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부동산

日 넘치는 돈 부동산으로…`버블` 조짐.긴자 빌딩 3.3㎡ 13억원 육박.日 평균집값은 되레 0.6% `뚝`…도심·지방 양극화

Bonjour Kwon 2018. 1. 24. 06:16

 

2018.01.23

 

경기회복·고소득층 매수세에 도쿄 맨션가격 27년만에 최고…150억원짜리 아파트도 등장

긴자 빌딩 3.3㎡ 13억원 육박…업지구도 과거 `버블` 돌파

日 평균집값은 되레 0.6% `뚝`…도심·지방 양극화 점점 더해져 일본銀 총재 "양적완화 지속"

 

 

경기 회복과 넘쳐나는 돈에 힘입어 일본 부동산값이 급등하고 있다. 긴자 등 주요 상업지 땅값이 거품경제 수준을 넘어선 데 이어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신축 맨션(고급 아파트) 가격도 27년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이와 함께 대도시 핵심 지역과 대도시 교외, 지방 부동산 간 가격차가 커지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는 지난해 기준 도쿄와 인근 3개 현(지바·사이타마·가나가와)의 신축 맨션 가격이 전년에 비해 7.6% 오르며 평균 5908만엔(약 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0년(6123만엔) 이후 27년래 최고치며 통계가 시작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높다.

 

지난해 완공된 맨션을 대상으로 한 통계로 건설사가 분양하며 책정한 가격 기준이다.

 

고가 맨션이 속속 등장하며 매매가 1억엔 이상인 `오쿠션`도 1928건을 기록해 전년 1265건에 비해 52%나 늘었다. 오쿠션은 억을 뜻하는 일본어 `오쿠`와 `맨션`을 합한 표현으로 맨션 가격이 1억엔을 넘어서면서 생긴 단어다. 도쿄 중심부에 위치한 미나토구에는 매매가가 15억엔(약 150억원)인 맨션도 등장했다. 2005년엔 1%도 안 되던 수도권 전체 맨션 중 오쿠션 비중이 5%를 넘어섰다. 부동산경제연구소는 "올해에도 고급 맨션들의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신축 맨션 가격이 상승한 것은 전체적인 일본 경기 회복과 함께 고소득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매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더 오를 것을 기대한다는 얘기다. 또 일본은행의 양적완화와 함께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는 점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 건설업계 재편과 함께 대형 7사의 신축 맨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제한된 기업들이 참여하다 보니 가격을 높게 부르는 배짱 영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신축 맨션 가격이 상승하면서 1년 이상 된 중고 맨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도쿄간테이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 내에 있는 70㎡짜리 맨션은 평균 거래가가 4825만엔으로 전년 대비 1.3% 올랐다. 역시 199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신축 선호가 극명한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높은 곳이 도쿄 중심부엔 적지 않다는 게 도쿄칸테이 설명이다.

 

일본 주요 상업지구 가격은 이미 거품경제 시절을 넘어섰다. 도쿄 긴자의 `메이지야긴자빌딩`은 지난해 기준 시가가 ㎡당 3890만엔(약 4억원)까지 치솟았다. 평으로 환산하면 1억2859만엔으로 우리 돈 13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기 직전인 1991년 수준(㎡당 3800만엔)보다 더 높다. 3대 도시권(도쿄·오사카·나고야)의 상업지 땅값은 지난해 평균 3.5% 올랐다.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2020년까지는 지속적으로 늘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덕분이다.

 

특정 지역 위주로 집값이 오르는 양극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지난해 평균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0.6% 하락했다. 국토교통성은 전국 1만4656개 조사 구역 중 60%에 달하는 곳에서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며 도심 핵심부만 오르고 나머지 지역은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도만 보더라도 도쿄 23구 전체 주택의 공시지가는 버블기 절반 수준인 ㎡당 60만엔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은 계속 돈을 풀 태세여서 거품이 양산될 것이라는 염려도 나오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3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단기금리를 -0.1%로 유지하기로 했으며 "대규모 양적완화도 한동안 지속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경기에 대해서도 "완만히 확대되고 있다"는 기존 평가를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자금을 거둬들이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상업지 지가 상승의 근거인 관광객 수요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도 높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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