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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금융그룹 CIMB(말레이시아 2위 은행)가 강한 이유, M&A로 몸집 불려…아시아최대 IB 우뚝. 해외진출 순익 3배

Bonjour Kwon 2018. 3. 16. 17:39

 

 

 

 

[동남아 금융의 힘]

커버스토리 제 911호 (2013년 05월 13일)

 

최근 국내 금융 투자 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적어도 한두 개 증권사는 문을 닫고 말 것이라는 흉흉한 이야기까지 나오는 수준이다. 이는 외국계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상당수의 외국계 증권사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투자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새로 문을 연 외국계 증권사가 있다. 바로 말레이시아계 증권사인 ‘CIMB증권 한국지점’이다. CIMB증권은 아세안 지역 최초로 한국 자본시장에 진출한 1호 증권회사가 됐다.

 

CIMB증권의 한국 진출 배경은 아세안(ASEAN) 자본시장의 급성장에 있다. CIMB증권 한국지점 지점장 최규성 대표에 따르면 CIMB증권의 모토는 ‘아세안 기관투자가들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규 수요 창출 및 투자 증대’다. 즉 한국 투자자들의 아세안 지역에 대한 투자는 물론 아세안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의 가교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금융 감독 당국도 이러한 관점에서 CIMB의 한국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금융 투자업 인가를 허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증권 아우르는 ‘유니버설 뱅크’

 

CIMB증권은 CIMB그룹의 일원이다. 말레이시아계 금융회사인 CIMB그룹은 말 그대로 아세안 자본시장 성장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1935년 설립된 CIMB그룹은 2012년 말 기준 총 자산 121조7000억 원(3370억 링깃)의 말레이시아 2위 금융그룹이다. 자산은 국내 3위 금융그룹인 하나금융그룹(2013년 1분기 355조5000억 원)의 3분이 1 수준이다.

 

그러나 CIMB그룹의 수익성은 놀랄만하다. CIMB그룹은 2012년 말 1조6000억 원(43억4000만 링깃)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금융그룹 2012년 말 순이익 1조6823억 원을 기록했다. 즉 3분의 1에 불과한 자산 규모로 비슷한 수익을 낸 것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 회사의 성장성이다. CIMB그룹의 순이익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간 연평균성장률(CAGR) 21.5%를 기록했다. 또 CIMB그룹은 유로 존 위기가 촉발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15%를 웃도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CIMB그룹의 이러한 빠른 성장 비결은 아시아권의 금융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니버설 뱅크’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CIMB그룹의 사업 구조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금융 부문(상업은행·신용카드·보험)과 기업 및 투자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홀세일 부문(기업금융·투자은행·자금 등)이 적절하게 혼합돼 있다. 여기에 최근 주목받는 이슬람 금융까지 아우르고 있다.

 

실제로 CIMB의 세전 이익 비중을 살펴보면 각 부문들이 골고루 수익을 내고 있다. 소비자금융 부문에서 41%,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 부문에서 25%, 자금 및 직접 투자에서 34% 등 수익 구조가 균형적이다.

 

CIMB그룹이 이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특유의 ‘국제화’ 때문이다. CIMB그룹 수익의 41%는 자국 말레이시아가 아닌 해외에서 나온다. 이 회사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국내 4대 금융 그룹이 해외에서 올리는 수익 전체와 맞먹는다.

 

아세안 지역에서 CIMB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CIMB그룹은 전체 1080개 지점, 직원 수 4만2000여 명에 달한다. 또 이처럼 넓은 영업망을 바탕으로 135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즉 아세안 국가 대부분에 진출해 아세안 전체 인구의 약 83%가 접근 가능한 것이다.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는 것은 물론 복합적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CIMB그룹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력한 투자은행 부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권 은행들은 소비자금융이 강한 상업은행의 성격이 강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IMB그룹의 투자은행 부문은 2012년 리그테이블 아시아(일본 제외)에서 기업공개(IPO) 부문 4위를 기록했다.

 

이는 쟁쟁한 글로벌 투자은행을 포함한 아시아의 모든 금융사 중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의 IPO를 해냈다는 의미다. 또 IPO를 포함한 주식자본시장(ECM) 부문 전체로는 13위를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는 ECM 부문에서 KDB대우증권이 26위, 삼성증권이 38위, 우리투자증권이 42위에 머물렀을 뿐이다.

 

그렇다면 CIMB그룹은 어떻게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비결은 꾸준한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사에서 엿볼 수 있다. CIMB그룹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CIMB그룹은 2005년 싱가포르의 대형 증권사인 GK고(Goh)증권을 인수하며 도약을 시작한다. 이후 2006년 공식적으로 CIMB그룹을 출범한 뒤 잇달아 굵직한 M&A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 말레이시아의 서던뱅크(2006년), 인도네시아의 뱅크니아가(2007년), 리포뱅크(2008년), 태국의 뱅크타이(2009년)를 잇달아 인수한 것이다.

 

2012년은 CIMB그룹에 큰 전환점이 된 해다. CIMB그룹은 작년 4월 영국 RBS의 아시아태평양 IB·주식사업부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CIMB그룹은 단번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주식 인프라를 보유한 IB로 도약했다. 실제로 이 인수를 통해 RBS 출신 115명의 리서치 애널리스트가 합류했다. 현재 CIMB 리서치가 커버하는 조사 분석 대상 기업은 1100여 개 기업을 훌쩍 넘는다. 이러한 리서치 파워는 아시아 지역에서 글로벌 IB 중 단연 최고다.

 

인적 구성뿐만 아니라 영업 경쟁력도 강해졌다. CIMB그룹은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보유한 증권업 라이선스 및 영업 기반을 바탕으로 대만과 호주에 새로 진출했다. 또 홍콩과 중국 사업을 더욱 키웠다. 이러한 주식 영업 부문의 확장으로 현재 주식 중개 영업은 2012년 말 기준으로 말레이시아 및 싱가포르 시장점유율 1위, 인도네시아 3위를 차지했다.

 

 

 

 

RBS 아시아 주식 부문 인수로 급성장

 

이런 과정을 통해 CIMB그룹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아시아(일본 제외) 기준으로 IPO 부문은 2011년 23위에서 4위로, ECM 부문은 2011년 21위에서 13위로 단번에 ‘점프’하게 된 것이다. 특히 2012년을 기준으로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에서 IPO 실적 1위를 기록했고 기타 아세안 자본시장에서도 선두권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CIMB그룹의 성장 전략은 1999년 그룹의 회장에 취임한 나지르 라작 회장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지르 라작 회장의 목표 중 하나는 ‘아시아 리딩 IB’다. 규모만 보면 이 목표는 이뤘다.

 

또 이미 동남아 지역은 단연 독보적 1위의 IB가 됐다. 그렇다면 이제 이 회사가 공략할 곳은 동북아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바로 한국이다. 실제로 나지르 라작 회장과 CIMB그룹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 그 증거가 CIMB증권 한국지점의 개설이다. RBS그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식 영업 부문을 매각하면서 한국만 팔지 않았다. 그러나 CIMB그룹은 한국을 ‘전략적 요충지’로 판단하고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그러면서 한국 RBS 측의 인력을 거의 그대로 CIMB증권 한국지점에 흡수하는 ‘강수’를 뒀다.

 

CIMB그룹이 한국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아세안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전체 자본시장에서 한국을 꼭 필요한 전략적 시장으로 판단하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실질적으로 아세안 기관투자가들의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한편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 규모가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최근 2위권으로 급부상하면서 이에 따른 국경 간 거래(Cross-Border Business)의 기회 또한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조정환 CIMB증권 한국지점 IB 대표는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간의 금융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CIMB증권은 두 지역 간의 주식 영업, 리서치 및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온힘을 기울이겠다”며 “동북아 금융 허브를 지향하는 한국의 전략에 부응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한국 금융회사의 아세안 지역 진출 시 어느 정도 가교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CIMB그룹의 주요 포인트

 

▶ 상업은행·투자은행·자산운용·보험·이슬람 금융을 아우르는 ‘유니버설 뱅크’

▶ 아시아·태평양 최대(일본 제외) 투자은행

▶ 1080개 지점, 직원 수 4만2000명, 고객 수 1350 만 명으로 아세안 지역을 포함해 세계 19개국 진출

▶ 총자산 121조7000억 원, 순이익 1조6000억 원으 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웃돌아

▶ 해외 수익이 전체의 41% 차지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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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한 CIMB(말레이시아 2위 은행), 순익 3배 신한銀(국내 1위 은행) 7년 만에 제쳐

 

박유연 기자, 이신영 기자 | 2014/07/09

 

[뒤로 가는 한국 금융] [2] 말레이시아 2등 은행에도 밀려 - 아세안 1등 전략 공격적으로 외국금융사 인수, 작년 수익 41%를 해외서 올려 신한銀 '국내 1위' 전략 선택… 이익 94%를 국내시장서 벌어 - 이슬람 금융 특화전략 라작 CEO, 15년간 안정적 경영 '이슬람 금융허브'전략 실행 신한銀 차별화된 상품 없어 예금 증가율 2%대… 성장 정체

 

꼴찌 한국 금융의 현주소는 국내 1위 신한은행과 말레이시아 2위 은행 CIMB를 비교하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기준으로 CIMB의 자산은 115조원으로 신한은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실에선 정반대로 벌어진다. CIMB는 지난해 1조4324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신한은행(1조3391억원)보다 순이익이 많다. ROE(자기자본순이익률·순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는 15.5%로 신한은행(7.28%)의 2배다. 원래부터 두 은행의 실력이 이렇게 차이가 났던 것은 아니다. 경제위기 직전인 2006년만 하더라도 신한은행의 순이익이 CIMB의 3배였고, ROE도 2%포인트가량 높았다. 국내에서는 모든 은행이 '신한 타도'를 외치며 따라가기 위해 애쓰는데, 말레이시아 CIMB에는 마치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 축구 대표팀처럼 현격한 실력 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①아세안 1등 전략 추구한 CIMB, 국내 1위 집착한 신한

 

비결은 글로벌화에 있다. CIMB를 이끌고 있는 '나지르 라작(Razak)' 행장은 1999년 취임 후 아세안 1위가 되겠다는 'ASEAN FOR YOU'(당신을 위한 아세안)란 슬로건을 내걸고 공격적으로 외국 금융회사들을 사들였다. 싱가포르의 '고' 증권과 말레이시아의 서던뱅크(2006년), 인도네시아의 니아가(2007년)와 리포뱅크(2008년), 태국의 뱅크타이(2009년)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또 2012년에는 RBS(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아시아·태평양 투자은행 부문을 전격 인수하면서 동남아 1위 투자은행으로 도약했다. CIMB 관계자는 "동남아를 넘어 한국·일본 등 동북아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도 넘보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CIMB는 2006년 23%인 해외 수익 비중이 지난해엔 41%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2015년에는 50% 벽을 돌파하겠다는 목표이다.

 

 

아시아 은행들을 사들이며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은행 CIMB는 지난해 수익의 41%를 해외에서 벌었다. 이익의 94%를 국내 시장에서 버는‘한국 1위’신한은행과 대조적이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CIMB 지점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블룸버그

아시아 은행들을 사들이며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은행 CIMB는 지난해 수익의 41%를 해외에서 벌었다. 이익의 94%를 국내 시장에서 버는‘한국 1위’신한은행과 대조적이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CIMB 지점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블룸버그

 

CIMB의 해외 진출 시점에 신한금융은 조흥은행과 LG카드 등 국내 금융사를 인수했다. 이게 신한을 국내 1등으로 만들어 주기는 했다. CIMB가 국내 1위 대신 글로벌 은행을 선택한 시점에, 신한은 국내 1위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3391억원으로 전년보다 18% 감소했다. ROE는 조흥은행과 통합 시점이던 2006년 16.01%에서 지난해 7.28%로 떨어졌다. 이익의 93.5%를 국내 시장에 의존하는 편중성 때문이다. 이 기간 중 해외 비중은 3%에서 고작 6.5%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이 이익을 내려면 해외 사업 비중이 높아야 하는데 국내 은행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②이슬람 금융 특화 VS 무색무취 금융

 

CIMB는 아시아의 이슬람 금융 허브가 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꾸준히 실행했다. 이슬람 금융이란 이자 받는 것을 금지한 이슬람 율법을 감안,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임대업 등 특정사업에 돈을 투자한 뒤 그를 통해 얻는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는 이슬람 채권(Sukuk)을 발행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CIMB는 이슬람 은행인 티자리 은행 등을 인수한 뒤 이슬람인을 위한 전용 신용카드를 개발해 출시하는 등 노력을 했고, 세계 최대 규모로 이슬람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라작 행장은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잘 조성돼 있다"며 "전 세계 이슬람인들을 고객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한다. CIMB 홈페이지에는 "리딩 아세안 종합금융회사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일본 제외)에서 가장 큰 투자은행이며, 최대 이슬람 은행 중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은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금융상품·서비스로 이렇다 할 만한 게 없다. 그 결과는 성장 정체이다. 지난해 원화 대출금과 예금 증가율은 각각 1.96%와 2.15%에 그쳤다. CIMB는 '아세안을 생각하라(Think ASEAN)'는 모토로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신한은행의 모토는 '따뜻한 금융'이다. 시야가 철저히 국내의 한계에 묶여 있는 것이다.

 

③안정적인 지배구조 VS 취약한 리더십

 

CIMB의 라작 CEO는 1989년 입사해 여러 보직을 거치면서 경험을 쌓다가 전임 CEO의 추천을 받아 1999년 CEO 자리에 올랐다. 이후 15년간 CEO 자리를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CIMB를 경영하고 있다. 신한도 CIMB처럼 국내 다른 금융그룹과 차별화된 지배구조와 내부 승계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오너십과 내부 출신 CEO들의 승계 문화가 정착돼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2010년의 신한사태로 볼때 신한은행의 지배구조는 CIMB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 이런 신한은행을 다른 국내 은행들은 벤치마킹 상대로 본다. 금융계 관계자는 "각 은행은 회의 때마다 어떻게 하면 1등 신한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연구한다"며 "이런 한국 금융의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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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이익 다 합쳐도 말레이시아 1개 은행보다 적어…덩치만 큰 우물 안 개구리 국내은행들

2013.06.07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대를 다니다 보면 유난히 빨간 간판을 한 은행 지점이 눈에 자주 띈다. 말레이시아계 금융그룹인 CIMB(Commerce International Merchant Bankers Bhd)의 점포다. CIMB는 올해 초 한국에서 증권 업무를 시작하며 진출했다.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전 세계 뱅커들은 CIMB 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놀라운 성장세 때문이다.

 

CIMB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6095억원(1링깃=370원 기준)으로 우리금융(1조5836억원), 하나금융(1조6024억원)보다 많았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순이익이 ‘저금리 저성장’ 기조에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아시아 신흥국 은행들은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어 이런 역전 현상은 올해 더 커질 전망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CIMB의 자산 대비 이익이다. CIMB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124조7270억원. 국내 4대 금융그룹의 3분의 1 사이즈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익 규모는 비슷하다. 3배 이상 효율적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다. 해외 수익 숫자를 보면 입이 더 벌어진다. 인도네시아 등 금융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국가에 일찍이 진출했기 때문이다.

 

CIMB는 지난해 말레이시아가 아닌 국가에서 6599억원을 벌었다. 전년대비 22.9% 늘어난 규모다. CIMB는 해외수익 비중이 같은 기간 36%에서 41%로 커졌다. 국내 은행들은 이 비중이 한 자리수대에 그치고 있다.

 

최동수 전 조흥은행장은 “국내 은행들은 해외 지점에 한국인 지점장을 보내고 본사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 한글만 쓰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해서 어떻게 글로벌화가 이뤄지겠냐”고 말했다. 최 전 행장은 “과감하게 해외지점장을 현지인으로 채용하고 영어 문서를 공용화 해야 한다”며 “이렇게 해야 현지에 우수한 인재들이 꿈을 갖고 한국계 금융사에 취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IMB그룹은 명문가 집안 출신인 나지르 라작이 이끌고 있다. 그는 5월 치러진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이어가게 된 나집 라작 총리의 막내 동생이다. 이들의 아버지는 말레이시아 건국 지도자 중 한 명이자 제2대 총리를 지낸 압둘 라작 후세인이다. 국가 차원에서 힘이 실리는 금융그룹임을 알 수 있다. 4만2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CIMB그룹은 머지않아 씨티, HSBC와 같은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이름을 날리게 될 것이다.

 

특히 CIMB는 세계 최대 규모 이슬람금융 업체다. 이슬람금융 규모가 급성장 중임을 고려하면 성장은 시간의 문제다.국내 금융그룹과 수준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것 같다.

 

CIMB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아시아 신흥국 금융그룹이 하나 더 있다. 역시 말레이시아계인 메이뱅크라는 은행이다.

 

창피한 사실이 또 하나 있다. 우리나라 11개 은행들이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총 수익이 메이뱅크 1개 은행의 해외 수익보다도 적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 국외 점포의 당기순이익이 6억3620만달러(7125억원)로 전년 대비 11.8% 감소했다. 유가증권 이익 감소 등으로 비이자 이익이 5180만달러 감소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가장 많은 이익을 낸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2조3227억원으로 메이뱅크(2조9193억원)에 뒤졌다. 메이뱅크는 지난해 해외에서 전년보다 44% 늘어난 8816억원을 벌어들였다. 2011년에는 전체 순이익의 24%가 해외에서 나왔지만 2012년에는 30.2%로 올라갔다. 이렇게 일찍이 아시아 신흥시장에 진출한 아시아계 은행들은 과실을 차곡차곡 챙겨가고 있다.

 

이들 금융그룹들이 승부를 걸고 있는 시장은 인도네시아다. 자카르타의 중심 상업지구인 수디르만 CBD(Central Business District)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를 비롯해 세계적인 금융사들이 밀집한 곳이다.

 

이곳에서 글로벌 은행들의 진출 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더 격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120개 은행 중에 외국계 은행은 46개에 달한다.

 

지난 2년간 인도네시아 총 은행 지점 수는 20% 증가해서 1만6625개(2012년 말 기준)에 달한다. 외국계 은행이 경쟁적으로 숫자를 늘린 영향이다. 외국계의 점포 수 기준 점유율은 2010년 30%(6814개)에서 지난해 32%(7840개)로 늘어났다. 2년간 1024개의 지점을 늘린 셈이다.

 

 

CIMB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인 CIMB-니아가(Niaga)는 지난해 전년대비 24%나 늘어난 12조8800억루피(약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대비 24%나 늘었다. 전체 영업이익의 약 30%를 인도네시아에서 벌어들였다.

 

CIMB-니아가은행은 1955년 설립된 니아가은행이 모태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닥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은행의 대주주가 됐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은행 구조조정과 유사한 수순이다. 단 차이가 하나 있다. 조기에 외국계 자본에 매각됐다는 점이다. 2002년 CIMB그룹은 IBRA(인도네시아은행 구조조정청)로부터 경영권을 사들였다. CIMB는 황금의 땅에서 강력한 지역기반을 가진 은행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세계 4위, 인구 2억5000만명을 가진 인도네시아가 견실하게 성장하며 금융산업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급격한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르지만 아직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CIMB-니아가는 급격한 성장을 했지만 부실채권비율이 2011년 2.64%에서 2012년 2.29%로 오히려 떨어졌다.

 

CIMB그룹의 해외 진출은 국내 금융사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해외 진출, M&A를 통한 철저한 현지화 등에서 국내 금융사보다 한참 앞서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CIMB는 지난해 영국계 RBS의 아시아 사업부문, 필리핀 커머셜뱅크를 사들였다. 이미 투자은행업 분야에서는 동아시아 1위 자리에 올랐다. 토니 프라세티안토노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UGM) 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금융산업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성장 궤도에 올랐다”며 “인도네시아에서 금융, 광업, 통신은 3대 고소득 직종으로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현실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국내에서 전당포 같은 영업만 하고 있을 것인지. 따뜻하게 안방 시장에 안주했던 대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시아 신흥국 시장 진출에 대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박용범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