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6
■ BoA메릴린치 2018년 경제전망 세미나
31년 만의 대규모 감세안인 미국 세제개혁 법안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자금을 급속히 빨아들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전 세계 기업과 금융시장 충격이 예상된다. 감세안으로 인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국가 중 하나로 중국이 지목됐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5일(현지시간) `2018년 세계경제 전망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 같은 전망을 제기했다. 데이비드 우 BoA메릴린치 외환담당 대표는 이날 "트럼프 감세안의 발효가 가시권에 접어들었으며 이로 인해 중국 시장은 단기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자본 유출을 자극할 `방아쇠`는 애플·구글 등 미국 기업들의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된 `환류감세조치(Repatriation Tax)`다. 미국 다국적기업이 해외에 잔뜩 쌓아두고 있는 2조6000억달러(약 2860조원)의 이익잉여금을 미국으로 유인하려고 지금의 35%에서 14.5%(상원안 기준)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우 대표는 "환류감세조치 시행과 함께 중국에 머물고 있는 미국 자본의 상당량이 빠져나갈 수 있다"면서 "미국 기업들이 더 이상 해외에 이익금을 쌓아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면 망설일 이유 없이 매우 빠르게 본국 회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때문에 감세안 발효 첫 3개월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법인세율이 현 35%에서 20%로 대폭 삭감되는 점도 중국 내 외국 자본의 `엑소더스`를 촉발할 재료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명분이 될 수 있다. 또 대대적 감세로 기업 투자가 급증하면 미국의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더 빠른 속도로 인상해야 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이선 해리스 BoA메릴린치 글로벌경제 부문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은 서서히 떨어지겠지만 경착륙 우려는 당분간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경착륙 여부는 경제 이벤트가 아닌 정치적인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해리스 대표는 "세계경제가 작년 중반 이후 `미니 붐`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내년은 올해(3.7%)보다 다소 높은 3.8%의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제는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고, 시장 참가자들은 확신에 차 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를 뜻하며, 물가 상승 우려 없이 성장세가 지속되는 상태)`다. 그는 이어 "시장 참가자들이 높은 수준의 정치적·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불확실성에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리스 대표는 내년 3대 리스크로 보호무역주의, 지정학적·정치적 불안,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붕괴되거나 미·중 교역 관계가 갈등으로 치닫게 될 땐 세계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수입물가는 10%나 오르고 중국과 유로 경제권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세제 개혁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미국은 완전고용에 근접했고, 연준은 통화 긴축에 돌입했다. 대대적인 감세 조치가 미국 경제를 과열시키면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연준의 금리 인상을 재촉할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이 과정에서 연준은 더욱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해리스 대표는 지적했다.
현재까지 BoA메릴린치가 예상하는 내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연준의 전망치와 같은 3회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내년 1.8%, 2019년 2%로 연준 목표치에 바짝 다가설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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