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매경포럼] 우리에게도 `쿱` 이 다가온다 2013.04.29

Bonjour Kwon 2013. 4. 30. 09:09

그들 사례는 자주 인용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아 유명해졌다. 남들이 사람을 자를 때 1만5000명을 되레 더 고용했다. 스페인 바스크주에 있는 몬드라곤협동조합(Mondragon Coopertives) 이야기다. 255개 협동조합과 자회사에 자산 53조원, 스페인 내 기업 규모로 7번째다. 오너도 주주도 없다. 조합원 8만여 명이 주인이다.

이탈리아 볼로냐는 협동조합의 성지처럼 대접받는다. 주 경제활동 중 3분의 1을 협동조합이 차지한다. 1인당 평균 소득 4만달러로 유럽연합에서 5번째 잘사는 동네다.

몬드라곤 산하 유통조합인 에로스키는 1969년 출범했다. 초기엔 식품과 생필품을 파는 슈퍼마켓 형태였다. 점차 여행, 주유소, 헬스클럽 등 일상생활 영역으로 넓혔다. 이제 2200여 개 매장에 연매출 85억유로(약 12조7000억원)로 성장했다. 성공비결은 독특하다. 다른 협동조합과 달리 배당을 하지 않았다. 대신 배당액만큼 상품 가격을 할인했다. 저렴한 가격은 대부분 조합원인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이는 조합 매출 상승과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협동조합이 뜨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 덕분이다. 작년이 유엔에서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였는데 마지막 한 달을 연결시켰다. 금융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조합원 5인 이상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이전에는 농협, 신협 등 관련법상 8개만 협동조합으로 인정받았다. 큰 변화다.

법 시행 후 4개월 만에 설립 신청만 850개를 넘어섰다. 서울시에 등록된 1호는 대리운전조합이다. 참여자들이 출자금으로 단돈 1만원씩 냈고 직접 대리운전기사로 일한다. 폐기물 관리, 웨딩, 영어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합이 결성됐다. 상담센터엔 문의가 넘치고 안내 사이트(www.cooperatives.or.kr)는 인기다. 5년간 1만여 개 협동조합이 설립될 걸로 본다. 4만~5만명 일자리도 늘 것이라는 기대다.

일반 협동조합은 지방자치단체 신고필증만 받으면 이후엔 정부 입김을 받을 일이 없다. 이런 점을 노려 조합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자식들을 참여시켜 고배당하는 방식으로 상속ㆍ증여 수단으로 삼으려는 이도 있다.

걸음마 단계인 협동조합을 정착시키려면 몇 가지 짚고 넘어가자.

협동조합의 원칙은 자립과 자치다. 조합원은 출자금 과다에 상관없이 동일한 의결권을 갖는다. 많이 이용할수록 배당을 많이 받는다.

 

중앙정부나 지자체 지원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수준에 그친다.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사회적 협동조합은 해당 부처에서 인가를 받아야 하고 사후 감사도 받는다. 비영리사업이기 때문이다. 이걸 명확하게 구분하고 지켜나가야 한다.

선입견이나 오해를 불식시키는 일도 시급하다. 과거 공산주의 체제하 협동조합을 떠올리는 이들이 아직도 있다. 이를 위해 일본식 조어인 협동조합이라는 명칭 대신 협동기업으로 바꿔 부를 필요가 있다. 생활 속에 파고 들어가야 한다. 유럽에선 `쿱(coopㆍ협동조합)에 간다`는 말이 자연스럽다.

협동조합도 엄연히 기업이다. 주식회사가 주주 이익을 우선하듯 협동조합은 조합원 이익을 중시한다. 주식회사가 아니어도 세계적 규모로 키울 수 있다. 스페인 몬드라곤, 퀘벡 데잘댕 금융그룹이 좋은 사례다. 유명세를 탈 수도 있다. 미국 선키스트나 스페인 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도 실은 협동조합이다.

그렇지만 왜 세상이 진작 협동조합으로 뒤덮이지 않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영국 로치데일 방직공장에서 세계 최초 협동조합이 세워진 게 1844년이니 벌써 170년 역사다. 그런데도 널리 퍼지지 못한 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자본주의 제도에서 이윤 창출로는 협동조합이 주식회사와 대놓고 경쟁하기 어렵다. 부분적으로 보완할 뿐이다.확장성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래도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구축에서는 희망의 빛이 보인다. 한번 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