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양판점,대형슈퍼

유통혁신스타트업, 대형마트 아성흔든다. 미트박스, 중간거래상없애 30% 싸게식당에 고기공급 마켓컬리, 신선식품 새벽배송(전날11시주문-익일7시전)

Bonjour Kwon 2018. 3. 15. 07:23

 

 

2018.03.14

 

미트박스, 중간거래상 없애 30% 싸게 식당에 고기 공급

마켓컬리, 신선식품 새벽배송…생활용품·전자제품까지 확대, 창업 3년만에 매출 20배

기존 유통사들도 변신 자극

 

◆ 식품산업 새바람 푸드테크 2.0 ◆

 

 

2014년 출범한 스타트업 글로벌 네트웍스는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인 `미트박스`를 만들어 중간거래 유통상을 없앴다. 기존에는 축산물 수입업체나 육류가공장이 출시한 고기가 식당과 정육점에 도달하려면 몇 단계 도·소매상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미트박스는 육류업체에서 가격 정보를 받아 정육점과 식당이 원하는 물량을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미트박스를 통해 온라인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소비자들은 15~30% 저렴하게 육류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미트박스는 식자재 운송회사와 손잡고 제품 배송도 맡는다.

 

미트박스 사이트에는 고기 제품별로 실시간 시세가 나타나 가격 투명성도 높였다. 월 거래액은 지난해 100억원을 돌파했다. 미트박스 등장으로 외식 창업도 쉬워졌다는 평가다.

 

서영직 미트박스 대표는 "젊은 식당 창업자들이 미트박스를 이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본사도 미트박스와 협업해 가맹점들에 싼값에 고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자재 가공업체들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대신 온라인 채널을 통한 유통에 나서면서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가격 혜택을 보고 있다.

 

국내 3위 육계 회사인 체리부로는 온라인을 통해 막혀 있던 소비자들에 대한 판매 경로를 회복한 사례다. 체리부로는 성공적인 수직 계열화로 수준 높은 제품을 만들어왔지만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체리부로 닭고기를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기존 유통 매장들의 강력한 납품가격 인하 요구를 견디기 어려워 체리부로는 제품 공급을 포기해야 했다. 마진 자체가 너무 낮아 장기적으로 사업 유지가 힘들다고 판단해서였다. 이런 고민 속에서 체리부로에 새로운 돌파구가 생겼다.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 온라인몰 `마켓컬리`에 체리부로의 `백년백계` 제품을 공급하게 된 것이다.

 

마켓컬리는 밤 11시 전까지 온라인으로 주문한 신선식품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집으로 배달해주는 온·오프라인 연계 스타트업이다. 창업 3년 만에 회원이 45만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매출은 530억원에 달했다. 하루 주문 건수는 7000건에 달한다. 마켓컬리를 통한 체리부로 매출은 연 4억원으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매달 전월 대비 15%씩 성장하고 있다. 대형 유통채널에서는 적정 마진을 가져가기 어렵지만 마켓컬리에서는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마켓컬리에는 체리부로 외에도 수많은 식품업체가 입점해 있다. 매일유업, 풀무원, 신세계푸드 등이 자사 우유와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마켓컬리와 거래하는 중소기업과 일반 농가는 훨씬 많다. 과거에는 대형 채널에 납품하기 위해 낮은 마진을 감수하거나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회사들이 마켓컬리를 통해 판로를 개척해가고 있는 것이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더파머스는 신선식품 유통이라는 한 가지 분야에 집중했다. 전날 밤 11시에 주문한 제품이 오전 7시에 배달되는 것은 완벽한 심야 냉장유통 인프라스트럭처와 함께 데이터에 기반한 수요 예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신선식품에서 시작한 제품군을 현재 가공식품,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 다른 제품군으로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채널의 디지털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선식품을 다루는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한다. 소비자들은 이때 필요한 다른 신선식품을 같이 주문해 배송비를 아끼려고 한다. 채소를 주문하면서 닭고기를, 돼지고기를 주문하면서 우유를 같이 주문하는 식이다. 체리부로 역시 마켓컬리 외에 `만나CEA` `정육각` `미래식당` 등 다른 온라인 몰에도 닭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만나CEA는 원래 수경재배하는 아쿠아포닉스 채소, 정육각은 신선 돼지고기가 핵심 제품이다. 여기에다 신선식품 유통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한 마켓컬리가 3자 물류대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진입 장벽은 더욱 낮아졌다. 마켓컬리 유통 인프라스트럭처를 이용해 오뚜기 등 기존 식품업체들은 자사 제품을 새벽에 배송시키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송지혜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미국에선 신선식품을 다루는 온라인 커머스 기업이 득세하면서 기존 대형 유통회사들도 변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국내도 마켓컬리 등 스타트업들이 식품유통 경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이 실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기존 유통 강자들도 새벽배송에 뛰어들고 있다. GS리테일이 온라인 쇼핑몰 GS프레시를 통해 지난해부터 새벽배송을 시작했고, 롯데슈퍼도 400여 가지 상품을 서울 서초·강남·용산·동작·관악 5개 구에서 이달부터 시작했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2016년 12월 마켓컬리처럼 새벽배송에 전문화한 `헬로네이처`를 인수하면서 일찌감치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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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설비기준에…소규모 식품사 온라인 유통 발목

최초입력 2018.03.14 17:09:19 최종수정 2018.03.14 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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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목소리 커져

 

많은 식품업체가 마켓컬리를 통해 제품을 유통하고 싶어도 모두 가능한 것은 아니다.

 

마켓컬리에서 이태원 소재 유명 빵집 `오월의 종`이 만드는 빵을 판매하지 못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오월의 종은 무화과 호밀빵, 크랜베리 바게트 등을 파는 이태원 대표 맛집으로 유명세를 탔다. 마켓컬리는 사업 초기 이곳 빵을 새벽에 배송해 호평을 얻었지만 규제로 인해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빵, 떡, 반찬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즉석판매제조업`이나 `일반음식점`은 유통업체를 통해 식품을 파는 데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식품제조업` 허가를 받고, 식품위생법이 정한 까다로운 시설 기준을 맞춰야 한다. 오월의 종 같은 소규모 제빵업체는 분리 독립된 원료처리실, 제조가공실, 포장실, 창고 등을 갖춰야 하고 내벽도 바닥에서부터 1.5m까지 내수성이 뛰어난 밝은색으로 바꿔야 하는 등 제한이 뒤따른다. 동네 빵집이나 영세 상인이 거액을 들여 모든 설비를 갖추긴 힘든 일이다.

 

또 제조설비를 넣기 위해 매장을 늘리면 임차료까지 비싸진다. 일일이 품목별로 제조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제빵·제과점은 상품 종류가 많게는 수백 가지에 달해 제품별로 제조 허가를 받는 데 복잡한 절차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제조업과 즉석판매제조업의 위생관리 수준이 달라 차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 냉동시설이 낙후되고 배송시스템이 부족했을 때는 이런 시설 기준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교통과 인터넷이 발달해 안전한 배송이 수월해졌다"면서 "온라인 유통 배송 방식을 제안해도 당국은 과거 법 규정에 얽매여 거부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반면 즉석판매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주문받아 택배 등을 통해 직접 배송하는 것은 현행법상 가능하다. 업계는 택배로 보내는 것은 놔두면서 유통회사를 통한 배송을 막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반찬가게 대표는 "예전에 유통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이 크게 늘었는데 지금은 이곳을 통한 납품이 중단돼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 온라인 유통에서 제품을 배송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점도 개선할 사항이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제조사가 냉동식품을 만들어 배송업체가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배달한 뒤 점포에서 냉동고에 보관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소비자는 냉동고에 있는 제품을 구입해 스스로 관리하면 된다. 그러나 온라인 배송에서는 집 앞에 배달된 제품이 장시간 방치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