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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님비시대]③ 불협화음 청년주택…"대통령 공약도 안 통해"

Bonjour Kwon 2017. 9. 9. 10:42

2017/09/08

“집값 떨어지면 나라가 책임져 줄 건가요?”

 

심각해진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서울시가 내놓은 청년 임대 주택 사업. 서울시가 용적률 완화 등 혜택을 주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중앙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를 통해 공유형 임대주택 5만실과 역세권 중심의 청년 주택 20만실 공급에 나서기로 했지만 주민 반발 때문에 곳곳에서 불협화음만 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주거 환경 악화와 집값·임대료 하락 우려를 이유로 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역세권 청년주택 공사현장 사진. /이상빈 기자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역세권 청년주택 공사현장 사진. /이상빈 기자

 

◆ 반대 주민들 “청년주택이 주거환경 해쳐”

 

올해 1월 서울 용산구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9번 출구 앞에는 “용산 임대주택 결사 반대”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걸렸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삼각지역 1호 청년주택은 용산구 한강로2가에 들어서는 1086가구짜리 청년 대상 임대주택이다.

 

반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현수막은 치워졌지만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불만에 가득 차 있다. 건물이 들어서면 조망권 침해는 물론, 교통 문제, 주변 소란 등으로 주거 환경이 열악해진다는 불만이다.

 

청년주택 부지 건너편 용산파크자이 주민 이지홍(46·가명)씨는 “1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한꺼번에 입주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붐비던 곳이 더 시끄럽게 생겼다”며 “교통이 복잡해지고 주거 환경도 나빠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올해만 해도 인근에 용산푸르지오써밋 600여실, 래미안용산더센트럴 700여실이 들어와서 교통이 미어터지는데, 청년주택이 생기고 사람들 들어오면 교통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청년주택 20만실 공약에 “집값 떨어지면 대통령이 책임지나?”

 

역세권 청년주택 후보지로 꼽히는 마포구 창전동 광흥창역 일대. 이곳에도 청년주택의 건립을 경계하는 주민들이 많다.

 

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 이모씨는 “높은 청년주택이 지어지면 일조권 침해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광흥창역 일대 창천1구역 재개발 단지 쪽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하고 있다. 창전동 K공인 관계자는 “창전 1구역을 재개발한 아파트가 지난해 분양됐는데, 조합원들이 프리미엄에 민감하다”며 “단지 옆에 들어설 청년주택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한강로 일대에 사는 김대웅(35)씨는 “시세보다 저렴한 청년주택이 1000가구나 공급되면 주변 주택 임대료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특히나 오피스텔 주민들의 반대는 더욱 거세다. 인근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다는 한모씨는 “오피스텔은 면적이나 주거형태가 청년주택과 비슷해 임대료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대통령이 나서서 청년주택 공급 확대를 약속했는데, 집값이라도 떨어지면 대통령이 책임질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월 역세권 청년주택 계획 발표 후 삼각지역 인근에 걸려있던 현수막. /이상빈 기자

지난 1월 역세권 청년주택 계획 발표 후 삼각지역 인근에 걸려있던 현수막. /이상빈 기자

 

 

◆ 청년주택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서울시는 청년주택 때문에 교통이 나빠지고 지역이 소란스러워진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년주택 입주자는 승용차 보유 제한이 있어 교통 체증과 상관이 없고, 청년주택이 들어서는 역세권 지역은 오히려 상권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주택에 대해 일반인들이 ‘내 집 앞은 무조건 안 된다’는 인식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며 “청년주택의 경우 주거시설뿐 아니라 편의시설도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가는 일반 주상복합과 크게 다를게 없다”고 덧붙였다.

 

주민 반대로 청년주택 사업이 늦어지는 곳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분기 사업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정했던 광흥창·신논현 등지의 청년주택은 행정 절차를 이유로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 사업이 지연된 데는 주민 반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임대주택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임대주택이 정말 쓰레기 처리장과 같은 혐오시설이라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심리·문화적인 인식 때문”이라며 “임대주택의 질이 예전보다 좋아지고 있는 만큼, 임대주택을 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