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7
◆ 글로벌 지속가능 발전 포럼 ◆
"오늘날 전 세계 15억명이 인터넷으로 숨 쉬고, 읽고, 먹고, 자고 있다. 바로 이 세대가 미래를 바꿔놓을 여러분이다."
7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막을 올린 `2018 글로벌 지속가능발전 포럼`은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그는 특유의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미래 불확실성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 세대를 향해 기술 변화에 당당해질 것을 주문했다.
그는 "미래를 바꿀 세대는 지금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기술 변화를 경험하는 여러분"이라며 "(이런 활동에서) 지금 여러분은 최소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2차 산업혁명 때도 기술 발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면서 인공지능(AI)과 로봇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걱정을 경계했다. 이어 "자동차가 사람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처럼 AI가 체스나 바둑을 더 잘 둘 수 있다"면서 "인간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사례로 기계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사랑지수(LQ)`를 제시해 청중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마 회장은 "단적으로 우리 세대가 일생에 30개 도시를 방문했다면 여러분 세대는 300개 도시를 방문하는 등 세계를 누빌 것"이라며 "근무 시간이 줄어 하루 3~4시간을 일하더라도 여러분은 `그래도 바쁘다`고 말할 것"이라고 미래 일상을 예측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가 청년 세대에게 도전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지구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주체이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기술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청년 세대의 능력을 기업이 일자리 창출로 적극 흡수하고 창업 등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으면 환경오염, 기후 변화, 교육 불평등과 같은 글로벌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다.
국내 대학 최초로 이번 대규모 글로벌 포럼을 준비한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지구촌 공통의 지속가능발전과제들은 이행 과정에서 청년 세대는 물론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마 회장의 격려에 담긴 뜻을 설명했다. 그는 "청년들은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창업을 해서, 기업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그룹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도 깜짝 공개했다. 답은 바로 `여성 일자리 확대`였다.
그는 "현재 알리바바그룹 직원 중 49%, 고위 경영진 중 37%가 여성"이라며 "기업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남성을 고용해야 하지만 `정말` 잘하려면 최소 50%는 여성을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에 비해 돌봄의 역량이 뛰어나고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 쇼핑하는 여성 특유의 감성을 기업들이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마 회장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근력`의 싸움이 아니라 `지혜`의 싸움"이라며 "(이 같은 장점을 가진) 여성 리더가 많아진다면 훨씬 더 평화롭고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알리바바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는다. 오직 능력만 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담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그간 마 회장이 청년 창업과 양성평등을 위해 뛰었던 숨은 노력을 평가했다. 반 전 총장은 마 회장에게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청년창업·중소기업 특별고문직을 제안해 활동하게 하는 등 국제 공헌활동에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양성평등을 비롯해 기후 변화, 양질의 교육 기회 제공 등 유엔이 마련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성공하려면 `글로벌 시민정신`이 확대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마 회장은 국제 공동의 해결 과제에서 기업의 박애적 역할의 중요성을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로 선명하게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인 자선과 박애는 다르다"며 "자선과 달리 박애는 시간과 열정, 참여가 필요하고 개인의 행동이 아닌 단체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대기오염은 단순한 환경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병"이라며 "기업과 시민사회의 박애적 행동으로 사회의 병을 바로잡는 데서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는 물론 국제적 지속발전목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들은 국제사회의 중추적 일원이 된 한국 사회 역시 지구촌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이행하는 중심점이 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전 세계의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2016~2030년 유엔과 국제사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 의제다. 반 전 총장 임기 중이던 2015년 채택됐다. 기후 변화 대처와 빈곤 종식 등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구성돼 있다.
한편 이날 특별대담에 앞서 알렉산더 모크자르스키 마시&맥리넌컴퍼니(MMC) 회장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비(非)경제적 요인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이는 개별 국가가 단기적 이해 증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기적 결정으로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면서 세계경제에 환경 리스크가 크게 증대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그 영향으로 "2050년께 전 세계 지역 중 88%는 물 부족 사태로 시름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박종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