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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5년간 50조 인프라 투자…한국기업에 좋은 기회될것"태국투자는 인근 국가인 캄보디아등(CLMV)을 내수시장 갖는 효과

Bonjour Kwon 2018. 3. 28. 06:55

2018.03.27

매경 태국포럼에 기대감 밝힌 솜낏 태국 부총리

 

◆ 매경 태국포럼 ◆

"태국은 아세안의 중심 국가입니다. 한국에서 경제사절단이 온다면 태국의 강점을 알리고 한국 기업들에도 좋은 투자 기회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미소의 나라`로 불리며 우리에게 관광지로만 인식됐던 태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인도차이나반도의 관문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에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경제 개발 의지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투자처가 되고 있는 것이다.

 

태국에 대한 투자는 인근 국가인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CLMV)을 내수시장으로 갖게 되는 효과도 낳는다.

 

아세안 지역은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우리 기업의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태국은 최근 `타일랜드 4.0`을 선언하며 제조업 중심에서 최첨단 4차 산업혁명 분야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태국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솜낏 짜뚜스리삐딱 경제부총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5월 개최되는 `매경 태국포럼`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솜낏 경제부총리는 이날 태국투자청이 수도 방콕 임팩트 무앙 통 타니 행사장에서 진행한 글로벌 투자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전 세계 미디어 200여 곳을 포함해 300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 국내 미디어에서는 매일경제신문만 유일하게 초청됐다.

 

솜낏 경제부총리는 "아세안에 한국·중국·일본·인도를 포함하면 35억 인구에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2%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 된다"며 "태국은 이러한 시장의 중심 입지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태국이 강력한 경제 개발 드라이브를 걸면서 인프라스트럭처 정비를 최우선 사업으로 꼽은 것도 이런 이유다. 고속철 건설과 철도 복선화, 신규 도로망 확충, 공항·항만 정비를 위해 향후 5년간 태국 정부는 50조원의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이것이 완성되면 태국을 중심으로 인도차이나반도가 동서~남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솜낏 경제부총리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은 아세안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구애를 하고 있다"며 "인도차이나반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은 세계경제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국의 성장잠재력을 미리 감지한 세계 각국은 앞다퉈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일본은 500여 개 기업, 600여 명의 경제사절단이 방문해 양국 수교 130주년을 축하했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과 대만 또한 유사한 형태의 행사를 열었다. 올해 10월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열리는 `매경 태국포럼`은 국내 기업인들에게 태국에 대한 사업 기회를 확인시켜주는 행사가 될 것이다.

 

솜낏 경제부총리는 "태국은 `동양의 디트로이트`로 불릴 정도로 아시아 지역 내 핵심 자동차 생산거점"이라며 "앞으로는 이를 미래차 발전 거점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태국 방콕도 차량 배기가스로 인한 매연이 심한 지역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지난해 지역 최대 전력청인 PEA가 전기차 충전소를 곳곳에 지으며 친환경차 행보를 시작했다.

 

태국 정부에서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차에 관심이 높다. PEA가 태국 주요 도시에 수소차 충전시설을 짓고, 현대차가 수소차인 넥쏘 상업운행을 하면서 태국 기업과 기술협력을 하는 형태를 구상하기도 한다. 현대차가 프랑스에서 가스업체 에어리퀴드와 협력해 투싼 수소차로 택시 운행을 시작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솜낏 경제부총리는 "태국이 세계 최대 농산물 산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이제는 단순히 농산물만 파는 나라로 남고 싶지는 않다"며 "바이오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키우는 데 한국을 포함한 해외 기업의 투자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타일랜드 4.0` 선포 이후 태국 정부는 디지털 경제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빠른 성장가도를 구사하는 것은 아날로그 경제를 건너뛰고 바로 디지털 경제에 들어섰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초고속인터넷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푸껫, 치앙마이 등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기 위한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SK텔레콤이 태국 통신업체인 CAT와 함께 태국 남부 휴양도시 푸껫에서 사물인터넷망 로라(LoRa)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 솜낏 태국 부총리는 누구

 

`타일랜드 4.0` 밑그림…탁신 찬반세력 모두 아끼는 경제브레인

 

솜낏 짜뚜스리삐딱 태국 경제부총리(66)는 태국의 `경제 브레인`으로 통한다. 2014년 군부 쿠데타를 통해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집권한 뒤 주요 경제 정책은 모두 솜낏 경제부총리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태국의 정책 브랜드 `타일랜드 4.0`도 그의 작품이다. 태국은 총리 밑에 총 5명의 부총리를 두고 있다. 경제를 총괄하는 솜낏 경제부총리는 부총리들 가운데 국방과 사법에 이어 서열 3위의 최고위 인사다.

 

사실 솜낏 경제부총리는 현 정권과 대척점에 있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최측근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탁신 전 총리가 창당한 타이애국당에 참여했고 탁신 전 총리 내각에서 부총리, 재무장관, 상무장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당시 서민을 위한 기초의료보장제도와 농촌개발지원사업 등 이른바 `탁시노믹스`를 구상하며 탁신 전 총리의 경제 책사로 활약했다.

 

하지만 2006년 탁신 일가의 비리가 드러나자 탁신 전 총리는 자신의 후계자 중 한 명으로 당시 솜낏 경제부총리를 꼽았고 태국 재계에서도 그를 추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만약 그해 9월 군부 쿠데타가 없었다면 솜낏 경제부총리가 `총리직`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솜낏 경제부총리는 탁신 반대 세력이 주도한 군부 쿠데타 정권에서도 경제를 총괄하는 각료로 기용돼 세간을 놀라게 했다. 그는 8년간 정계와 거리를 뒀지만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를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한 쁘라윳 총리에 의해 또다시 경제부총리로 발탁되면서 중앙 무대로 복귀했다. 한마디로 탁신 찬반 세력이 그를 경제부총리로 스카우트한 셈이다. 특히 태국 기업인들은 경제 지식은 물론이고 온건한 성품과 뛰어난 소통능력을 갖춘 솜낏 경제부총리의 정책이라면 무조건 믿고 따를 정도다.

 

솜낏 경제부총리는 탁월한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태국 최고 명문대인 탐마삿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태국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에서 금융학 석사를 받았다. 이어 미국 유학길에 올라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는데 마케팅 분야 대가이자 이 대학원의 필립 코틀러 석좌교수와 함께 `국가 마케팅(Marketing of Nations·사진)`이라는 책 등을 공저로 냈다. 솜낏 경제부총리는 이 책에서 마케팅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국가 전략에 대해 다뤘다. 솜낏 경제부총리는 미국 유학을 마친 뒤 태국 재벌 기업인 `사하그룹`에서 임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데 이때 경험이 기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 = 이승훈 기자 / 임영신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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