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소위 '좌파의 부동산'이라는 것
기사입력 2018-02-05 05:00:21 폰트확대폰트축소
3년 전 ‘구글 어바니즘(urbanism)’ 프로젝트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인공지능(AI) 기술개발 자원으로서 수집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같은 기업이 전 분야에 걸쳐 초현대식 서비스를 제공하며, 도시는 데이터를 이용해 발생한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받는 것이다.
시간이 흘렀다. 작년 10월 알파벳은 캐나다 토론토에 북미 최대 규모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사업제안서에는 IT를 통해 높은 주거비와 사회 불평등, 대중교통에 버리는 시간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화려한 홍보문구는 잠시 접어두고, 알맹이만 봤을 때 이 사업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계획에 따르면 알파벳은 토론토에 건물 용도가 확정되지 않은 도시를 건설할 예정이다. 데이터를 사용해 고객 맞춤형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알파벳의 민주주의 알고리즘의 주요 데이터 입력 값은 공동체적 의사결정보다는 시장의 수요라는 점이다.‘수요’란 공적 공간의 사유화다. 다시 말해 부동산과 인프라에 올인하는 자산 운영자, 사모펀드, 투자은행의 손에 도시개발이 넘어간 셈이다.
또 다른 예가 있다.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이며 창조적인 도시로 불리우는 시애틀은 2002년부터‘재능있는 인재의 유치’를 도시의 목표로 삼았다. 보잉사가 망한 이후 시애틀의 도시 목표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급하며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유치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시애틀은 그들을 끌어들이고자 완전히 진보적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여기에 매료된 전 세계 대학 졸업자들의 2만1000명이 시애틀로 이주해왔다. 하지만 곧바로 문제가 발생했다. 시애틀 시청이 ‘젊은 인재’들에게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어주려고 저층 주택 중심의 주거지에 고층건물 신축허가를 내주면 부동산 투기가 도시 전역으로 확대됐다. 개발업자들은 주택을 2~4채 구매해 15~20개의 원룸이 있는 건물을 세워 월 1500달러에 임대한다. 이 가운데 시애틀의 슈퍼마켓 직원, 우버 운전자, 패스트푸드점 직원들은 모두 시애틀 외곽으로 쫓겨났다. 시애틀의 진보적 도시계획은 불평등이란 치명적 결함을 낳았다.
위의 두 사례가 남긴 교훈한 진보나 보수나 부동산을 향한 욕망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결과적으로 공간을 재창조해, 그 곳에 본인들이 원하는 타깃층을 이식하려면 부동산 가격은 필연적으로 오르게 되어있다. 그 욕망을 숨기려, 다른 이름을 붙일 수록 욕망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예상치 못한 것에 터져버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혹은 도시재생 정책이 우려스러운 이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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