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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금융사로 이직한 그들…건설과 금융의 융복합을 말하다

Bonjour Kwon 2017. 6. 27. 07:59

2017-06-26

 

"건설은 깊고 길게, 금융은 다양하고 빠른 능력 요구해" "건설사 니즈 꿰뚫어 다양한 부동산금융 개발에 도움"

좌담회 참석자(사진 왼쪽부터)

조학현 동부증권 부동산금융팀 부장

이창림 무궁화신탁 영업지원부 부장

김지연 리치먼드자산운용 운용본부2팀 과장

박기석 HMC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팀 팀장

사회=원정호 건설경제 금융부장

건설과 금융의 이미지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건설의 이미지가 우직하고 투박하며 호흡이 긴 ‘남성성’을 나타낸다면 도시적이고 세련되며 스피디한 여의도 금융의 이미지는 ‘여성성’을 대표한다. 이런 점에서 이업종인 건설과 금융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건설과 금융의 ‘융복합’은 해를 거듭할수록 대세를 이루고 있다.

 

 

부동산펀드 판매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고, 임대주택리츠나 펀드 등과 관련한 금융상품 개발도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다. 선박금융에는 선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는 것처럼, 부동산·건설금융을 하려면 부동산과 건설업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지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건설과 금융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날이 갈수록 부동산·건설 금융상품이 고도화되면서 건설업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하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건설사에서 금융사로 전직하는 인재들의 숫자도 늘고 있다. 이들의 존재는 경제 산업적으로 건설과 금융의 조화가 요구되는 시기임을 방증한다. 건설사에서 하나의 사업을 ‘깊고 길게’ 끌고 갔던 학습과 경험을 무기로 여의도에서 ‘다양하고 빠르게’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투자한다. 건설과 금융의 동반성장과 함께 투자은행(IB)의 첨병으로 자리매김한 건설사 출신 금융맨 4명을 초대해 속 깊은 얘기를 들어봤다.

건설사에서 금융사로 이직한 계기는.

조학현 동부증권 부장(이하 조): 2002년 우미건설에 입사해 분양과 개발, 수주사업 등을 주로 하다가 재무 파트에서 4년 정도 근무했다. 그때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금융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3년에 한국투자증권으로 이직해 2년6개월 정도 근무하다 현재의 동부증권에서 근무하게 됐다.

이창림 무궁화신탁 부장(이하 이): 1994년에 부영에 처음 입사하고, 동양건설산업과 한양에서 근무했다. 한양에서 근무할 당시, 동양건설산업에서 함께 근무했던 본부장님이 무궁화신탁의 대표를 맡으면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이번에 무궁화신탁이 사세를 확장하면서 영업지원단이라는 서브 조직을 만들게 됐는데, 신탁과 주택업에 대한 내 이력이 도움이 돼 올해 초 무궁화신탁에 합류하게 됐다.

김지연 리치몬드자산운용 과장(이하 김):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후 설계사무소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고, 대학원에서 도시계획 쪽 공부를 하면서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디벨로퍼 신영의 계열사인 신영에셋에 처음 입사해 투자자문을 담당했다. 이후 현대증권 DCM(부채자본시장) 실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채권을 설정하고 운용 및 투자하는 업무를 하다가 리치몬드자산운용으로 이직을 하게 됐다. 현재는 실물부동산이나 개발 및 대출형 펀드를 설정하고 운용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박기석 HMC투자증권 팀장(이하 박): 건축공학과 출신으로, 간삼건축에서 건축설계 업무를 처음 시작했다. 2000년도 초반 개발사업 붐이 불면서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고, 감정평가사 공부도 하기 시작했다. 이후 동부건설 개발사업팀으로 옮겨 용인아파트 개발사업을 마무리 한 뒤, 2012년 HMC투자증권으로 옮겨 현재 부동산금융을 담당하고 있다.

금융사에서 건설사 출신의 인력을 왜 원할까.

김: 부동산은 전문성이 필요한 종합적인 영역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건설 특화 부분에 대한 보완재로서 건설사 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 쪽 인력들은 캐시플로(CF)나 회계 능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건축과 엔지니어링 소양은 부족할 수 있다. 시공사 출신의 인력이 이 부분을 메워주는 것 같다.

조: 건설사에서 근무할 당시 파트너사나 협력사가 300여개였는데, 금융사는 300개 파트너사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아닐까 싶다. 금융업은 건설업에 반드시 필요하다. 토지신청금 대출, 토지중도금 반환 대출, 미담확약 등 기존에 없던 상품이 여의도 증권사에서 출시될 수 있었던 것은 주요 고객인 건설사의 니즈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건설사 출신들이 여의도에 진출해 이뤄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이: 건설과 금융이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융복합이나 이직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박: 선박금융을 하려면 선박산업을 잘 알아야 하는 것처럼, 부동산ㆍ건설금융을 하려면 부동산과 건설산업을 잘 아는 이해관계자가 당연히 필요하다. 건설사는 한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깊게, 많은 분야에 관여한다. 이 때문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건설사 출신이 확실히 우위를 점한다. 건설사의 경험을 기반으로 리스크를 보는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건설과 금융, 조직과 업무에 있어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이: 건설사는 끈끈한 정이 있다. 오랜 기간 한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금융사는 호흡이 짧다. 증권사도 그렇겠지만 신탁사 역시 실적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여유가 없어진다. 술을 마셔도 계속 걱정이 되니까 짧게 많이 마신다. 밤새도록 마시기도 어렵다(웃음). 대신 실적에 따른 보상(인센티브)이 있다는 장점도 있다.

조: 건설사는 하나의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기 때문에 ‘장기전’에 속하지만, 증권사는 ‘초단기적’인 경우가 많다.

김: 공감한다. 시행사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팀 단위로 정보 공유도 하고 사업에 대한 문제나 어려운 점을 털어놓기도 했다. 같은 팀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깝게 지내곤 했다. 하지만 증권사에서는 정보 공유가 쉽지 않다. 외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 관계를 더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장단점이라기보다는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박: 건설사와 금융사의 호흡이 다르다. 건설사에서는 깊이 있게 배우고, 증권사에서는 다양하게 많이 접하게 된다. 건설사에 있을 때는 주로 국내 아파트나 오피스를 위주로 했는데, 증권사의 경우 최근 해외 딜이 붐을 일으키면서 해외 출장을 갈 기회가 많이 생긴 점도 차이점 중 하나다.

이: 만나는 사람도 다르다. 건설사에 있을 때는 시행사나 토지주, 브로커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감정평가사나 변호사 등 다양한 업종과 유형의 사람과 인맥을 쌓고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부동산금융의 쏠림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김: 대규모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국내 분양시장은 과거에 비해 한계점에 도달했다. 실물 부동산인 코어에셋 딜도 국내에서는 가뭄 상태다. 그렇다 보니 운용업계에서 해외 쪽으로 시선을 돌려 해외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이: 정부가 택지공급을 줄이니까 신규 주택 요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도시재생이나 재개발, 재건축 등 기존 주택에 대한 활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과정에서 금융사나 신탁사가 조명을 받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블라인드펀드 형식으로 자금을 마련해 중도금대출을 지원하는 등 금융사가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넓어질 것이다.

박: 최근 돈이 되는 IB는 부동산이라는 것이 확실하니까 우리 회사(HMC투자증권)에서도 이에 대한 지원을 계속 해주고 있다. 특히, 해외 딜에 힘을 실어주며 독려하고 있다. 요즘은 증권사가 없으면 딜 클로징을 못할 정도로, 증권사가 하드에셋(실물자산) 딜에도 활발하게 참여 중이다. 국내에 개발할 땅이 없으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물량이 줄고, 국내 오피스 시장도 별로 좋지 않다. 국내 대형 기관투자자들 역시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해외 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건설과 금융이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 있을까.

이: 점점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건설사의 신용공여 없이는 PF가 전혀 나오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본연의 PF로 돌아간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 부담이 덜해진 게 사실이다. 특히, 중도금 같은 경우 정부에서 막아서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증권에서 알선해주거나 관련 상품이 개발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지지 않을까 싶다.

조: 건설사에서 원하는 건 금융기관의 빠른 대응과 피드백이다. 나 같은 경우는 건설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빨리 내리려고 한다. 건설사도 증권사도 모두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두 산업의 본질과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전 직장인 우미건설에 있을 때 회장님이 강조했던 부분 역시 ‘진정성, 진심, 원칙’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회사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윈윈할 수 있는 부분이 발생한다고 본다. 생각해보면 토지입찰 보증금과 같은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한 것 역시 건설사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금융시장 변화와 주력할 부분은.

이: 신탁사 입장에서 보면 개발 쪽 관리형ㆍ차입형 토지신탁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신탁사는 11개사인데 물건은 한정됐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농협중앙회와 부동산담보신탁과 관련한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수익 창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앞으로는 새로운 차원의 먹거리 개발이 중요하다.

조: 새 정부가 도시재생에 투자하는 만큼, 우리도 그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하려 한다. 임대주택사업의 경우에도 준공 이후 임차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 개발을 고민하고 있다.

박: 요즘은 언더라이팅(총액인수) 업무를 주로 하려 한다. 선진국의 대형 투자은행(IB)들은 언더라이팅으로 돈을 번다. 언더라이팅으로 일단 자금을 투입한 다음에 수익은 얻고 엑시트하는 게 증권사의 아니덴티티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셀다운이 안 될 경우에는 고생할 수 있지만, 부실의 걱정은 없는 편이다. 셀다운이 안 되면 다른 딜에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는 부분에 있어서 고민이 있기는 하다. 그렇기 때문에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늘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김: 예전에는 기관들한테 딜 소싱을 어필하는 게 기본적인 운용업계 프로세스라면 요즘에는 블라인드펀드를 모으는 게 경쟁력이 된다. 여유자금을 빨리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외국처럼 블라인드펀드가 조금씩 활성화되는 추세다.

 

 

예전에는 주택이나 땅이 보유의 개념이었다면 최근에는 선진국처럼 임대라는 개념으로 가니까 앞으로 임대주택 리츠나 임대주택 전문 자산운용사도 생기고 있다. 개발사업부터 함께 들어가야 하는데 당장은 운용사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적지만, 앞으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 같다.

건설사의 이력이 도움이 되나.

박: 시공사 근무가 힘들었지만, 정말 많은 걸 배운 것 같다. 여의도 와서 하는 일의 대부분은 건설회사에서 배운 걸 기반으로 한다. 시공사 출신이라는 걸 뿌듯하게 생각한다. 시공사는 용지 매입부터 택스까지 일련의 개발프로세스 내에서 해야 하는 모든 일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정말 깊이 있게 일을 한다. 이걸 베이스로 금융사에서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낀다.

이: 건설사 경험이 맷집을 키워줬지(웃음).

조: 그리고 증권 영업을 하다 보면 시공사 출신이라고 나를 소개하면 상대가 달리 보는 부분도 있다. 건설에 대한 이해도 때문일 거다. 우미건설에서 12년간 근무한 경험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건설사는 회사 전체가 움직여 일을 한다면, 증권사는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개념이다. 건설사는 버스운전사이고 증권사는 택시운전사 같다. 버스기사가 정해진 노선대로 일하면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을 받는 반면, 택시기사는 자유롭게 일해 사납금을 채운 후 업사이드를 벌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건설사에서 베이스를 배우고, 금융기관에서 딜을 접하며 개인 실력을 쌓아 나가는 게 좋은 커리어라고 생각한다.

 

 

도시는 언제나 발전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설이라는 인력과 금융이라는 돈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쪽에서 일을 하든 보람은 같다고 생각한다.

조: 앞으로도 건설사 출신이 금융기관으로 이직하는 일은 더 활발할 것 같다. 하지만 장밋빛만 기대하는 경우, 이직에 실패하고 돌아가는 케이스도 있다.

김: 부동산업계 자체가 워낙 좁기도 하고 인력관리나 인맥관리가 중요한 부분이다. 채권이나 주식에 비해 부동산은 사람이 판단하고 개입할 여지가 많다. 회사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무리한 딜을 진행할 수도 있는데, 가장 신경써야 하는 건 사람이다. 신뢰를 잃지 않고 일하는 게 중요하다.

 

 

정리=홍샛별기자byul0104@

사진=안윤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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