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5
2017년 청정에너지 ETF(PowerShares WilderHill Clean Energy ETF·PBW)의 수익률은 S&P 지수와 STOWE 글로벌 석탄 지수의 수익률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표=블룸버그)
지난 2분기 미국 내 재생에너지 투자 전분기 대비 51% 상승하며 2015년 이래 최고치 기록. (단위=10억 달러, 표=블룸버그)
옥상 태양전지판 제조업체 주가 올들어 32% 상승. 흰색=태양광 에너지기업 선런(Sunrun Inc.) 주가. 파랑-S&P 500 지수. (표=블룸버그)
지난 3개월간 테슬라의 주가 추이. (표=구글 파이낸스)
‘친화석연료’ 트럼프 시대, 재생에너지 ‘완승’
-올해 풍력 태양광업체 주가 20%↑…S&P 500 상승률 2배 이상
-랠리 원인은 美네바다 주 법안에서 중국 수소버스까지 다양
-일각에선 "재생에너지 랠리 일시적일 수" 지적도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Trump Digs Coal" (트럼프가 석탄을 캔다)
쓰러져 가는 미국의 석탄과 전통 에너지 산업을 살리겠다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의 대표적 구호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석탄 산업의 부흥을 약속하며 취임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바람과는 달리 시장의 스마트 머니(시장정보에 민감한 기관들이 장세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는 자금)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태양광 기업과 풍력 터빈 제조업체를 비롯해 화석연료 소비의 감소로 수혜를 입는 40개 재생에너지 기업을 모아놓은 청정에너지 ETF(PowerShares WilderHill Clean Energy ETF·PBW) 지수는 올들어 20% 이상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상승률인 9.8%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전폭적인 지원의사를 밝힌 주요 석탄기업 지수의 상승률 8.3%도 크게 앞질렀다.
이처럼 원유와 천연가스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친환경 에너지 섹터가 랠리를 펼치는 것은 국내외 정책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통과된 네바다 주의 옥상 태양집열판 활성화 법안과 중국의 대량 운송 수단 정책,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모델3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면서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제니 체이스 태양광 에널리스트는 "트럼프의 친(親)화석연료 정책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지를 훼손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두가 우려하는 대로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재생에너지 기업의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자 투자자들은 풍력과 태양광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다. BNEF에 따르면, 지난 4~6월 관련 펀드로 밀려든 자금이 147억달러(한화 16조 4243억 1000만 원)로, 전분기대비 51% 급증했다. 이는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유럽에서 흘러 들어온 투자금이 10% 상승하며 88억 달러(9조 8322억 4000만 원)를 기록했다.
임팩스 자산운용사의 데이비드 리처드슨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석유 석탄 등 전통 에너지에 비해 청정 에너지가 훨씬 수익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재생에너지 종목 상승에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팩스의 운용자산 규모는 87억달러(9조 7196억 4000만 원)로, 올들어 32% 증가했다.
특히 태양광기업들의 주가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미국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선런(Sunrun Inc.)은 연초 이후 주가가 32% 상승했다. 24일(현지시간) 선런의 주가는 3.7% 오른 7.56달러에 마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네바다 주 의회가 주택 소유자들에게 옥상 태양광 패널 설치를 손쉽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랠리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네바다 주는 미국에서 가장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이다. 그러나 지난 2015년 규제 당국이 옥상 태양광 패널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삭감한 이후 관련 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신규 법안이 적용되면, 태양광 산업에 대한 신용도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 역시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최대 태양광 패널업체 퍼스트 솔라는 올들어 33% 뛰었다. 24일 퍼스트 솔라의 주가는 44.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기록했던 저점 29.21달러 대비 53% 가량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35% 급락했던 패널 평균 가격 역시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패널 가격은 와트 당 33센트로 지난 12월 이래 8% 하락하는 데 머물렀다. 시장의 변화는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패널을 비축한데서 기인했다. 미국 기업들이 수출 제품에 상계관세가 부과될 지 숨죽인 채 지켜보며, 중국 등 다른 국가와 연방정부 간의 무역 전쟁이 종료될 때까지 관망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구겐하임 증권의 소피 카프 애널리스트는 "패널 가격 하락으로 태양광 발전의 대중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관련 종목 주가에 순풍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태양광과 풍력 외에 재생에너지 열풍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는 바로 연료 접지 업체들이다. 연료 전지는 액화수소와 산소의 반응에 의해 전기에너지를 얻는 신기술이다. 중간에 발전기와 같은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를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발전 효율이 매우 높은 데다, 순수한 물만 방출해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충전 인프라의 미비로 수소차 보급 속도는 전기차에 비해 매우 더딘 편이다. 중국은 틈새 시장을 노려 연료 전지 기술을 버스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베이징 당국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연료 전지 제조업체 하이드로제닉스의 주가는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발러드 파워 시스템스 역시 73% 급등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으나, 올들어 50%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는 ‘반값 테슬란’란 이름이 붙어진 ‘모델3’ 출시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은 것이다. 이달초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오는 12월까지 2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라면서 올 연말까지 월 2만대를 생산 체제를 갖춘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에 불을 붙였다.
물론 재생에너지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청정에너지 섹터의 랠리 중 일부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태양광 패널 무역분쟁은 잠시 패널 가격을 끌어올렸으나, 궁극적으로 보조금 경쟁을 부추겨 전세계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료 전지업체들 역시 지금까지 단기간 랠리 후 폭락하는 현상을 보여왔다.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달 23일 고점을 기록한 후 20% 이상 하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각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이 줄면서 실망스러운 판매 실적을 기록한데다, 대량생산 능력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테슬라의 주가는 342.52에 마감했다. 10일 기록한 저점 대비 12% 낙폭을 회복했지만, 지난달 고점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12% 가량 빠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