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트럼프 감세.상속세도 공제금액이 갑절 .헤지펀드·부동산개발업체 등세전 영업소득의 20% 공제.납세자 대부분·건강보험 부담자 등 손해

Bonjour Kwon 2017. 12. 21. 08:48

의회 문턱 넘은 '트럼프 감세안'…웃는 사람은 누굴까 본문듣기 설정

기사입력2017.12.20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다국적기업 등

패자는 '납세자들'?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입법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규모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이 19일(현지시간) 사실상 의회 문턱을 넘으면서다.

 

이번 개편안은 지난 30년간 이뤄진 세금 개혁 가운데 가장 전면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이 내건 대선 공약을 임기 첫 해에 달성한 것이기도 하다.

 

승자와 패자는 그만큼 뚜렷하다. BBC방송과 미 인터넷 매체 복스 등은 이번 법안 통과로 인해 가장 많은 이득과 손해를 볼 집단들을 분석했다.

 

◇ 승자…트럼프·다국적기업·초부유층 등

 

최대 승자는 단연코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이날부로 취임 후 첫 주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게 됐다. 특히 오바마케어 폐지 시도가 수 차례 좌초하면서 붙은 '입법 실패자' 꼬리표도 떼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그 일가는 이번 감세안으로 인해 '실제' 혜택을 입을 이들이다. 법안이 국가에서 가장 부유한 계층에게 여러 면에서 이득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은 기존 39.6%에서 37%로 대폭 인하된다. 또 상속세도 공제금액이 갑절 늘어나면서 부유층이 이익을 본다.

 

비(非)법인 사업체에 대한 감세도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부유층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이 헤지펀드·부동산개발업체 등 '소규모 고수익'을 추구하는 이들 사업체는 세전 영업소득의 20%를 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비법인 사업체는 트럼프 일가가 즐겨 쓰는 사업체 형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자신을 위한 감세'를 추진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국적기업들도 이번 감세안으로 큰 이득을 보게 됐다. 현행 법인세율은 15~35%지만 새 법안에 따르면 이는 내년부터 21%로 통일된다.

 

속지법 체계로의 변화도 미국 다국적기업들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새 법안에 따르면 법인들은 해외에서 얻은 수익에 대해 현지에서만 세금을 내며 미 정부에는 원칙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트럼프 감세안에 반대하는 시위대. © AFP=뉴스1

 

◇패자…납세자 대부분·건강보험 부담자 등

 

패자로는 '대부분의 납세자'가 꼽힌다. 초당파 성향의 워싱턴 싱크탱크 세금정책센터 추산에 따르면 내년 약 80%의 납세자들이 이전보다 적은 세금을 내게 되지만 이는 사실상의 눈속임이다.

 

대부분의 세율 인하·공제 혜택이 만료되는 기한인 2025년부터는 중산층의 69.7%를 비롯한 대다수 납세자의 과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세금정책센터는 오는 2027년이면 납세자의 53%가 예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리라고 내다봤다. 이들 가운데 많은 수는 저소득층인 것으로 계산됐다.

 

일부 가구는 먼 미래가 아닌 당장에도 손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정부 소득세, 판매세, 재산세 등 지방세의 연간 최대 공제 액수가 1만달러로 제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뉴욕·뉴저지·매릴랜드주 등 민주당 성향이 강한 지역은 대체로 소득 수준이 높고 재산세를 많이 내기 때문에 공제액이 제한되면 더 많은 지방세를 내야 한다.

 

또 이들 지역은 보통 집값이 높기에 주택담보 이자 공제액이 100만달러에서 75만달러로 줄은 것도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은 단순한 세제개편안이 아니라, 건강보험 법안이기도 하다. 법안은 건강보험을 자비로 부담하는 이들에게도 손해를 입히게 된다.

 

오바마케어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가 폐지돼 건보 미가입자들이 벌금을 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젊고 건강한 미국인들이 건보 가입을 취소할 수 있으며 이로써 건보료가 전반적으로 인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cef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