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부동산

일본 부동산시장 21년 만에 살아나나 2013.03.05

Bonjour Kwon 2013. 3. 6. 08:54

아베노믹스 유동성 맞물려 도쿄 중심가 공실률 뚝뚝
작년 공급물량 대부분 해소
임대료 연 5% 상승 전망도


  •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20년' 동안 맥을 못 추던 일본 부동산시장에 회생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일본 부동산시장은 과거에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다가 회복세를 잇지 못하고 주저앉기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자금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경기부양을 추구하는 '아베노믹스' 가동이 맞물리며 도쿄 중심가를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에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1년 동안 추락했던 도쿄 중심가의 사무실임대시장에 최근 본격적인 부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중개 기업인 CBRE그룹에 따르면 도쿄 주요 오피스가의 A급 빌딩 공실률은 지난해 2ㆍ4분기 10.3%의 고점에서 4ㆍ4분기에 8.8%까지 하락했다.

    임대료는 아직 바닥 수준으로 도쿄 소재 중개업체인 미키쇼지에 따르면 일본 도쿄의 5대 중심지역인 지요다ㆍ주오ㆍ미나토ㆍ신주쿠ㆍ시부야구의 사무실 임대료는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인 1991년 당시 3.3㎡당 4만3,193엔에서 올 1월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인 1만6,554엔으로 63%나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바클레이스은행은 도쿄의 사무실 임대료가 내년 말까지 20%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부동산 전문회사 존스랑라살도 올해와 내년까지 연평균 5%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공실률이 하락하고 임대료 상승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자 한발 앞서 노른자위 땅의 사무실을 차지하는 다국적기업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1996년 도쿄의 금융중심가인 오테마치를 떠나 주택과 상점이 밀집한 시부야구 에비스로 사무실을 옮겼던 모건스탠리는 17년 만에 오테마치로 재입성하기로 하고 최근 사무실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애플도 다음달께 도쿄 본사 사무실을 미나토구의 롯폰기힐스로 옮길 예정이다.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임대시장만이 아니다. 최근 국토교통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ㆍ4분기 전국 지가상승 지역이 전체의 22.7%를 차지하며 4년 반 만에 하락 지역의 비중(19.3%)을 넘어섰으며 4ㆍ4분기에는 상승 지역 비중이 34%를 기록해 하락 지역(16.6%)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389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세계적 부동산 투자자문사인 코너스톤부동산 투자자문사는 지난해 9월 도쿄 사무실을 연 데 이어 도쿄의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코너스톤 도쿄 사무실의 켈리 헤이즈는 "아시아 지역의 투자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첫 타깃을 일본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일본의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부터 3년간 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한껏 고조됐던 부동산경기 회복 기대는 2008년 금융위기로 물거품이 됐다. 2011년 대지진 직후에도 2분기 연속 도쿄 사무실 공실률이 하락하면서 시장회생에 대한 기대를 부추겼지만 지난해 공급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은 다시 발목이 잡혔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일련의 조짐 속에서도 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조심스럽다.

    하지만 지난해 공급물량이 해소된 후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과 때를 같이해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하면서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일본 부동산 자산으로 유입되리라는 기대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도이체증권의 오타니 요지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물가가 2% 오르면 땅값은 20% 상승한다"며 '아베'발 부동산 버블을 예고하기도 했다.

    라살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제프 제이컵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가들 사이에서 일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이 확산되고 있다"며 "국채하락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부동산투자신탁(REITㆍ리츠)지수는 최근 1년 사이 44% 급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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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해외 부동산펀드가 기지개를 펴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좀체 살아날 기미가 없자 해외 부동산에 간접투자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7일까지 해외 부동산펀드에 들어온 돈은 437억원이다. 2010년과 2011년 한 해 동안 각각 2075억원, 1574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에는 198억원이 유출되는 데 그쳤다. 점차 둔화되던 자금 유출 속도는 급기야 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렇듯 돈이 다시 몰리고 있는 까닭은 수익률 때문이다. 올 들어 해외 부동산펀드 수익률은 지난달 27일 기준 연 4.26%다. 특히 일본 부동산 투자신탁(리츠)의 수익률 강세가 두드러진다. ‘한화일본리츠부동산1(재간접)C1’은 수익률이 14.58%로 가장 높다.

이어 ‘삼성J리츠부동산1(재간접)B’가 12.97%, ‘삼성재팬자산부동산리츠(재간접)’가 11.72%로 뒤를 이었다. 리츠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운영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간접투자기구(주식회사)를 말한다.

해외 부동산펀드에 ‘햇볕’이 든 것은 미국 정부가 2009년부터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부양책을 편 덕분이 크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세 차례의 ‘돈 풀기 정책’(양적 완화)을 통해 주택저당증권(MBS)을 무제한 매입, 20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연 3.4%로 끌어내리고 500만명이 넘는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의 빚을 일정 부분 탕감해 줬다.

일본도 지난해 여름부터 도심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임대 수요가 늘어나 리츠 지수가 지난달 1일 1242.32까지 올라갔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4년여 만에 최고치다. 박중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일본 부자는 물론 중국 부자들이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 집값이 각종 규제에도 최근 몇 년간 계속 급등하고 있는 데다 중국 정권 교체 후 부동산 긴축 완화 기대감으로 본토 부동산 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한동안 해외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