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에서 가스 추출" 친환경 발전소는 왜 놀고 있나 본문듣기 설정
기사입력2017.07.16
태안발전소의 IGCC 플랜트 [두산중공업]
충청남도 태안군의 서부발전 태안발전소. 이곳에는 일반 발전소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100m 높이의 거대 플랜트가 우뚝 솟아있다. 석탄에서 가스를 분리해내는 가스화 설비다.
여기에 석탄을 넣어 열과 압력을 가하면 일산화탄소(CO)와 수소(H2)가 주성분인 가스를 추출할 수 있다. 이 가스로 가스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석탄을 청정 에너지로 바꿔주는 발전소다. 공정에 따라 암모니아와 메탄올·비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다.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교토의정서 채택과 원유가격이 크게 오른 2000년대 중후반부터 주목받았다. 그런데 태안의 이 발전소는 6월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쉬고 있다. 어찌 된 일일까.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적자를 볼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발전 설비는 투자비보다 전력 생산능력이 떨어져서다. 생산 원가가 한국전력의 전력 매입 단가를 웃돈다. 석탄·석유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발전원보다 전력 생산 단가가 훨씬 높다. 정부는 2012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도입해, 발전 사업자에게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늘리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현재 전력 가격 구조에서 RPS를 늘리면, 발전사업자에게 적자를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신재생공급인증서(REC) 제도를 도입했다. REC 제도는 태양광·바이오매스 등 발전원에 따라 일정 수준의 비율을 매겨, 얼마나 친환경 발전을 했느냐를 측정하는 제도다. 예컨대 가중치가 1.5인 태양광 발전소가 의무공급량인 2MWh의 전력을 생산했다면 3MWh의 친환경 발전을 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실제 생산량을 초과한 1MWh의 REC는 다른 발전소에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낮은 수익성을 보완하는 한편, 친환경 전력 공급을 확산할 수 있다. 이에 비해 REC 가중치가 0.5인 발전소가 2MWh의 전력을 생산했다면 친환경 발전을 1MWh만 한 것으로 인정한다. 부족한 1MWh는 발전소가 다른 친환경 발전설비를 설치해 충당하든가, 다른 발전소로부터 사와야 한다. 현 정부가 친환경 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어, 발전 사업자들은 REC 가중치를 높게 인정해주는 발전소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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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CC 구조도 [두산중공업]
문제는 가중치 산정이다. IGCC의 REC 가중치는 0.25로 모든 신재생 전력원 중 가장 낮다. 1000kW의 전력을 생산하면 250kW만을 친환경 발전으로 인정해준다는 뜻이다. 그나마 의무 공급량의 10% 이내의 발전량에 대해서만 공급인증서를 발급한다. 올해 RPS는 3.5%. 태안발전소의 IGCC가 아무리 많은 친환경 전력을 생산해도 RPS의 10분의 1인 0.35% 밖에 친환경 전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발전사로서는 RPS 이행에 도움이 안 되고 석탄화력발전보다 비싼 IGCC를 필요 이상으로 가동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서부발전 IGCC발전처의 이정수 발전운영실장은 "구조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100% 활용할 수 없으며 REC를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비해 폐목재나 나무껍질·우드팰릿(톱밥 등을 원통형으로 뭉친 소재)을 100% 발전원으로 사용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경우 REC 가중치가 1.5나 된다. 친환경 발전인 태양광과 비슷하거나 높다. 그러나 우드팰릿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당 1.55g로, 연탄(0.08g/㎏)보다도 20배가량 높다. 이런 바이오매스 발전량은 5546GWh로,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15%에 달한다.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만 쓰지 않는 목재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REC 가중치가 높다. 남동발전이 운영하는 영동 1호기 등 수명이 다한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가 최근 바이오매스 발전소로 전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우드팰릿 등은 국내 공급량으로는 부족해 베트남 등지에서 90% 이상 수입해오고 있다. 전력회사로서는 발전단가가 낮은 바이오매스를 팔아 높은 수익을 벌고 REC까지 팔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일종의 역차별인 셈이다.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회사 관계자는 "친환경이라는 RPS 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다른 발전원보다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는 바이오매스에 지원이 아닌, 패널티를 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IGCC는 LNG에 비해 화력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발전효율은 42%로 석탄화력발전보다 2~4% 높다. 인화성 화학 성분이 빠지고 난 재는 건설 자재로 재활용된다. IGCC는 현재 태안발전소를 비롯해 미국 3곳, 일본 1곳, 네덜란드 1곳 등 총 6곳이 운행 중이다.
서부발전의 김재환 태안발전본부장은 "석유·LNG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낮고 수입할 수 있는 나라가 많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필요한 발전원"이라며 "IGCC는 친환경 정책에 부합하는 석탄보다 깨끗한 석탄발전"이라고 설명했다.
태안=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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