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7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베트남을 교두보 삼아 글로벌 경영행보 강화에 나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베트남 현지 자산운용사인 ‘틴팟(Tin Phat Management Fund Joint Stock Company)’을 인수해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26일 밝혔다. 베트남에 사무소 형태가 아닌 법인 설립에 나선 건 국낸 자산운용사 중 미래에셋이 처음이다.
이번 틴팟 인수는 베트남투자공사와의 합작법인 형태로 진행된다. 미래에셋이 틴팟의 지분 100%를 인수 추가증자를 통해 몸집을 불린 후 베트남투자공사(자회사 SIC)가 다시 지분 30%를 매각하는 형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2분기 안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지분 인수 후 재매각이 현지 법인 설립 등에 유리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베트남투자공사는 베트남의 국유자산 운용·관리 및 매각 과정의 키를 쥔 핵심 기관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이 베트남투자공사와 합작 운용사를 설립하게 된 것은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산운용사로서 현지에서도 경쟁력을 높게 인정했다는 뜻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미래에셋은 일찍이 2006년 베트남에 사무소를 설립해 펀드 운용과 자문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현지 리서치 기반을 구축해왔다.
박 회장은 그동안 중국·홍콩·대만·호주 등에 현지 운용사를 설립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려왔다. 이번 인수로 중화권 네트워크에 이어 동남아시아 지역의 교두보를 갖추게 됐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베트남 사무소는 한국 주재원을 비롯해 호찌민과 하노이 시장에 리서치 인력을 상주시켜 공사모 주식형·혼합형·IPO 펀드 등을 운용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사무소의 운용과 자문 수준에서 벗어나 정식 법인을 통해 현지 투자자에 대한 상품 판매 및 소싱,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IB) 관련 딜에 참여하는 등 사업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투자공사와의 합작을 통한 시너지 역시 박 회장의 ‘묘수’로 꼽힌다.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투자(PEF) 등 다양한 대체투자를 위해선 현지에서 막강한 실권을 지닌 베트남투자공사와의 협업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각각 2007년, 2011년에 설립된 합작 종합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 베트남법인과 여신전문 금융사 미래에셋파이낸스컴퍼니와의 시너지 창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박 회장은 “베트남투자공사와의 운용사 설립은 성장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전진기지로서의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시장에서 미래에셋 노하우를 베트남투자공사와 공유하며 적극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베트남은 금융을 비롯해 산업 등 동남아시아 경제의 스타로 떠오르는 시장이다. 지난해 하반기 베트남 공모펀드 시장은 47개 자산운용사가 7조3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아직 기관투자자 위주의 시장으로 대기업과 외국계 금융사가 주도하고 있지만, 베트남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무한한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 베트남펀드의 트랙 레코드(투자 실적)와 베트남투자공사와의 합작사라는 브랜드 파워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틴팟은 베트남 현지에서 중소 규모의 운용사로, 지분 인수 후 증자를 통해 몸집을 키울 예정이다.
장진원 기자
jjw@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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