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
2017.11.19
헨리 키신저 박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는 사진이 신문 1면에 나온 것을 본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한국 역사가 중국 역사의 일부였다`고 10분에 걸쳐 설명한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했고, 친중 성향의 키신저 박사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을 들먹였던 터라 어떤 얘기가 오갔을지 몰라 섬?했다.
키신저 박사가 국제정치 분야 석학이라고 하지만 동아시아 역사를 이해하는 수준은 우리 눈높이에서 볼 때 생각보다 낮다. 키신저 박사는 한국을 `해양세력이 중국을 침공하는 전통적 루트` 정도로 이해하고, 한국전쟁도 중국, 소련, 미국 간의 복잡한 세력균형 계산 과정의 엉뚱한 부산물로 다루고 있다.
저서 `중국론(On China)`에서 한국전쟁 발발 10년 후에 만난 소련, 중국의 최고위층이 `너희가 김일성 주석에게 OK사인을 잘못 줘서 전쟁이 일어났다`고 서로 책임을 미루며 논쟁했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키신저 박사는 정통성과 양심보다는 힘의 균형과 지정학적 역학관계로 국제관계를 냉정하게 설명한다는 느낌을 준다. 키신저 박사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아메리카의 힘을 추구한 훌륭한 외교정책을 폈다고 높이 평가한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고차방정식 해법인 Horner 법칙을 서양보다 먼저 응용했던 문명국 조선`을 아프리카 미개국가의 하나처럼 일본에 던져 줬다. `조선은 일본의 관리 아래 두어야 한다`는 개인적 소신을 실천한 사람을 존경하니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한반도를 중국의 관리하에 두는 것이 미국의 골칫거리를 줄이는 묘안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제임스 브래들리는 저서 `제국의 항해(Imperial Cruise)`에서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커다란 외교실책이었다고 비난한다. 일본 군국주의의 팽창을 뒷받침하는 경제기반이 된 조선, 만주를 일본에 넘기는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이 일어났고, 태평양전쟁 종전 과정에서 얄타협정에 따라 소련군이 북한에 진주함으로써 한반도가 분단되어 한국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성적이며 양심적인 지적이나 키신저 박사는 동아시아 분쟁과 외교에 관해 언급한 최근의 저서인 `세계질서(World Order)`와 `중국론`에서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극동 3국의 역사적 굴곡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불규칙 바운드`였고, 천년 이상 만주를 소유했던 한민족에게 강요한 식민지배의 고통이 얼마나 근거 없고 황당한 것인지 알 수 있지만 키신저 박사는 디테일을 모르는 듯이 보인다.
키신저 박사의 저서에 나타난 동아시아 역사관을 보면 중국 주변의 동아시아 민족을 변방 오랑캐 정도로 인식하던 중화사상을 그대로 따르는 모습이 보인다.
1979년 중국군이 베트남을 침공했다가 베트남군의 거센 저항에 막혀 퇴각한 역사를 옛날 중국 황제가 영토 야심 없이 오랑캐를 훈계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했던 것에 비유한다. `하노이까지 길이 트여 있었지만 베트남에 경고하는 목적을 달성했기에 철군했다`고 주장한 덩샤오핑과의 대화 내용을 훈계성 군사작전이라는 해석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어 당혹스럽다.
베트남 역사를 이해한다면, 그래서 중국의 영토 야심과 침공을 예견하고 철저히 대비했던 베트남 국부 호찌민의 국가대전략을 알고 있다면 그런 해석이 가능할까? 월남전 종군기자였던 마이클 매클리어의 책 `베트남에서의 10000일의 전쟁(Vietnam: The Ten Thousand Day War)`을 읽으면 1979년 중월전쟁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중국을 국제무대의 거인으로 등장시킨 주역의 하나인 키신저 박사가 `중국의 굴기로 고뇌하는 미국 외교`의 여전한 멘토라는 수수께끼 같은 현실이 두렵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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