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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나진상가…오리무중 인수戰 .서부T&D와 50.9% 계약했으나 IMM이 더 높은값 제시하자 지분 100% 매각계약 또 체결

Bonjour Kwon 2017. 12. 26. 08:50

용산 나진상가에 무슨일이…오리무중 인수戰

 

2017.12.25

서부T&D와 50.9% 계약했으나 IMM이 더 높은값 제시하자 지분 100% 매각계약 또 체결…법원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결정

IMM의 주택건설 계획도 도마 "아파트 지어 투자금회수" 제시…서울시는 "전자상가에 주택 안돼"

 

■ 상속인들, 디벨로퍼·사모펀드와 이중 매매계약 맺어 법적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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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자상가 일대를 가로지르는 청파로 양쪽에 위치한 나진 전자상가 건물들. [김재훈 기자]

서울 용산 전자상가 일대의 핵심인 나진전자월드를 보유한 나진산업의 매각이 오리무중이다. 중견 디벨로퍼 서부T&D가 지분을 절반 이상 인수했지만, 뒤늦게 주주들이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이하 IMM)와 전체 지분을 매각하기로 계약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서부T&D는 IMM과의 계약이 이중계약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나진산업 매각은 올 7월 별세한 창업주 고(故) 이병두 회장의 자녀, 친척 등 피상속인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다. 15명 안팎인 피상속인 중 일부가 이 회장의 건강이 나빠지자 올 6월부터 7월에 걸쳐 서부T&D 자회사인 오진상사에 지분 50.9%를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상속이 개시되기 전이었지만 법정상속지분에 맞춰 이뤄진 계약이었다. 오진상사 입장에서는 과반 지분을 확보했으니 나진산업 인수는 수월해 보였다.

 

하지만 이 회장이 별세한 뒤 나머지 지분을 가진 피상속인들이 IMM과 접촉하면서 일이 복잡해졌다. IMM은 나진산업 인수가로 약 2600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전체 지분 가치 기준으로 오진상사의 제안보다 900억원가량 비싸다. 비싼 금액에 팔 수 있게 되자 이미 오진상사와 매도계약을 했던 피상속인들까지 가세해 IMM에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기존 계약을 파기하면서 300억원의 위약금을 내는 것보다 IMM과의 계약을 통한 매각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해 이중계약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적잖은 위약금을 받고 물러날 수도 있었지만 오진상사는 나진산업을 선택했다. 지분 50.9%가 이중으로 계약됐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해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받아냈다. 이로써 나진산업 주주들은 소송을 통해 매각 권리를 되찾지 못하면 IMM과의 계약을 이행하기 어렵게 됐다.

 

오진상사의 결정은 모기업 차원의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용산역 맞은편에 서울드래곤시티호텔을 오픈한 서부T&D는 호텔 맞은편 나진상가를 리모델링해 호텔과 이어지는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서부T&D 관계자는 "나진상가 인수 후 최소 5년간은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추가 투자해 낙후된 상권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IMM은 별다른 입장이 없다. 소송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만약 나진산업 주주들이 소송에서 지더라도 IMM에는 귀책사유가 없다. 오히려 주주들에게 계약 미이행에 따른 보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IMM 관계자는 "우리는 선의의 제3자로 소송과는 관계가 없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진산업 주주들은 다음달 말까지 상속세를 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되찾아야 하는데, 아직 소송은 제기되지 않고 있다. 소송이 시작되더라도 결론까지 최소 6개월이 소요돼 승소 여부를 떠나 소송을 통해서는 상속세를 제때 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주주들이 오진상사나 IMM과 모종의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나진산업 주주들은 매일경제신문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여기에 IMM의 투자자금 회수 계획도 새롭게 도마에 오르고 있다. IMM 측이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설명자료에는 투자자금 회수 시나리오로 서울시와 협의해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짓는 방안이 담겨 있다. 해당 토지는 2만8669㎡로 용산역 초역세권이다. 최근 인근 부동산 시세를 감안할 때 아파트를 짓는다면 막대한 이익이 기대된다. IMM 관계자는 "개발계획은 잠재적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예시로 포함시킨 것"이라며 "제대로 된 계획 수립에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나진산업 지분이 확보되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해당 토지는 전자상가지구여서 입점 가능 업종에 제한이 있다. 특히 전체의 50%를 초과한 면적에 전기·전자 관련 유통점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면적인 재개발은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자상가 토지에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주거용 건축물은 불가능하다"며 "제도를 바꾸려면 도시관리계획을 손질해야 하는 데다 주변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