 어우러져 있다.
이 부지는 지리적으로 서울 중심에 있어 남산 2~3호 터널, 반포대교만 통과하면 서울 강남 등 부도심으로 접근할 수 있다. 용산공원과 바로 접해 있고 신분당선 북부연장구간 개통 등 교통망 확충으로 대중교통 이용여건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라고 LH는 설명했다.
유엔사 부지가 위치하는 용산미군기지 동쪽 녹사평대로 방면은 한남뉴타운의 표류와 주한미군 주둔지로 용산역과 남영역을 잇는 한강대로변 서쪽 지역과 달리 각종 개발에서 소외됐다. 그러나 한남뉴타운과 수송부부지 개발, 신분당선 연장 구간 개통, 용산공원 조성 등에 이어 유엔사 부지 개발까지 더해지며 서울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지 주목된다.
LH는 건설사와 시행사, 금융사를 상대로 입찰에 대한 사항을 설명하는 투자설명회를 17일에 개최한다. 다음 달 26일 LH청약센터에서 인터넷 접수를 신청받고 당일 개찰해 낙찰자를 발표한다. 이어 30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투자설명회 신청은 이달 11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다. 전화(02-6908-9007, 9009)로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LH 청약센터에 게시된 공고문을 참조하거나 LH 미군기지본부(02-6908-9009)로 문의하면 된다.
김동섭 LH 사업기획부장은 “용산미군기지 동쪽의 경우, 이태원과 경리단길 일부를 제외한 지역은 각종 개발에 소외됐다”며 “이번 유엔사 부지 개발과 용산공원 조성을 계기로 서울 시민과 관광객 모두 자연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용산 미군기지 본체는 민족공원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며, 인근 산재부지 3곳 가운데 유엔사 부지 바로 아래에 더 큰 수송부 부지와 삼각지역 인근 캠프 킴 부지도 매각 대상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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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각하는 용산 유엔사부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서울 중심부 알짜부지에 주상복합,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을 지을 수 있어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소 입찰가격은 8031억원으로 낙찰가가 1조원 이상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캐피탈호텔에선 LH의 유엔사부지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해당 부지에 대한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설명회장은 대형 건설사와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 금융권 등 투자 희망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참석한 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은 “유엔사부지의 투자매력도가 높다”는 것이다. 입찰참여 여부나 예상 낙찰가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자금여력만 있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분위기다.
유엔사부지는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따라 매각이 추진된다. 당초 국방부 땅이었지만 LH가 평택기지에 시설물을 지어주는 대가로 부지를 양도받았다.
공급면적은 4만4935㎡로 부지는 대부분 고밀도 개발이 가능한 일반상업용지다. 용적률(부지면적 대비 건물 지상층 연면적 비율)은 600%를 적용받는다. 부지면적의 6배에 달하는 연면적 약 27만㎡의 대형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셈이다.
지을 수 있는 건물용도는 △공동주택(전용면적 85㎡ 초과, 최대 780가구) △오피스텔 △오피스 △판매시설 △호텔 등이다.
업계는 높은 용적률과 아파트·오피스텔 분양이 가능하다는 점에 특히 주목한다. 통상 부동산 개발에서 사업성과 용적률은 비례한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고밀도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거용 시설도 개발 사업성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아파트 분양은 업계에서 소위 ‘마진’(이윤)이 많이 남는 사업으로 통한다. 오피스·상업시설보다 수요가 많고 공실률 부담과 같은 사업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작아서다.
입지도 업계의 관심을 끈다. 부지는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녹사평역에서 가깝다.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심에 있어 종로·광화문 등 도심권이나 강남권과의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지 서쪽에선 미군기지 이전부지를 대규모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는 용산공원사업이 추진된다. 여기에 부지를 둘러싼 한남뉴타운사업도 정상화한다면 유엔사부지 개발에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H는 부지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 입찰신청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대형 건설사나 디벨로퍼뿐 아니라 PEF(사모펀드) FI(재무적투자자) 등 다양한 투자자가 부지 매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LH가 공매한 한남동 ‘한남외국인아파트’ 부지는 부실채권 투자회사 대신에프앤아이가 6242억원에 매입했다. 업계 안팎에선 ‘한남외국인아파트’보다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유엔사부지의 낙찰가격이 1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진다.
유엔사부지엔 높은 사업성과 뛰어난 입지를 바탕으로 최고급 주거·상업복합단지가 들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인근 시세나 높은 땅값 등을 고려하면 주거시설 분양가격은 3.3㎡당 5000만원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이날 설명회에서 “유엔사부지에 주거시설을 지어 공급한다면 인근 ‘한남 더힐’이나 반포동, 압구정동, 성수동 등의 고가 아파트와 경쟁할 수 있는 고급 상품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사부지는 다음달 26일 LH청약센터(http://apply.lh.or.kr)를 통해 경쟁입찰이 진행된다. 입찰 당일 개찰해 최고가격을 써낸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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