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5
-
- 주식·채권 변동성커져 투자매력 더 부각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대체투자 시장의 큰손 연기금·공제회 파워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투자자산의 쏠림을 보완하고 안정적 수익이 가능한 대체시장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관들의 투자자산 편식은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 연기금·공제회 대체투자 급증…왜?
4일 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공제회의 대체투자 금액은 약 82조원 수준이다. 2014년 56조원 수준에 불과하던 대체투자 금액은 불과 3년 만에 30조원 가까이 불었다. 특히 시장이 좁은 국내 대체보다는 해외 대체시장 투자가 급격히 늘었다. 덩치가 가장 큰 국민연금은 전체 투자자산 67조원 가운데 약 3분의 2가 해외 대체투자다.
연기금들이 대체자산 투자를 늘리는 것은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해서다. 해외 오피스 빌딩이나 발전소, 가스관 같은 인프라나 사모채권펀드(PEF) 투자는 정기적인 배당이나 이자소득을 올릴 수 있다. 실제 국내 연기금이나 공제회의 대체 투자는 이런 자산 비중이 높다.
실물에 투자하는 경우 나중에 자산을 팔아 추가 수익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목표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투자상품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자산 가운데 일부는 사모투자펀드(PEF) 처럼 초기 수익률은 낮아도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상품에 분산투자해 전체적인 수익률을 높이는 식이다.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자산 투자의 위험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작년처럼 주식시장이 활황일 땐 주식투자가 짭짤한 수익을 안겨줄 수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를 만나면 수익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한해라도 손실을 내면 치명적 타격을 받는 연기금 입장에서는 위험에 대비해 투자자산을 최대한 분산하려는 전략을 펴는데 대체투자 시장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 시장 변동성 확대에 불안‥해외 부동산·PDF 인기끌 듯
연기금의 대체시장 투자는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 체력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봐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얼마 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던 지난해 말 이후 경제 상황이 진전됐다”면서 “고용시장의 호조 등 탄탄한 경제 지표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데 무게를 두는 발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초부터 한껏 움츠러들었다. 연초 한자릿수에 머물렀던 변동성(VIX) 지수는 지난달 초 40선까지 다가갔을 정도로 급등하는 모습을 연출하자 주식시장도 같이 출렁였다. 가격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시장 역시 금리 인상 기조속에서 지난 30년간의 활황이 끝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작년 쏠쏠한 수입을 안겨줬던 주식 비중을 줄이는 대신 대체 특히 대체 투자비중은 올해도 꾸준히 늘릴 방침이다. 다만, 시장이 좁은 국내보다는 나라밖으로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변동성은 낮으면서도 꾸준한 수익이 보장되는 해외 오피스나 인프라, 구조화 채권, PDF 등이 주요 투자처다.
◇ 투자자산 쏠림은 염두에 둬야
하지만 국내 기관들의 투자자산 쏠림 현상에 대해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기관들은 투자의 안정성을 갖추면서도 연 5~6% 수익을 낼 자산을 선호하는 편이다. 문제는 다른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국민연금의 투자를 뒤따르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주로 오피스빌딩, 발전소·도로 등 인프라투자와 같은 소수의 대체투자 상품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에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도시 빌딩투자가 많은데, 자칫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체투자 시장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은 안정적 수익을 내는 자산을 편식하는 편”이라면서 “우리 기관들의 투자가 몰리는 상품의 경우 위험 대비 수익률을 맞추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로펌에서 부동산투자 자문을 하는 변호사는 “국내 기관들은 유명한 글로벌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통째 임대하는 빌딩을 좋아한다”면서 “임차인이 한 두곳에 불과하면 공실리스크도 큰데 그런 점은 제대로 계산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순원 (cr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